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경제학 노벨상, 기후변화 대처에 득보다 실이 크다?
AFP "2018년 노드하우스 수상 효과에 과학계·경제학계 우려 커져"
하지만 선도적인 과학자와 경제학자들은 기후변화 대처과정에서 또 다른 걸림돌이 불거졌다며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바로 201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윌리엄 J. 노드하우스의 획기적인 역작이다.
거의 반세기 전, 경제학계가 자원 희소성에 매달리고 있을 때, 노드하우스는 환경파괴가 경제성장에 장기적으로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산화탄소 배출의 위험 수준을 정확하게 예측했다.
1974년부터 예일대 경제학 교수로 재직중인 노드하우스는 2년 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나는 기후변화가 우리의 지구와 미래에 위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기원을 이룬 1991년 연구에서 온실가스 감축조치에 따른 비용과 이익을 분석했다. 경제학과 에너지 사용 그리고 기후변화 사이의 상호작용에 관한 통합평가모델인 'DICE'(Dynamic Integrated Climate-Economy)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정책결정자들이 온실효과를 늦추는 정책을 어떻게 펼치느냐에 따라 비용과 편익이 얼마나 변하는지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계산하는 이론이다.
그는 또 온실효과를 개선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모든 국가에 통일적으로 탄소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노드하우스의 연구모델은 지구온난화의 급진적 속도나 경제학 부문에서 새로운 접근법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며 "현재 기준으로는 득보다 실이 크다"고 우려한다.
문제는 노드하우스의 결론이다. 그는 지구의 온도를 산업시대 이전 대비 3도씨 이하로 낮추는 비용이 온난화를 피했을 때의 혜택을 능가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요한 록스트롬 소장은 AFP에 "그의 결론은 기후과학과 병립하지 않는다"며 "3도씨 온난화는 인류에게 재앙적 결과를 가져온다는 건 자연과학에서 이견이 없다"고 지적했다.
노드하우스의 연구에 대해 기후학자들이 오래 전부터 비판했다. 하지만 경제학계의 비판은 최근의 일이다. 컬럼비아대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AFP에 "그의 DICE 모델은 심각한 오류가 있다. 진지하게 받아들여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 역시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는 "우리는 지구를 버리고 이주해 갈 또 다른 행성을 갖고 있지 않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무모하다"고 말했다.
뉴욕대 경제학자 거노트 와그너는 지난 10년 동안 기후변화 경제학에 대한 대안적 접근법을 연구했다. 그에겐 현재의 논란이 타이밍의 문제를 담고 있다. 와그너 교수는 AFP에 "노드하우스는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면서도 "그가 20년 전 노벨상을 받았다면 기후정책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2년 전 수상했다는 사실은 여러 측면에서 역사의 후퇴"라고 말했다.
탄소배출의 사회적 비용
AFP는 노드하우스 교수는 '이런 비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메일을 보냈지만 그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다"며 "그들의 비판은 절반의 진실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 요점은 이번 세기 유럽연합 밖에서는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탄소세 등의 국가적 제도, 탄소세 협약 등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 이는 오늘날 나의 노력이 지향하는 바"라고 덧붙였다.
노드하우스의 획기적인 성취물에 대한 논쟁이 상아탑 내 논쟁에 그친다면, 한때 선구적인 아이디어가 시대흐름에 뒤처진다고 해도 그리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논쟁은 학계에 그치지 않는다. '인류가 번성하느냐 아니면 가까스로 생존하느냐'가 달린 기후문제의 이해관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노드하우스와 공동으로 논문을 쓴 예일대 경제학자 케네스 질링엄은 "그가 가장 크게 기여한 건 각국의 환경 정책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쳤다는 것이다. 모든 노벨상 수상자들이 그처럼 큰 영향력을 갖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탄소의 사회적 비용'을 고안해냈다. 그보다 큰 영향력은 없다. 지구온난화가 일으킨 피해를 계량화하고 이를 막기 위한 정책적 행동을 지목한다. 즉, 탄소배출을 억제하는 데 필요한 탄소의 비용이다.
뉴욕대 와그너 교수는 "기후를 경제학적으로 분석하는 성배가 있다면, 그것은 탄소의 사회적 비용"이라고 말했다.
노드하우스는 지구온난화에 비용-편입 분석을 적용한 첫 번째 경제학자다. 그는 "탄소배출을 줄이고 기후변화를 둔화시킬 비용을 한 축에, 경제적 피해 감소를 또 다른 축에 놓고 연구했다"고 말했다. 즉 인류가 50년, 100년, 200년 뒤의 기후변화 충격을 피하기 위해 오늘 현재 지급해야 할 비용은 얼마인가다.
노드하우스는 그같은 계산을 위해 지금까지 가치가 부여된 적이 없는 어떤 것에 값을 매길 필요가 있었다. 바로 1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이다.
미래세대 피해 경시?
노드하우스 교수는 그 가격을 이산화탄소 1톤당 40달러로 매겼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점진적으로 오른다.
와그너 교수는 "그의 셈법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미국이 탄소의 사회적 비용을 결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며 "미국은 파리기후협약과 청정전력계획 등에서 자국의 역할과 기여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탄소의 사회적 비용'이라는 선도적 아이디어를 도출한 그의 공로에 이견의 여지는 없다. 하지만 그 적용방식이 현실과 괴리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탄소 오염의 가격을 결정하려면 기후변화가 미래에 얼마나 많은 피해를 끼칠 것인가를 추정해야 한다. 즉 지금부터 50년, 100년 뒤 해수면의 상승이나 보다 빈번한 폭염 등 피해에 '할인율'을 적용한다. 미래시점의 일정 금액과 동일한 가치를 갖는 현재시점의 금액(현재가치)을 계산하기 위해 적용하는 비율이다.
