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에 황새 두루미 한마리도 없다"
이해못할 부산시 철새조사
낙동강환경청 재조사 통보
대저대교 연내 착공 무산
부산시가 대저대교 건설과정에서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동양 최대 철새 도래지인 낙동강 하류에 대해 6년간 10차례 이상 조사를 진행하면서도 천연기념물이자 1급 멸종위기 조류를 단 1마리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질 조사 등 일부 환경영향평가서 내용이 조작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가장 큰 관심분야인 낙동강 철새조사 마저 부실 의혹이 확인된 것이다.
15일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부산시 관계자를 불러 대저대교 건설을 위한 환경영향평가서 제출시 낙동강 철새에 대한 정밀 재조사를 실시하라고 통보했다. 부산시와 환경단체,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추천한 기관 등 3자가 겨울철 공동조류조사를 하고 결과에 따라 노선변경을 포함한 저감대책을 마련하라는 내용이다. 이 자리에는 환경단체 대표들도 참여했다. 구체적인 조사기간과 방법 등에 대해서는 추후 합의하기로 했다.
통상 철새 정밀조사가 10월부터 3월까지 실시되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대저대교 착공은 사실상 무산됐다. 그동안 부산시는 부실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보완해서 제출하면 연내 착공은 문제 없다"는 입장이었다. 철새에 대한 저감대책 마련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대저대교 노선도 옮겨야 한다.
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철새 조사내용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부산시는 지난 2019년 2월 제출한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에 2014년 전략환경영향평가 때부터 2019년 1월까지 11차례의 철새 조사 내용을 담았다. 문제가 될 수 있는 1급 멸종위기 야생동물이자 천연기념물인 황새, 노랑부리백로, 저어새, 흑고니, 매, 두루미, 참수리, 흰꼬리수리 등은 낙동강 하구에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했다. 반면 계획노선 및 주변지역에 관한 각종 문헌조사에는 이들 조류를 포함해 52과 283종의 조류가 분포하고 있다고 썼다. 부산시가 2017년까지 실시한 낙동강하구 생태계모니터링에서도 51과 268종의 조류가 서식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과거에는 있었는데 대저대교 영향평가조사 때는 한 마리도 없었다'는 모순된 내용을 평가서에 담은 것이다.
2급 멸종위기 야생동물이자 천연기념물 역시 조사결과는 비슷하다. 참매 새매 재두루미 뜸부기 수리부엉이는 한 마리도 없었으며 독수리와 물수리 잿빛개구리매만 극히 일부 발견됐다고 보고했다. 재두루미는 2019년 1월 정밀조사까지 했지만 낙동강과 서낙동강에는 이제 도래하지 않는다고 결론내렸다.
백조로 불리는 큰고니 서식지를 대저대교가 관통하는데도 알려진 것과 오차가 너무 컸다. 부산시가 기록한 것은 2019년 1월 233 마리지만 같은 시기에 조사한 환경단체 조사에는 1520 마리로 기록돼 있다.
박중록 낙동강하구지키기 전국시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안 보고 싶은 것만 피해 절묘하게 사진 찍고 얼렁뚱땅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청 관계자는 "생태계 조사에 대해 부산시와 조사업체쪽에서 자료도 안 내놓고 비협조적이어서 수사의뢰했고 최근 검찰송치까지 됐다"며 "낙동강 개발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인 철새 조사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계속 의구심이 있다니 3자가 조사를 해 보자는 취지"라면서도 "부산시가 주도해서 조사하는 것에 변함이 없고 서로 확인을 해보자는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