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철 변호사의 재개발·재건축 이야기(1)
재개발·재건축, 상가권리자 보호 방법은?
상가(근린생활시설) 소유자는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을 반기지 않습니다. 반기지 아니할 정도가 아니고 극렬히 반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개발·재건축조합 설립 추진위원회는 상가 소유자들로부터 조합설립 동의서를 징수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조합 설립 후에도 상가 소유자들의 방해로 끊임없이 난항을 겪기도 합니다.
정비사업, 주택 소유자에게 대부분 유리
상가 소유자들이 재개발·재건축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고 착공하는 수년간 상가 세입자로부터 임대료를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소유자가 직접 상가에서 자영업을 하는 경우 그 기간 동안 생계를 이어갈 수가 없게 되기 때문이죠.
또한,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구역 내 소유자 중 80~90%가 주택 소유자들에 해당하고, 상가 소유자는 많아야 20% 정도에 불과합니다. 정비사업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조합원 총회 의결 방식은 다수결이므로,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은 사업진행 과정상 주택 소유자 위주의 방향으로 결정됩니다.
일례로, 서울 강동구의 한 주택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에서는 신축 상가 용적률을 아파트 부분의 용적률로 사용함으로써 신축 상가 규모가 줄어드는 내용의 설계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상가 소유자들에게 구체적인 보상을 정하지 아니하는 내용의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였습니다만, 법원은 이러한 내용의 관리처분계획이 위법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기도 하였습니다.
대법원은 관리처분계획에 대해 토지 등 소유자의 지위나 권리·의무의 인정 등을 제외한 사항에 대하여 상당한 범위의 재량, 이른바 계획재량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토지 등 소유자 사이에 다소 불균형이 초래되더라도 소유자 재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 아닌 한 그 관리처분계획을 적법하게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조합이 상가 건물의 구조를 설계하거나 권리관계 내용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건물 소유자와 상가 소유자 사이에 다소 불균형이 초래된다고 하더라도 위법하지 않게 됩니다.
이러한 사정으로,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은 그 구조상 상가 소유자들과 관련된 중요문제를 주택 소유자가 상가 소유자 이해에 반하는 방향으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비사업에서 상가조합원 권리를 보호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그 해결책은 “상가독립정산제”약정에 있습니다.
상가소유자, 상가독립정산제로 권리보호 가능해
상가독립정산제란 아파트(주택)와 상가를 분리하여 개발이익과 비용을 별도로 정산하고, 상가 조합원들로 구성된 별도의 기구(상가협의회)가 상가에 관한 설계 및 권리관계 내용을 자율적으로 마련하는 방식입니다.
다시 말하면, 상가 신축분양 수익금에서 사업비를 제외한 개발이익금은 상가 조합원들에게 분배하고, 주택 조합원의 종전 토지에 신축하는 아파트 분양수익금에서 아파트 신축에 소요되는 사업비를 제외한 개발 이익금은 주택 조합원에게 분배하는 것입니다.
이 방식에 의하면, 상가에 관한 설계 및 권리관계를 상가 조합원들로 구성된 기구가 별도로 정하고, 그로 인하여 발생한 수익금은 상가 조합원들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이해가 상충되는 주택 조합원에 의하여 상가 조합원의 권리관계 내용이 정해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 상가독립정산제 약정이 체결되었는데도 다수 주택 소유자에 의하여 상가 소유자의 이해에 반하는 사업시행계획이나 관리처분계획이 수립되었다면 이는 위법한 것으로, 행정상 취소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상가독립정산제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조합의 정관에서 규정하여야만 조합 내부적으로 업무집행기관을 구속하는 효력을 갖는다”라고 판시한바 있어 정관에서 상가독립정산제를 정하지 아니하는 이상 상가독립정산제 약정은 그 효력을 갖지 못합니다.
결국,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에 참여한 상가소유자들은 조합과 상가독립정산제 약정을 체결함으로써 본인들의 권리를 보장받을 있습니다. 그리고 조합설립 전이라면 조합설립동의를 하는 조건이나 조합설립 이후라면 사업에 적극 협력한다는 조건 등으로 상가독립정산제의 내용을 조합 정관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약정이 온전한 효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