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코로나시대 식량자급률 비상, 밀 콩 참깨 절대 부족"

2020-07-23 11:07:44 게재

국내 식량자급률 46.7% … 2022년까지 55.4%까지 끌어올려야

디지털유통 정착 단계, 지난해 온라인 농식품시장 26% 성장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는 우리 모두가 얼마나 취약한 존재인지, 인간 활동과 자연 사이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줬다. EU는 인류에 건강과 웰빙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자연 식품시스템 생물다양성의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 프란스 티메르만스 유럽연합(EU) 집행위 전 부위원장은 코로나 이후 건강한 농산물 생산과 자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식량자급 문제는 코로나 이후 세계 각국의 중요한 의제로 자리잡고 있다.

농산물 수급안정 전문기관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4월부터 국제곡물수급상황반을 운영하며 식량자급에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이병호 aT 사장은 "코로나19 이후 기업체들은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 자국 회귀)을 추진중인데 식량문제도 국내 생산이 중요해지고 있다. 모든 나라들이 안정적 식량 조달을 중요한 과제로 삼으며 자급률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고 말했다.

사진 이의종


이 사장은 식량안보 관점에서 보면 정부의 이번 뉴딜정책에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그린뉴딜의 핵심이 농업부문에 집중돼 있는 것과 비교해서다. 유럽 그린딜정책에서 친환경농업의 핵심은 2030년까지 영내 모든 농업에서 농약사용량을 50%까지 줄여 자국내 식량안보를 탄탄히 하는 것이다.

이 사장은 "우리도 기본법에 따라 5년 단위로 자급률 목표를 설정하고 있지만, 이 목표를 위한 수단이 없다"며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 있도록 농림축산식품부와 상의해 적극적으로 수단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16일 이 사장을 만나 식량자급 정책과 국내 농산물 수출 현황 등에 대해 들었다.

■ 취임 2년 만에 코로나 사태를 맞았다. aT도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코로나는 모든 것을 바꾸어놓았는데 그중 하나가 우리 식탁이다. 신선하고 안전한 농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은 이제 품질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산 농산물 소비가 늘어났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이런 분위기를 바탕으로 우리는 안전한 먹거리를 비대면으로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조속히 만들어야 할 의무가 생겼다. 이것이 향후 aT의 사업방향이고 존재가치다.

■ 세계가 식량안보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우리 식량자급 현황과 과제는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46.7%로, 수입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1.7%다. 식용곡물(콩 밀)의 안정적 해외조달과 국내 자급률 제고, 국제곡물정보 수집·분석 기능 강화를 통해 식량안보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곡물 수출 국가는 자국 식량안보를 이유로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쌀을 제외한 주요 곡물의 자급률이 매우 낮은 우리는 이 문제에 직면했다. 3월 이후 곡물수출 국가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수출 제한 등으로 곡물 수급위기 요인이 증가하고 있다. 식량안보 협력 체제와 안정적 식량 공급기반 조성이 시급하다. 주요 곡물생산국에 전문인력을 파견하려 한다. 국제 곡물 조달업체와 네트워크를 강화해 정보를 빠르게 흡수하고 위기상황에 대응할 계획이다.

■ 국가 차원의 식량안보시스템 구축이 필요해 보인다.

aT는 식량수급이 불안해질 경우를 대비해 대두는 최소 3개월, 밀은 상시비축 체계를 구축했다. 국내외 농산물을 대규모로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스마트 공공비축기지를 구축해 품질안전 관리에도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국내 절대부족 작물인 밀과 콩, 참깨의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밀은 품종개량과 생산부터 수매비축까지 분야별 개선을 통해 자급률을 끌어올리고, 콩은 정부수매 비축을 확대해 재배면적을 확대할 것이다. 참깨는 계약재배를 통한 생산기반 조성과 식품기업과 연계한 대량 수요처 발굴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국내 생산기반 확충과 품질확보, 국내산 수요확대 등을 통해 46.7%에 불과한 국내 식량자급률을 2022년까지 55.4%로 끌어올릴 것이다.

