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권한남용 ··· 20년간 357개법안 폐기

2020-06-09 12:28:19 게재

국회 ‘타상임위 법안 폐기 현황’ 정보공개

18~19대 민주당 법사위원장때 더 많아

법제사법위원회가 다른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을 잡아놓고 폐기시키는 ‘상원’역할을 하면서 권한을 남용해 온 것이 드러났다. 이는 ‘상임위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국회 운영원칙을 뿌리채 흔들어 놓고 있는 것으로 평가돼 전면개혁 요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20년간 타 상임위 문턱을 넘어선 법안이 폐기된 것만 350건을 넘었다. 다른 상임위와 다르지 않은 위치에 있는 법사위가 다른 상임위의 법안 심사권한을 무력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9일 내일신문이 국회 사무처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6대~20대 국회까지 20년간 다른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 중 법사위에서 계류돼 폐기된 법안은 모두 357개였다.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처음 맡기 시작한 16대 국회 때는 폐기법안이 10개로 그리 많지 않았다. 원내 제2 정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확보한 17대엔 38건으로 늘어났다. 16대와 17대 국회때 법사위원장은 보수진영인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었다.

정권교체 이후 야당이 된 진보진영(민주당, 민주통합당, 새정치민주연합)이 법사위원장을 맡았던 18대 와 19대 국회에서는 각각 160건, 58건이 상임위 문턱을 넘었는데도 법사위에서 폐기처리됐다. 당시 진보진영은 야당이면서 원내 제 2당이었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때 법사위의 권한남용이 심각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야당으로 바뀐 보수진영에서 법사위원장을 맡았던 20대 국회에서도 타상임위를 통과했는데도 법사위를 넘어서지 못한 법안이 91개에 달했다. 전반기는 여당이지만 원내 제 2당이었던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았고 후반기엔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갔다.

입법조사처 전진영 박사는 ‘21대 국회 원구성 일정과 쟁점’ 보고서에서 “13대 국회부터 16대 국회까지는 원내 제 1당이 법사위원장을 차지했고 17대 국회부터는 원내 제 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기 시작했다”며 “이때부터 소관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의 심사가 법제사법위원회 체계 자구심사 단계에서 지연되는 일이 빈번해졌고 이로 인해 체계자구 심사절차는 입법과정에서 또다른 비토지점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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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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