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트럼프, 주한미군 감축안 검토중 … '세가지 옵션' 전망

2020-07-20 11:37:40 게재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수천명을 감축하는 방안을 구체화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군 2만8500명 가운데 어느 부대를 어느 규모로 줄일 것인지 본격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7일 보도했다. 펜타곤과 미 합참은 주한미군 감축 옵션들을 백악관에 제시해 현재 집중 검토 작업이 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이 신문은 전했다.

미 관리들은 현재 2만8500명인 주한미군 가운데 몇 명이나 감축할지 밝히지 않고 있으나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6000명 감축을 언급하고 있다.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주독미군들을 9500명 감축하는데 맞춰 주한미군은 6000명을 줄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독미군들은 현재 3만4500명에서 9500명을 감축하는 것으로 공개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독일주둔 미군들을 2만5000명으로 줄일 것"이라고 공개 확인한 바 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이 13일 오후 고 백선엽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에서는 주독미군, 아시아에선 주한, 주일미군, 그리고 분쟁지역에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시리아에서 모두 주둔미군들을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연계 = 주한미군 감축은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아직도 타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계속 불거져 나오고 있다.

한국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2019년 한해 8.2% 인상된 9억2600만달러를 지불했으나 5년이 아닌 1년짜리 였기 때문에 추가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때 5배나 되는 50억달러를 부담하라고 공개 압박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수정제안으로 맞서왔다. 한국은 다시 5년짜리 합의로 되돌려 첫해 13.6%를 인상하며 2~5년차에는 각 7%씩 올리겠다는 제안을 했으나 미국은 1년에 한해 13.6% 인상하라고 요구해 타결하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 연방의회에서는 민주, 공화 당파를 가리지 않고 대체로 주한미군 감축에 반대론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소속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은 주한미군 감축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경북 포항에서 실시한 한미 해병대 연합 공지전투훈련 연합뉴스


스미스 하원군사 위원장은 지난 17일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새 민주당 네트워크'(NDN) 주최 웹비나에서 "하원 군사위는 주한미군이 한국군과 협력해 북한의 전쟁 개시를 막아 왔다고 믿는다"면서 주한미군의 전쟁억지력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한국과 이런 관계를 유지하고 싶고 그렇게 하는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미스 군사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한미양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타결 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백악관이 펜타곤으로부터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제출받아 검토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 직후에 나왔기 때문에 주한미군 감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됐다.

미 의회에서는 매년 국방예산을 담는 국방수권법안에 주한미군을 현 수준인 2만8500명 아래로 감축하는데 예산을 쓰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무분별한 감축에 제동을 거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워싱턴 연방 상하원에서는 오는 10월부터 적용되는 2021국방수권법안을 군사위원회에서 가결하고 있는데 2020 회계연도에 이어 새 회계연도에도 주한미군을 현 수준 이하로 줄이는데에는 예산을 사용 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조항을 포함시키고 있다. 여기에 하원안에서는 행정부가 주한미군을 현재의 2만8500명 아래로 줄일 경우 국방부 장관이 사전에 대북 억지력을 인증하도록 요구하는 것으로 요건을 더 강화하고 무분별한 감축에 제동을 걸 채비를 하고 있다.

◆트럼프 북핵외교에 따른 세 가지 옵션 = 트럼프 백악관이 본격 검토하고 있는 주한미군 감축 옵션은 북핵외교에 따라 세 갈래로 나눠 대응하는 내용을 담고 있을 것으로 미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주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는데 사용해왔으나 주독미군 9500명 감축이 공개 추진되는 것으로 미루어 주한미군도 6000명 감축될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외교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주한미군의 미래를 결정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미국의 싱크탱크들과 전문가들은 대체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은 지난해 6월에 이미 북핵외교에 따라 3가지로 나뉘는 주한 미군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며 세 가지 옵션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첫째, 북핵외교가 진전되면 당연히 주한미군 2보병사단이 대부분 철수하는 등 전면적인 감축이 이뤄지고 미군의 지원역할로 재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에는 한국군이 전시작전권까지 인수받아 자국방어를 전적으로 책임지게 되고 주한미군 2만8500명 중에 2만명이나 차지하고 있는 8군에서 2보병사단 1만명 이상이 완전 철수하는 대신 스트라이커 여단과 같은 신속기동여단이 9개월씩 순환 배치될 것으로 거론된다.

둘째, 북핵외교가 현재처럼 정체될 때에는 2사단 병력을 일부 감축하되 순환배치 기동여단으로 보충하고 실제로는 현 수준인 2만8500명을 유지하는 효과를 겨냥하게 된다. 예를 들어 현대전에 맞춰 2사단 병력 등 지상군을 6000명 감축하는 대신 기동여단 6000명을 순환배치 해 붙박이 주둔 미군은 줄이면서도 기동성은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미군은 공군과 해군력에 더 초점을 맞춰 ISR(정보감시첩보) 자산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주한미군에는 현재 제 7공군 소속 8000명의 공군과 90대의 F-16과 A-10기, 헬기 100여대를 운용하고 있는데 F-35, F-22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들의 대체 또는 증강배치도 거론되고 있다.

셋째, 북핵위기가 다시 악화되면 주한미군은 감축 대신 더 증강하게 될게 확실하다. 더욱이 전쟁억지력과 신속타격능력, 핵보복 능력까지 대폭 강화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