코로나19 영향, 기업 58% 연구개발투자 줄인다

2020-06-09 11:09:05 게재

산기협, 기업R&D 활동 실태조사 결과 … "파격적인 R&D지원책이 필요"

코로나19 영향으로 민간기업들이 하반기 연구개발(R&D) 투자와 인력채용을 본격적으로 줄일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지난달 22~25일 연구소를 보유한 대·중견기업 55개와 중소·벤처기업 1166개 등 1221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에 따른 기업 R&D 활동 실태조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월 1차 조사에 이어 2차로 진행한 것이다.

조사에서 전체 58%가 R&D를 축소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또 51.5%는 연구원 채용을 줄일 것이라고 했다. 이는 3월 조사와 비교해 R&D 투자 축소는 10.3%p, 연구원 채용 축소는 10.2%p 높아진 것이다.


◆중소기업 R&D 상황 심각 = 규모별로는 대·중견기업보다 중소기업이 R&D투자를 더 축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은 R&D 투자와 인력채용 모두 부정적 응답이 늘어 당초 계획보다 축소하겠다는 기업은 50%를 넘어섰다. R&D투자를 축소할 것이라는 중소기업은 58.4%로 나타났다. 이는 3월 조사의 48.2%보다 10.2%p가 증가한 것이다. 특히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도 19.6%로, 3월의 13.1%보다 증가했다. 연구인력 채용은 51.5%가 축소될 것이라고 응답해, 3월 조사의 41.6%보다 10%p가량 높아졌다.

대·중견기업은 50.9%가 R&D투자에서 계획보다 감소할 것으로 응답했다. 이는 3월 조사의 34.4%보다 16.5%p 높아진 수치다. 신규인력 채용 또한 49.1%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3월 조사의 축소 전망 36.2%에 비해 12.9%p 높아졌다.

연구인력 변동과 관련해서는 14.6%가 최근 3개월내 연구원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8.2%가 연구원 휴직을 시행하며 15.5%가 연구원 휴직시행을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R&D투자 여력이 약화하면서 장기 프로젝트를 축소하거나 외부 자금 수혈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응답 기업 34.6%는 미래를 위한 R&D를 축소하고 단기 프로젝트 중심으로 R&D를 재편하고 있다고 답했다. 14.2%는 프로젝트 중단을 고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49.4%는 부족한 R&D자금 확보를 위해 금융기관 대출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정부 R&D사업을 활용한다는 기업도 48.9%에 달했다.

◆"연구인력 고용유지 지원해야" = 정부의 지원책과 관련해서는 기업들은 당장 연구인력에 대한 고용유지 지원(76.5%)이 가장 시급하다고 응답했다. 다음으로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정부 R&D사업의 확대(51.8%)를 주문했다.

기업 규모에 따라 원하는 정부 지원책의 우선순위는 달랐다.

대·중견기업은 R&D 세제지원 확대(61.8%), 연구인력 고용유지 지원(61.8%)을 시급한 지원정책으로 꼽았다. 반면 중소기업은 연구인력 고용유지 지원(77.2%), 정부 R&D사업 확대(52.4%)를 꼽았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자금난이 더 심각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지원을 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마창환 산기협 상임부회장은 "최근 기업의 R&D는 정부 지원 의존도가 높아지고 단기프로젝트 중심으로 추진되는 불황형 R&D 형태를 보이고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19시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보다 파격적인 R&D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업 긍정적 전망 높아져 = 한편 코로나19 사태가 3월에 비해 진정되면서 코로나19가 R&D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생각은 3월보다는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감염사태가 R&D에 미친 영향을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 기업 63.7%(777개사)가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 3월 1차 조사 시 부정적 응답이 79.8%에 이르렀던 것에 비하면 다소 완화된 수치다.

긍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한 기업도 6.5%로 나타났다. 1차 조사 2.4%에 비해 상승한 것이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 기업의 12.2%가 긍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응답해 가장 높았다. 건설은 긍정응답이 2.5%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정보통신 기업은 1차 조사에서 부정응답이 85.3%에 이르고 긍정응답은 0.6%에 불과했으나, 2차 조사에는 부정응답이 57.4%로 감소하고, 긍정응답이 12.2%로 상승하며 가장 큰 변화를 보였다. 이는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언텍트 산업이 급부상할 것이라는 전망과 정부의 강력한 육성정책 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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