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보수 대선주자들 … "내가 적임"

2020-07-06 13:06:43 게재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이 연일 차기 대선과 관련된 언급을 쏟아내자, 차기를 염두에 둔 주자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보수층에게 "내가 진보주자에 맞설 능력을 갖춘 적임자"라는 메시지를 주려는 고민이다.

빈소 찾은 원희룡 |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달 18일 고 홍사덕 전 국회부의장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건 원희룡 제주지사다. 원 지사는 5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반포 아파트를 팔지 않은 걸 겨냥해 "운동권 출신 586도 강남아파트에 집착한다"고 비판했다. 원 지사는 "2002년 전세값이 너무 올라 할 수 없이 융자를 끼고 (지역구인 양천구에 위치한) 주상복합아파트를 샀다가 2014년 제주도지사에 출마하면서 그 집을 팔고 고향 제주도로 갔다"며 "팔지말라는 조언이 많았지만 조금도 고민하지 않았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밝혔다. 원 지사가 판 주상복합아파트는 2000년에 준공한 목동 B아파트다. 2014년 8억 5000만원(50평 기준)이던 아파트값은 최근 14억 5000만원 안팎에 매물이 나와있다. 원 지사는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강남아파트에 집착하는 '기득권 진보'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본회의 참석한 홍준표 |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지난달 12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원 지사는 "(보수에서) 20년간 계속 개혁을 외쳐왔고 보수 속에서는 가장 진보적인 사람"이라며 '기득권 보수'와도 차별성을 두고 있다. 원 지사가 이념과 기득권을 넘어선 대안주자로서의 면모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문재인정부를 연일 비판하면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홍 의원은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3년간 문정권이 벌인 위장평화쇼는 이제 막바지에 왔다"며 "문정권이 이번 안보라인 인사에서 친북세력을 총결집시켜 또 한번의 위장평화쇼를 기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외 신세인 오세훈 전 의원도 'SNS 정치'에 열심이다. 오 전 의원은 대북문제와 인국공 사태, 기본소득제, 법무부-검찰 충돌 등 주요 이슈를 놓고 연일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꽃다발 받는 김무성 | 통합당 김무성 의원이 지난 5월 형제복지원 피해자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보수 차기구도에서 '중추 역할'이 예상되는 김무성 전 의원은 전직의원 46명과 포럼 '더 좋은 세상으로'을 꾸리고 2차 세미나까지 진행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일 "문 대통령은 8번째로 실패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 "(통합당은) 등원해 국민에 각인할 의정활동을 해야 한다"며 여야 모두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 비대위원장이 "당 밖에 꿈틀거리는 사람이 있다"고 말해 졸지에 대선주자 반열에 오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도 주목 받는다. 김 전 부총리는 올초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을 만들어 계층이동과 혁신성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농부와 자영업자, CEO, 양돈업자 등을 두루 만나고 있다.

이에비해 유승민 전 의원과 황교안 전 대표 등은 조용한 편이다. 유 전 의원은 총선 이후 각계 전문가들을 만나 보수 혁신과 대선 정책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의원 측근의원은 "가을쯤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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