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돋보기 졸보기 | 재밌어야 사 먹는다

외식업계 '펀'마케팅으로 '코로나 불황' 돌파

2020-07-10 11:45:28 게재

새 경험·재미 추구하는 '펀슈머' 공략

치즈주머니피자 접는버거 도넛케이크

외식업계가 새롭고 톡특한데 재미까지 더한 '먹을거리'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치즈 주머니가 달린 피자, 접어서 먹는 버거, 도넛 모양 케이크 등이 그렇다. 심지어 듣도 보도 못한 미래식량형 주스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외식업체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얼핏 보면 손님을 끌기 위한 마케팅 전략쯤으로 풀이할 수 있다. 특히 식품업계 새 소비층으로 떠오른 '펀슈머'를 공략하기 위한 고도의 상술로도 보인다. 재미(fun)와 소비자(consumer)를 합친 펀슈머가 제품 성능뿐만 아니라 재미와 즐거움을 위한 소비를 추구하며 새로운 경험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요즘 외식업계 소비를 주도하고 있는 건 당연지사.

하지만 따지고 보면 다 밖에서 사먹는 걸 꺼려하게 만든 코로나19가 근본원인으로 지목된다. 코로나가 펀'F(Fun)U(Unique)N(New)'마케팅을 초래한 셈이다. '코로나불황'을 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외식업계다. 코로나시대, 맛은 기본이고 모양이든 이름이든 재밌고 독특해야 한번이라도 사먹는다는 절박함마저 묻어난다.

◆독특한 생김새로 차별화 = 한국피자헛은 지난달 2일 스위스 라끌렛 치즈, 부드러운 크림치즈, 쫄깃한 모짜렐라 치즈를 가득 담은 주머니 모양 피자를 내놨다. 피자 테두리 부분을 차별화했다. 이름도 '얼티밋 치즈포켓'이다.

피자헛 관계자는 "더 풍부한 치즈를 경험하고 싶어하는 소비자 요구를 반영해 개발된 제품"이라며 "화려한 꽃모양의 독특한 비주얼에 기존 치즈크러스트 대비 테두리부문 치즈양이 2배로 늘어나 먹는 재미에 눈으로 보는 재미까지 선사한다"고 설명했다.

출시 한 달 만에 30만개 이상 팔렸을 정도로 인기다.

피자헛 관계자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도를 통해 기존 매니아 손님뿐만 아니라 새로운 고객층까지 유입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리아도 기존에 없던 생김새로 승부수를 띄었다. 접어서 먹는 '폴더 버거'를 최근 내놨다.

기존 버거와는 다르게 접어서 깔끔하게 한 손으로 들고 먹을 수 있다. 폴더버거는 롯데잇츠앱을 통해 모바일로 주문·배달도 가능하다.

투썸플레이스 도넛 형태의 케이크도 생김새로 눈을 끌고 있다. 이름은 '핑키 초키 도넛 케이크'다. 도넛 모양 초콜릿 구움 케이크에 필라델피아 치즈 크림과 딸기를 얹었다. 여기에 핑크빛 치즈크림으로 색감도 살렸다. 또 응원 메시지를 재치있게 표현한 문구를 넣은 도넛 모양 '이정표'를 꽂았다. 재미와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평가다.

◆전에 없거나 익숙한 맛으로 승부 = 미래 식량을 재료로 활용한 경우도 있다. SPC그룹 생과일 음료 브랜드 잠바주스는 해조류 '블루 스피루리나'(Blue Spirulina)를 활용한 음료가 그렇다. 스피루리나는 30억년 전부터 지구상에 존재했던 미생물로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식량농업기구(UNFAO)가 미래 식량으로 지정했다. 5대 영양소를 비롯 다양한 영양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콩 쇠고기 달걀보다도 더 많은 단백질 함량을 지닌 고단백 식품이다. 스피루리나가 주스나 스무디와 만나면 독특한 천연 색상도 연출한다. 잠바주스는 푸른색을 띄고 있는 해조류인 '블루 스피루리나'를 파인애플, 자몽 등 다양한 재료와 섞어 눈과 입이 모두 재미있는 음료로 통한다.

올초 유행한 '할매 입맛' 열풍을 반영한 제품도 나오고 있다.

자극적인 맛을 쫓다 지친 밀레니얼세대들을 겨냥했다. 밀레니얼세대들은 흑임자 쑥 단호박 등 심심한 전통 재료들을 신선하면서도 재밌다는 반응이다. 국산 디저트 카페 설빙이 선보인 쑥·흑임자·인삼 빙수가 그렇다. 주재료인 쑥 흑임자 인삼은 익숙한 맛인데다 면역력 증진에 뛰어나다는 게 설빙측 설명이다.

아이스크림 브랜드 하겐다즈 역시 익숙하지만 차별화한 맛으로 펀슈머 공략에 나섰다. '칸탈로프 멜론' 아이스크림이 그렇다. 고급 멜론인 칸탈로프 멜론은 재배법도 까다롭고 한 나무에서 1개만 열리기 때문에 일반 멜론(3~4개)보다 출하량이 적고 귀하다. 주로 유럽에서 재배되며 일반 멜론 대비 높은 당도, 깊은 향에 영양소도 많다. 실제 멜론 과육도 듬뿍 들어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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