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부동산대책으로 다주택자들이 얼마나 매물을 내놓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대책의 주요내용이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강화를 통해 이들이 주택을 시장에 내놓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시장에 공급을 늘리는 효과가 있어 집값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대책은 입법화도 못 되고 사라진 지난해 12.16대책보다 한층 강화된 내용이어서 시장반응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대책은 한마디로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폭탄’이라는 평가다. 더이상 여러 채의 집을 보유해도 실익이 없다는 반응이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제 아파트는 끝났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7.10 대책은 다주택자에 대해 보유-양도 및 신규취득 등 전 과정에 대해 세금을 중과하고 있다.

먼저 다주택자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었다.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가 2배 가량 많아졌다. 3주택 이상이거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기존 0.6~3.2%에서 1.2~6.0%로 늘어난다. 게다가 법인은 무조건 최고 세율인 6%를 부과한다. 기본공제 6억원, 세부담상한도 없앴다. 법인 외피를 쓴 다주택자는 더이상 설자리가 없어졌다는 평가다. 그간 법인 주택소유는 다주택자의 종부세 회피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난이 거셌다.

부동산 신탁시 종부세·재산세 등 보유세 납세자도 수탁자(신탁사)에서 원소유자(위탁자)로 바꿨다.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신탁할 경우 수탁자가 납세의무자가 돼 원소유자의 종부세 부담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문제점을 해소한 것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2019년 주택부문 종부세 납세자는 51만1000명(전체 인구의 약 1%)이며, 종부세 중과세율 적용대상은 0.4%(약 20만명) 수준이다. 이중 상당수가 주택을 내놓을지 고민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종부세는 사람별로 부과하는 방식이어서 그간 다양한 변칙이 많았는데 이번에 많이 잡혔다”며 “특히 법인은 거의 매물을 내놓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역시 대폭 올렸다. 기본세율(6~42%)에 20%p(2주택) 또는 30%p(3주택 이상)를 중과한다. 최고세율이 62~72%까지 높아진다. 중개수수료, 지방세 등 여타 비용을 고려할 경우 매각차익 대부분을 세금으로 납부하게 되는 셈이다. 다만 매물유도를 위해 내년 종부세 납부일(6월 1일)까지 시행을 유예한다.

다주택자 진입도 차단했다. 다주택자나 법인 등에 대한 취득세율을 인상했다. 2주택은 기존 1~3%에서 8%로, 3주택 이상과 법인은 12%까지 높였다.

주택을 매각 대신 증여하는 우회로도 차단할 방침이다. 현재 증여세 최고세율이 50%(과세표준 30억 초과)로 현행 3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보다 낮다.

그간 부동산 대책 발표이후 아파트 증여가 급증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7년 8·2 대책 발표 직후인 9월 아파트 증여가 1년 전보다 49.3% 늘었다. 2018년 9·13 대책이 나온 뒤 10월에는 54.1% 늘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보유세 부담에 일부는 주택매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매각보다 배우자나 자녀에게 증여하는 우회로를 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관련 제도를 손질해 조만간 대책을 발표할 방침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10일 방송에 출연해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증여 쪽으로 돌려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정부가 별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증여받은 부동산에 붙는 취득세율을 현행보다 두배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등록임대사업자들이 보유한 물량도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단기임대(4년) 및 아파트 장기일반 매입임대(8년)를 폐지키로 했다. 최소 임대의무기간 경과시 자동등록 말소돼 세제혜택이 사라진다. 해당주택을 계속 보유하면 다주택자로 보유세 폭탄을 맞는다. 계속 주택을 보유할 이유가 사라지는 셈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등록된 임대는 160만가구다. 이중 120만가구는 다세대다가구 주택이고 나머지 40만가구가 아파트다. 5월말 기준으로 임대기간 만료 등록임대는 38만7000가구다. 연말까지 48만가구로 예상된다. 이중 아파트가 약 12만가구로 추정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임대주택 자발적 등록말소시 과태료를 면제하고, 등록말소시점까지 세제혜택을 유지해 이를 활용한 일부 매물이 나와 매물부족에 숨통이 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