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설공단, 폐업한 사업자에 변상금 부과 논란

2020-06-24 00:00:01 게재

상암 월드컵경기장 웨딩홀 철거 '분쟁'

시설공단 "원상복구 안해 변상금 부과"

웨딩업자 "후속입찰 지연 책임 떠넘겨"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내 웨딩시설 철거문제 등을 놓고 서울시설공단과 민간사업자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공단은 사업자가 계약해지 후 웨딩시설을 원상복구하지 않았다며 변상금을 청구했고, 사업자는 경영난으로 폐업까지 했는데 후속 입찰이 늦어지면서 시설을 비워둔 책임을 자신에게 떠넘기려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23일 서울시설공단 등에 따르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4년 3월부터 웨딩홀을 운영한 ㈜무궁스칼라티움(무궁)은 경영악화를 이유로 사업을 포기, 지난해 5월 21일 계약을 해지했다. 양측은 이미 예약된 예식 25건을 7월 7일까지 일일대관 형식으로 이행했다. 무궁측은 이후 영업장을 폐쇄, 열쇠를 공단에 반납하고 폐업했다.

문제는 예식장 관련 시설물 처리였다. 무궁측은 2014년 예식시설을 낙찰 받은 뒤 15억원을 들여 최고급 예식시설을 갖췄다. 무궁측은 후속 입찰을 통해 예식업을 이어갈 경우 웨딩시설을 철거하는 것은 공적 재화의 낭비이니 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되 다른 시설로 활용하겠다면 즉시 1주일 내로 철거하겠다는 입장을 공단에 전했다. 앞서 무궁은 경영이 어려워지자 지난해 2월 '서울개인택시복지법인'과 협약을 맺고 해당법인이 영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공단측에 협의를 요청했다가 관련법상 불가하다는 회신을 받고 포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단은 무궁측과의 면담 및 공문을 통해 '원상회복 및 명도'를 요구했다. 해당 시설을 계속 예식장으로 쓸지, 다른 용도로 활용할지에 대한 계획은 밝히지 않았고 지난해 11월 '어떤 계획도 결정된 바 없다'는 의사를 무궁측에 전했다. 이후 같은해 12월 31일 '공유재산 무단점유에 대한 변상금' 5억7500만원을 부과했고 올해 1월 4억3100만원의 계약보증금 납부고지서도 발송했다.

이에 무궁측은 변상금 부과 처분 취소 행정소송과 채무부존재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공단측은 2월 13~16일 1억1200만원을 들여 웨딩관련 집기류 등을 빼내는 강제집행에 나서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무궁측은 "공단이 형식적으로 명도와 원상복구 계획서를 요구했지만 실제로는 (후속입찰) 결정이 나지 않았다고 해서 원상회복을 미루고 있었을 뿐"이라며 "공단이 후속 입찰 지연으로 시설을 비워둔 책임을 모두 우리에게 떠넘겨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상수 무궁 대표는 "열쇠를 주고 폐업신고하고 연말까지 계약된 125건을 취소하는 등 아무런 영업이나 무단점유 사유가 없었다"며 "계약시 재소전화해조서가 있어 우리 의사와 무관하게 언제든지 철거할 수도 있었는데 5개월여를 끌다가 사실상 밀린 임대료 내라고 갑질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반면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사업자가 요청해 계약을 해지했고, 시설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업체측과 무관한 문제"라며 "후속 사업자가 정해지면 권리금을 받겠다는 의도인 것 같은데, 법에 따라 건물 명도하고 원상회복시키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업체측이 자발적으로 원상회복 및 명도 의무를 이행해줄 것을 15회 넘게 요청했지만 끝내 이행하지 않아 부득이 무단점유에 관한 변상금 부과 및 강제집행 등 법적인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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