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현금'효과, 정치권 '보편복지' 논쟁으로 확산

2020-06-11 11:20:23 게재

기본소득·전국민고용보험 정책경쟁 촉발

무상급식 선 긋던 보수야권도 전향적 동참

증세 등 재원방안 차기대선 이슈 가능성도

정치권이 21대 총선이후 새 판 짜기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기본소득' 논쟁이 한창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당권·대선주자 등 차기구도 편재를 논의하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정책경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코로라19 정국에서 사상 처음 도입된 '긴급재난지원금' 제도 시행이 보편적 복지를 차기 대선의 핵심의제로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본소득 연석회의 제안 기자회견하는 용혜인 | 기본소득당 용혜인 원내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내 7개 정당 간 '기본소득 연석회의'를 제안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보수야당, 대선주자 동참 판 키워 = 진보진영과 민주당 안에서 벌어진 기본소득 논쟁이 정치권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 국회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내놓으며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이재명 경기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등 여권내 광역자치단체장과 김두관 김부겸 이낙연 등 차기 대선주자가 논쟁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보편적 복지에 선을 그어왔던 보수야권이 동참하면서 판이 커졌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지급한 '전국민 재난지원금'의 실증사례가 논쟁의 실효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정부는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고, 6월 첫 주까지 99.5%에 해당하는 2160만 가구에 지급됐다. 지자체 자체 지원금 등을 추가해 국민 대다수가 현금성 지원금을 받는 초유의 경험을 갖게 된 것이다. 1회성 지원금을 넘어 기본소득으로 불평등을 해소하는 보편적 복지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무상급식→기초연금→기본소득? = 정치권내 보편적 복지 논쟁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선 '학교급식'을 놓고 여야간 정책전선이 형성됐다. 무상급식을 전면에 내건 야당이 성과를 가져갔다.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중도 사퇴와 박원순, 안철수의 정치권 등장이 계기가 됐다. 2012년 대선에선 박근혜 후보의 기초연금 공약이 빛을 봤다. 보수야권이 진보정당의 주도 이슈를 선점하는 사례로 기록됐다. 이번 기본소득 논쟁도 비슷한 향상으로 전개된다. 당장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입장이라지만 보수야권이 이념적 잣대 대신 복지이슈를 들고 나왔다는 점에서 생산적 논쟁의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여야의 당권, 대선 등 차기구도 스케률과 맞물리는 시기여서 파급력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실제 여권내 차기주자로 평가되는 인물 대부분이 찬반을 넘어 각자의 대안을 내놓고 논쟁에 뛰어들었다. 기본소득 등 제도 시행에 필요한 재원 마련 방안 등 구체적 논의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경험한 지금 논의가 이론적 수준에 머물렀던 3~4년 전과는 천지차이"라며 "특히 실제 정책을 제안하고 집행한 광역단체장들이 논의에 참여하고 있어서 실질적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차기 주자간 '복지 헤게모니' 경쟁 = 정치권 안에선 여야, 특히 대선주자들의 공약으로 직접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통합당의 경우 선별적 복지 수준을 넘어 기존 복지체계의 구조조정을 통한 경제적 지원방안, 특히 청년층에 대한 지원 확대 등 대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대선주자간 논쟁이 이미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복지성격을 가지면서 경제 활성화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기본소득형태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당장은 기존 가용재원의 재조정을 통해서 지원하고, 장기적으로는 증세를 통해 안정적인 기본소득제를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김부겸 전 의원이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고용보험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불평등 해소가 더 급하다는 논리다. 박 시장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는 4대 보험이나 고용보험이라는 튼튼한 우산을 갖고 있지만 아무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자영업자는 비를 쫄딱 맞을 수밖에 없다"며 "이들에게도 우산을 씌워줄 전 사회적 보편적 고용안전망을 완성해야 한다"고 했다. '고용보험 가입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는 계기로 삼자'는 정부의 구상과 궤를 같이 한다.

민주당 안에서 차기 주자들간 정책경쟁을 환영하면서 지지층간 배제 이슈로 작동할 것을 염려하기도 한다. 실제 기본소득제에 대한 민주당 일각에서 '우파적 기획에 함몰된다'는 공세가 나오기도 한다. 또 찬반양론으로 흐를 경우 정상적 논의를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민주당내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 있는 이낙연 의원은 "기본소득의 취지를 이해하고 찬반 논의를 환영한다" 정도의 입장을 내놓고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장 앞에 있는 후보가 양자택일로 선택할 사안은 아닐 것"이라며서도 "이슈 자체가 대선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전제로 논의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입장을 내놓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한 의원은 "기본소득제를 두고 이미 고용보험 틀 안에 들어와 있는 국민과 보호받지 못하는 국민의 선택이 다를 수 있다"면서 "지지층 안에서도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입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배제가 아니라 정책경쟁 차원에서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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