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찬성-반대로 양분되는 세계

2020-07-17 11:53:54 게재

아시아타임스 "장기적으로 중국 기술 굴기 촉진"

미국과 일본 호주에 이어 영국까지 5G 무선 이동통신 네트워크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했다. 캐나다는 이들의 결정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뉴질랜드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싱가포르 양대 네트워크 사업자들은 화웨이 대신 에릭슨과 노키아를 선택했다.

'스텔스 재팬' 저자이자 '라이트스트림 리서치' 애널리스트인 스캇 포스터는 16일 아시아타임스 기고에서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로 구성된 '파이브아이즈' 첩보동맹들에다 미국의 아시아 동맹인 일본과 싱가포르 두 나라까지 반 화웨이 전선에 합류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베이징의 화웨이 쇼핑몰 앞에서 사람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중국과 인도 군대가 히말라야에서 소규모 접전을 벌여 20명의 인도 군인들이 죽은 뒤, 인도는 위챗과 틱톡을 비롯해 57개의 중국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을 국가안보를 이유로 금지했다. 화웨이의 5G 장비도 비슷한 운명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과 대만은 각각의 이유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반면 태국과 말레이시아 필리핀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한다. 인도네시아는 아직 5G를 도입할 준비가 안됐다. 친중 성향의 캄보디아는 당연히 화웨이와 ZTE를 받아들였다.

한국은 특수한 경우다. 5G 서비스 출시를 이끌었으며 자체적인 이동통신 장비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있다. 한국에서 화웨이 장비 비중은 10%가 안된다. 주요 사업자 중 LG U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사용중이다.

삼성전자는 한국 SK텔레콤과 KT에 장비를 공급한다. 일본 KDDI와 미국 ATT, 버라이즌, 스프린트에도 장비를 공급한다. 삼성 역시 중국 시안에서 활동한다.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만드는 두 곳의 반도체 팹을 갖고 있다. 이를 화웨이에 공급한다.

삼성전자와 한국은 화웨이와 적대할 경제적 이해관계는 없다. 반면 미국은 한국에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의 뜻을 따른다면 중국으로부터 보복 당할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에릭슨과 노키아의 장비 역시 한국 시장에 나와 있다. 화웨이는 한국에서 더 이상 성장 잠재력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화웨이 5G장비를 환영한다. 터키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 브라질 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화웨이에 독점을 준 건 아니다. 화웨이는 유크라이나에 5G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반 화웨이 전선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연합(EU)은 에릭슨과 노키아를 갖고 있다. 화웨이를 배제하진 않았지만 화웨이가 유럽의 5G 네트워크를 지배하는 것을 용인하진 않을 것이다.

지난해 네트워크장비와 스마트폰, 기타 제품에 대한 화웨이 지역별 매출은 중국 59%, 유럽·중동·아프리카 24%, 아시아태평양 8%, 미주 6%였다. 5년 전인 2014년엔 중국 38%, 유럽·중동·아프리카 35%, 아시아태평양 15%, 미주 11%였다.

5년 동안 화웨이의 해외 매출은 2배가 올랐고, 자국 매출은 4.6배 상승했다. 화웨이는 영국 시장을 잃은 데다 인도 시장도 못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점차 서유럽 분위기도 중국에 까질해지고 있다. 포스터는 "수년 동안 해외 시장을 확대했던 화웨이이지만, 앞으로는 축소 반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5G 시장이면서 한국을 제외하곤 가장 빠르게 5G 서비스를 확대하는 나라다. 업계에서는 올해 말 중국이 전 세계 5G 기지국 설치의 절반 이상, 5G 서비스 이용자의 7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기지국의 절대다수는 화웨이가 공급하고 나머지는 ZTE가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은 25만개 이상이 5G 기지국을 운영중이다. 올해 말 50만개를 목표로 삼았다. 주요 도시 전체에서 5G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의 다음 목표는 기지국 500만개 설치·운용이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 추산에 따르면 중국은 2025년까지 모바일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약 1800억달러를 투자할 전망이다. 투자비 90% 이상이 5G 관련이다. 2025년이면 중국의 5G 서비스 이용자는 8억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 모바일 이동통신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5G 서비스로 업그레이드되면 공공·민간 부문의 온라인 서비스와 교통시스템 모니터링·통제, 산업 자동화 등에서 결정적인 도약이 가능해진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NEC와 파나소닉은 맞춤형 5G 무선 네트워크를 도입하고 있다. '스마트공장'으로 불리는 생산제어 시스템에 활용하려는 목적이다.

포스터는 "중국은 세계 최대 최고 속도의 산업로봇 활용 국가다. 5G로 산업 복합화를 진척시키면, 그동안 수작업 조립공정을 저임금 국가로 빼앗기던 상황을 상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서구에서는 산업 자동화 등의 상황으로 인간 노동자가 쓸모없게 되고 이미 심각한 실업 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논의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꼭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은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로봇과 공장자동화 장비 산업을 갖고 있으면서도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낮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에서 자동화는 고숙련 일자리를 창출하는 원동력이자 줄어드는 노동력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중국 역시 일본처럼 인구 변동의 문제를 안고 있다.

포스터는 "10년 앞을 내다본다면, 중국이 일본과 비슷한 경로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즉 산업로봇과 공장자동화 장비 산업이 대세가 될 것이다. 차이점은 중국의 규모가 훨씬 크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그는 "미국은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이 미국 기술을 사용해 만든 부품과 장비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으면서 그같은 흐름을 중단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이는 중국에 단기적 충격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 의존도를 벗어나기 위해 이미 전방위로 다각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마찬가지로 유럽과 일본 한국, 심지어 중국의 기술과 제품도 미국 수준으로 향상될 것이다. 그러면 중국은 미국 제품과 기술의 대체품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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