이 추론의 전제는 단순하다. 글로벌 경제는 계속 성장하고, 미래 사회는 더 부유해지고, 보다 나은 기술과 보다 많은 자본이 축적돼 현재보다 더 쉽게 환경 피해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드하우스 등 이런 고전적 접근법을 사용하는 경제학자들은 일반적으로 미래의 피해 규모를 연 4~5%씩 할인한다. 이는 매년 누적된다.
하지만 과학자들과 일부 경제학자들은 그처럼 높은 할인율은 미래 세대가 감당할 리스크를 경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100년 뒤인 2120년 기후변화 피해가 2조달러라고, 이를 막기 위해 현재 필요한 연간 투자액을 글로벌 GDP의 약 1%(8600억달러)라고 하자. 이는 영국 런던정경대 니콜라스 스턴 교수가 2006년 논문에서 제시한 것이다.
만약 미래세대의 피해가 연 4~5%씩 할인된다면, 1세기 뒤 피해의 규모는 150억~390억달러로 급락한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비용보다 20~30배나 낮다.
스턴 교수는 0.5% 할인율이 더 적합하다고 본다. 그가 제시한 대로 계산하면 1세기 뒤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 가치는 1조달러를 넘는다. 따라서 글로벌 GDP의 1%를 투자해야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스턴 교수는 2018년 노벨상 수상식 직후 "기후변화의 비용을 과소평가하게 되면, 전 세계 지도자들이 생명과 삶에 대한 리스크뿐 아니라 기후변화 대책의 긴급성도 이해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후변화 회의론자를 위한 무기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지구계과학센터 마이클 만 소장은 "노드하우스가 제시한 큰폭의 사회적 할인율은 미래세대가 받을 치명적 충격을 과소평가한다"며 "그는 기본적인 윤리적 고려를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드하우스의 계산법은 이미 흐트러지기 시작한 글로벌 기후변화 대책 합의에도 도전과제를 던진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은 산업화 이전 수준과 비교해 지구 온도를 2도씨 이하로 낮출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우연의 일치인지 UN 기후과학패널(IPCC)은 노드하우스 교수가 노벨상을 받는 날, '1.5도씨 이하로 낮춰야 인류와 지구가 안전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록스트롬 소장은 "노드하우스의 결론은 기후변화 회의론자뿐 아니라 현상황에 만족한 주요 행위자들에게 무기를 쥐어주는 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드하우스의 주장에 따르면 사람들은 '경제발전을 고려한 최적의 온도가 3도씨 이하 억제라면, 우리는 중대한 문제를 야기하지 않고도 다음 세기까지 지속적으로 화석연료를 태울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며 "나는 쉘과 BP, 엑슨모빌 등 거대 석유기업이나 자동차업계, 전력회사 등의 CEO들을 만날 때, 그와 같은 주장을 종종 듣는다"고 말했다.
노드하우스의 획기적인 연구 이후 30년이 흘렀다. 그동안 수만 건의 기후변화 연구가 진행됐다. UN 기후과학패널인 IPCC가 요약해서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지구온난화는 한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진행되고 있다.
그 연구들은 지구기후 시스템이 티핑포인트를 넘어설 경우 온난화가 매우 빠르게 가속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노드하우스 연구모델은 온난화를 점진적이고 선형적이라고 가정한다. 티핑포인트를 넘어설 경우 벌어지는 가속화 효과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모델
스티글리츠 교수는 AFP에 "최근 수년 동안 빈번하게 일어난 허리케인과 화재, 가뭄 등 극심한 사건들은 노드하우스 교수의 분석에 적절하게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노드하우스 교수도 최근 이런 비판을 의식해 반박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는 것과 관련한 리스크를 평가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의 연구를 사실에 근거한 게 아닌 자기정당화의 시도라고 일축했다. 만 소장은 "노드하우스 접근법이 실제 세계와 단절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그 어떤 재산과 자본을 갖고도 녹아버린 빙하를 다시 얼릴 수는 없다. 해수면이 상승해 수억명의 사람들이 살 곳을 잃어버리면, 막대한 사회적 불안과 갈등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상황에 대해 정확히 가격표를 매기는 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노드하우스에 대한 가장 신랄한 비판은 금융경제학 리스크 분석을 주요 연구과제로 삼은 자신의 동료들에서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다른 경제적 결정과 마찬가지로 바라보는 학파로, 부정적 이득을 가진 것이긴 하지만 이산화탄소를 자산으로 다룬다.
와그너 교수는 "이산화탄소는 우리를 죽일 수 있는 자산이다. 따라서 우리는 탄소의 부정적 영향력을 정확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드하우스의 DICE 모델은 암암리에 기후변화 피해는 우리가 더 부유할 때 더 악화된다고 가정한다. 그리고 우리는 탄소배출의 비용을 낮게 시작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늘려야 한다고 가정한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가 더 가난해지면 어떻게 될까" 하고 반문했다. 그는 "지구온난화가 이미 글로벌 경제성장률과 생산성을 타격하고 있다는 내용의 연구가 수십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와그너 교수는 "우리는 윤리적 주장으로서 DICE의 결론을 반박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금융적, 재정적 관점을 신중하게 취하면서 이산화탄소의 가격을 계산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공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가격은 이산화탄소 1톤당 20달러, 30달러, 40달러가 아니다. 우리 모델에서는 1톤당 120달러 아래로는 절대 내려울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