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쌍용차노조 소송 취하 권고 2년째 무시

2020-06-30 12:13:28 게재

경찰 인권침해조사위 2018년 취하 권고

인권위 "노동자 인권침해" 의견 대법 제출

2심, 노조에 "11억원과 이자 배상 판결"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가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취하를 권고했지만 경찰청이 이를 무시하고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증가하면 노동3권의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찰청을 비판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때 경찰이 저지른 인권침해사건을 조사했던 진상조사위가 2018년 8월 쌍용차 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는 쌍용차 사건을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한 노동자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하고, '사과와 재발방치 대책 수립', '국가(경찰)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가압류 취하' 등을 권고했다. 이에 경찰청은 지난해 7월 집회시위 현장에 경찰특공대 원칙적 투입 금지와 가압류 취하 등 권고사항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경찰청은 아직까지 쌍용차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취하하지 않았다.

경찰은 2009년 파업 강제해산 당시 노동자들이 새총으로 너트와 볼트를 쏘아 경찰 기중기 등이 파손됐다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모두 국가가 승소했다. 서울고법은 2016년 5월 노조에 손해배상액 11억 6700여 만원과 그에 따른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노조는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법률문제를 다투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야 한다는 게 경찰 입장"이라며 "승소하면 배상액 집행은 그 때 다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찰청이 소송을 고집하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국가가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정당성이 없다는 의견을 대법원에 제출했다.

인권위는 "쌍용차 파업과 관련한 국가와 경찰 대응에 위법성과 부당함이 있었다"면서 "과도한 손해배상 책임으로 노동3권 행사가 위축되지 않도록 담당 재판부가 이를 심리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또 "경찰이 당시 위법하고 부당한 강제진압을 자행하여 쟁의행위에 참여한 근로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사태를 악화시킨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의견 제출은 지난해 11월 인권위 전원위원회 의결에 따른 조치다. 인권위 의견 제출권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장석원 금속노조 언론부장은 "국가인권위 의견 제출로 손배소 정당성이 사라졌다"면서 "쌍용차 노동자에 대한 국가 손배소는 폭력의 가해자가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뒤집힌 법 집행"이라고 지적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방국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