■ 유럽은 안전한 먹거리 생산과 유통이 국가 정책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한다. 유럽 식량정책은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는 인간의 활동과 자연 사이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준 사례다. EU 집행위는 그린딜 정책의 핵심은 생물다양성 전략과 팜투포크(From Farm to Fork) 전략이라고 했다. 자연과 식품시스템, 생물다양성의 균형을 강조한 것이다.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EU내 사망자가 연간 3만3000명으로 추정된다. 이에따라 EU는 농업분야 살충제 사용을 2030년까지 50% 감축하고, 화학비료는 2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30년까지 축산과 양식용 항생제 판매를 50% 감축하려고 한다. 또 유기농업 면적을 전체 농경지의 25%까지 확대하는 전략이다.

■ 유럽은 그린딜 농업분야에 얼마나 투자하나

EU 집행위는 제품 전면부에 영양표시 라벨링 의무도입을 제안할 계획이다. 건강한 식습관과 안전한 먹거리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다. 건강하고 지속적인 식품환경 개선을 위해 연구혁신 프로젝트에 100억유로를 투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유럽 등 외국과 비교해 국내 사정은 어떤가

우리도 건강한 농식품 생산과 유통을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맞는 유통시장과 생산체계가 필요하고, 이에 따른 예산과 기술 지원을 준비 중이다. 우리 농산물에 대한 선제적 수급관리도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양파 풍작으로 5만톤을 16개국에 수출하는 사업을 지원했다. 국내 수급을 안정화시키고 농가소득을 지켜냈다. 로컬푸드매장도 안착하고 있다. 건강한 먹거리 생산·유통의 균형이 잡히고 있다.

■ 코로나 이후 aT 유통 시스템은 어떻게 변하고 있나

1일 농식품거래소가 새롭게 출범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농식품 유통시장이 정보통신 기술 발전에 따라 2018년 13조4349억원에서 2019년 16조9629억원으로 26% 성장했다. 농식품 유통환경 틀을 바꾸고, 온라인 유통효율활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거래소를 신설했다. 산지 온라인경매와 공공급식확대 등 온라인 유통채널 강화 역량을 키워왔다. 지난해부터 B2B(기업간거래) 유통모델인 산지 온라인경매를 운영해왔다. 6개 품목에 대해 정기 온라인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모바일 경매시스템을 출시하고, 생방송을 통해 원거리에서도 상품을 확인할 수 있도록 고도화할 계획이다. 중요한 것은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 유통인데 균형있는 로컬푸드 공급체계를 구축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 코로나시대에 맞는 핵심과제 발굴에 나섰다고 하는데

최근 정부와 농업인단체, 고객들과 온라인 화상회의로 혁신토론회를 개최했다. 온라인경매 등 언택트 유통채널 확대, 코로나시대의 농식품 수출확대 전략, 국제 위기상황에 안정적 식량공급 체계 구축 등에 대한 논의였다. 우선 국내 생산체계의 안전화가 시급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우리나라가 주로 의존해온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 해외에서는 식품 사재기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시 부족한 일부 농산물의 해외조달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해외조달능력 강황에 대한 고민과 함께 자급률 제고 등 국내 생산체계 안정화를 위한 근본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기조에서 공공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변화가 일고 있다. 미국에서 식품 사재기 사태가 발생했다. 해외시장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 국내 생산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비축 농산물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 정부와 공공의 역할이다. 디지털화가 빨라지면서 농식품 산업에서도 비대면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공공의 역할이 필요한 시기다.

■ 농식품 수출도 위기인가

수출은 오히려 늘었다. 올 상반기 농식품 수출은 코로나19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 이상 증가한 36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대미 수출은 라면과 김치 등의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30% 넘게 상승해 중국을 앞질렀다. 올해 수출의 특이점은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가에서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코로나로 식품소비 경향이 바뀌고 있어 간편식품과 식재료가공식품, 면역력 강화식품을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늘었다.

