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취업 운운하는 건 가혹한 폭력"

2020-06-26 11:10:00 게재

인천공항 보안검색요원 억울함 호소

공사도 "정규직 단초는 밀입국 사건"

인천공항 보안검색요원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 보안검색요원 정규직 전환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인 보안검색요원들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가짜뉴스로 인해 쏟아지는 비난 때문이다.

◆2016년 밀입국 사건이 단초 = 현재 인천공항 종사자는 1만1400여명이다. 이 가운데 정규직은 1400여명이다. 무려 1만여명이 비정규직 종사자다. 정확히는 60개 용역회사 소속 9785명이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비정규직이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는 인천공항 개항 이후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노-노 갈등 확산 | 인천공항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노-노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노조는 25일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규직 전환에 반대했다. 연합뉴스


특히 이번에 논란이 됐던 보안검색요원 정규직 전환 문제는 2016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두 차례 밀입국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를 두고 공항 안팎에서 '보안검색 직원 절반이 경력이 2년도 안 돼 뚫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인천공항공사가 이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당시 공사 의지만으로는 이를 단행하기 어려웠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2016년 밀입국 사고 이후 보안 분야 직고용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했지만 당시 정부가 동의하지 않아 이를 구체화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7년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외부일정으로 인천공항을 방문, 1만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당시 인천공항공사는 비정규직 1만명 모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고, 3년만에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실제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3년 동안 노·사·전문가협의회 논의를 거친 끝에 비정규직의 2/3인 7652명을 자회사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5840명은 시설관리·운영서비스·경비 3개 자회사 배치를 마쳤고, 1802명은 이달 말 신분이 바뀐다. 소방대와 야생동물 통제 용역 241명은 공사가 직접 고용하기로 하고 현재 채용절차가 진행 중이다. 마지막 남은 비정규직 직원이 바로 이번에 논란이 됐던 보안검색요원 1902명이다.

보안검색요원은 직고용 대상이었는데 지난 2월 노·사·전 회의에서 새로운 문제가 제기됐다. 이들이 특수경비원 신분인 탓에 공사가 직고용하는데 법적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결국 당시 회의에서는 보안검색요원들을 경비 자회사에 우선 배치한 뒤 법적 문제가 해소되면 그때 직고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인천공항공사는 보다 쉬운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보안검색요원들의 신분을 청원경찰로 전환해 채용하는 방식이다. 이미 정부세종청사와 수자원공사 등에서 이 방법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 사례가 있다.

◆노-노 갈등 확산 = 인천공항공사 노동조합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의 독단적 결정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1만여명이 배제됐고, 이로 인해 이미 공사 자회사 직원으로 전환돼 일하고 있는 근로자, 공사 직고용에서 배제된 근로자, 취업준비생 등 모두가 동요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결정이 기존 정규직 및 취업준비생의 평등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기존 정규직 노조는 이번 보안검색요원의 직고용 규모에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번에 직고용되는 인원이 1902명으로 기존 정규직 1400명보다 많다. 노조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고, 복수노조가 되더라도 단체교섭권을 내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보안검색요원 일부도 불만이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화 방침을 밝힌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자들은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다. 이들은 공개경쟁을 거쳐야 한다. 혹시 모를 채용비리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이 때문에 오히려 자회사 정규직이 되는 게 더 쉬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들 규모도 전체 보안검색요원의 40%인 800여명에 이른다. 공민천 인천공항 보안검색서비스노조 위원장은 "채용시험이 어떻게 진행될지, 탈락자에 대한 고용유지 대책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 밖에도 이미 자회사 정규직 전환이 확정된 노동자들의 직고용 요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천공항을 벗어나 다른 공기업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잘못된 정보가 논란 부추겨 = 인천공항 정규직화 논란이 확산되면서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들이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연봉 5000만원'이다. 자회사 임시편제 보안검색요원의 평균 임금수준은 약 3850만원이며, 청원경찰로 직고용시에도 동일 수준 임금으로 설계·운영된다. 수자원공사 청원경찰 3530만원, 한국공항공사(특수경비) 3450만원 수준과 비슷하다. 또 다른 오해가 '아르바이트로 입사했다 정규직 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특수경비요원은 아르바이트 형태로 고용할 수 없다. 특수경비원 교육을 88시간 이수해야 입사가 가능하다. 입사 이후에도 매달 법정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인천공항에서 퇴사율이 가장 높은 직종으로, 입사 6개월 후 퇴사율이 40~60%나 된다. 높은 업무강도, 장시간 야간업무 등이 원인이다. 한 고참 보안검색요원은 "신분이 안정되고, 용역회사 중간착취도 사라지면 그나마 지금보다는 다니고 싶은 직장이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안검색요원은 "보안경비 분야는 20년씩 다닌 사람도 월 290만원 정도 받는다"며 "이를 두고 로또 취업 운운하는 건 너무 가혹한 폭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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