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달러스와프로 유동성 위기 완화"

2020-06-22 12:14:46 게재

FT·이코노미스트지

글로벌 금융시장이 지난 3월 달러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 정상으로 회복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주요국 중앙은행들과 달러스와프를 시행한 덕분이다.

지난 3월 9~20일 달러는 6개국 통화 바스켓 대비 8% 이상 급등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경악해 안전자산인 달러에 몰려들면서다. 하지만 현재 달러 가치는 올해 초 수준으로 안정됐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 밖에 있는 은행들이 진 달러 부채는 10조달러가 넘는다. 이들은 달러자본을 조달하기 위해 주로 달러 표시 단기채권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한다. 양도성예금증서(CD)와 회사채 등이다. 머니마켓펀드(MMF)이 주요 매입주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투자자들이 이런 펀드에서 돈을 빼내기 시작했다. 글로벌 은행들은 달러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리스크 프리미엄을 최고 1.4%p 더 내야 했다.

역외시장이 미국 금융시장과 절연된 게 아니기 때문에 그같은 위기감이 미국 내로 밀려들었다. 연준이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연준은 지난 3월 15일(현지시간) 영국과 캐나다 유로존 일본 스위스 중앙은행들과 통화스와프 조건을 대폭 완화했다. 나흘 뒤엔 브라질과 멕시코 싱가포르 한국 등 9개국 중앙은행을 추가해 통화스와프를 확대했다.

4월말 기준 10개국 중앙은행들이 연준과 4400억달러 규모의 스와프를 실행했다. 연준의 1분기말 총자산의 15.3%다. 달러를 가장 많이 교환한 곳은 일본중앙은행이었다. 미국 외교협회(CFR) 브래드 셋서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일본 은행들은 해외 대출이 과도해 달러가 많이 필요하다"며 "또 일본의 연기금과 보험사들 역시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달러 자산에 대한 헤징을 위해 달러를 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보고서에서 "조건이 좋은 달러 자금조달은, 금융 기관들이 보유중인 달러자산을 헐값 매각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준과 1차로 통화 스와프를 맺은 5개국의 경우, 달러 조달 비용이 급감했다. BIS 보고서에 따르면 5개국 일부 은행들은 미국 은행들보다 더 저렴하게 달러를 빌렸다.

지난 20일 유럽중앙은행과 영국·일본·스위스 중앙은행들은 "다음달부터 연준 통화스와프를 매일 시행하던 것에서 일주일 3번 시행하는 것으로 변경한다"며 "최근 달러 수요가 줄어든 결과이자, 달러 펀딩 조건이 개선된 결과"라고 말했다.

도이체방크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연준의 개입은 달러 환율 급증과 주식시장 투매를 완화하는 데 핵심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20일 기준 연준이 스와프한 달러 총액도 2795억달러로 줄었다.

한국과 멕시코가 연준과 맺은 달러스와프 계약도 오는 25일, 26일 만기가 돌아온다. 계약기간을 연장할지 여부를 곧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지난 2주 동안 달러를 바꿔가지 않았다. 달러 수요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연준은 지난 3월 통화스와프 계약은 최소 6개월 동안 시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코노미스트지는 "연준은 스와프 대상 국가에서 배제된 나라들은 연준의 의도를 의심할 위험성이 있다"고 전했다. 터키의 경우 오래 전부터 달러 스와프를 갈망하고 있다. 인도 역시 마찬가지다.

연준과의 통화스와프를 선호하는 이유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대출처럼 '위험한 국가'라는 낙인 효과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관세·독점규제국 국장 마르첼로 미네나는 FT 기고에서 "중국과 인도 러시아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배제됐는데, 연준의 차별 전략은 미국에도 리스크를 줄 수 있다"며 "중국과 사우디 등 일부 거대 투자국이 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보유중인 미국채를 청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점을 의식해 연준은 3월 말 외국 통화당국을 위한 '임시레포기구'(FIMA Repo Facility)를 설립했다. 연준에 계좌(FIMA 계좌)를 가진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중인 미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대출받을 수 있게 했다. 초과지급준비금 이자(IOER)에 0.25%p를 더 내는 조건이다. 하지만 인기는 없는 편이다. 달러스와프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기 때문.

달러 부족을 겪는 일부 국가들은 외환보유고에 손을 대고 있다. 사우디가 대표적이다. 사우디는 2~4월 간 보유중이던 미국채 1/3(약 600억달러)을 매각했다. 중국도 4월 190억달러를 매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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