■ 미국 수출 증가는 의미가 있어 보이는데, 향후 계획은

김치와 라면, 유자차 대미 수출이 크게 늘었다. 김치는 미국에서 건강식품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수출액이 61.7% 증가한 1100만달러를 달성했다. 유자생강차는 대형유통매장에 입점하면서 94% 늘었다. 중국에서는 면역력 강화제품인 인삼 수출이 늘었다. 우리 농식품에 대한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연구를 통해 과학적 효능을 갖춘 건강기능성 식품을 적극 발굴할 예정이다. 또 온라인채널을 이용해 세계에 K-푸드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먹거리 순환체계 구축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농식품 유통모델 발굴이 필요해 보인다.

aT는 우리 먹거리 선순환과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로컬푸드 확산과 학교급식 중심으로 지역별 푸드플랜 정착을 지원해왔다. 로컬푸드 초기에는 직거래사업 일환으로 유통비용을 줄이고, 지역별 로컬푸드 매장을 늘려 소비자들이 좀더 저렴한 가격으로 우리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새로운 유통채널을 만들어 가는데 주력했다. 이후 로컬푸드 인지도를 높였고, 시민사회 주도의 로컬푸드가 확산됐다.

■학교급식이 중단되면서 친환경농산물 판로가 막혔다. 유통 방안은 찾았나

로컬푸드 운영방식을 혁신하고, 학교급식을 뛰어넘어 공공급식이 지역과 농업발전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O2O서비스를 전면 도입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주문결제를 앱을 통해 진행하도록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 운영으로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안전한 먹거리 공급체계를 공공급식 분야까지 확대하고, 33곳의 공공급식시범거래에서 시작해 올해 어린이집 910곳, 사회복지시설 700곳을 목표로 거래를 확대할 계획이다.

■친환경농산물꾸러미 사업과 농식품바우처제도가 정착되고 있다. 현재 상황은

올해부터 임산부 친환경농산물지원사업이 시작됐다. 1년간 48만원 상당의 친환경농산물을 임산부에게 꾸러미 형태로 공급하는 것이다. 임산부와 태어날 아기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농촌과 농업인에게 소득안정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사업이다. 농식품바우처 사업은 소득불균형과 고령화, 1인가구 증가 등에 따라 사회적 취약계층의 식품접근성 개선, 계층간 영양분균형 완화를 위해 중위소득 0% 이하 가구에 1인가구 기준 월 4만원의 전용 전자카드를 지급하고 있다. 이는 국가 푸드플랜과 연계한 먹거리 선순환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새로운 식품소비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 미래유망산업으로 급부상한 식품산업의 육성방안은

식품산업은 성장가능성과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고, 농업 물류 외식 등 전후방 연관산업 파급효과가 크다. 국내식품시장 규모는 2016년 199조원에서 2018년 230조원으로 성장했다. 최근 코로나19로 장기보관이 가능한 간편식품과 면역력 강화를 위한 기능성 식품 등 미래유망식품의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내 식품거래는 지난해 12월 2조6000억원에서 올해 3월 3조4000억원으로 성장했다. aT는 국내 식품외식산업 발전을 위해 식품산업정보포털을 운영하고 있다. 외식산업 활성화와 식품외식산업 인력양성 등 식품산업 육성을 위해 다각도 지원한다.
 
■온라인 판로는 어떻게 확대하고 있나

국내 대표 e커머스와 연계로 온라인 판로를 지원하고 있다. 힘내라 중소식품 온라인기획전(우체국쇼핑몰 옥션 지마켓), 전통식품 온라인기획전(네이버쇼핑몰, 11번가), 지역농산물 기획전(쿠팡 옥션 G마켓 등 7개사) 등을 하반기에도 진행할 예정이다. 침체된 외식산업 활성화를 위해 전국민 330만명을 대상으로 외식 5회 카드 결제시 1만원 캐시백을 하는 5+1 외식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다. 또 미래유망식품 개발과 식품기업의 육성도 중요한 과제다. 이러한 식품외식트렌드를 면밀히 살펴 우리 식품산업 육성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안전한 먹거리 공급을 위한 aT의 역할과 사회적 가치에 대한 설명해 달라

2018년 부임 후 aT의 주요사업 중 하나인 먹거리와 관련된 사회적 가치창출을 위해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소통을 확대했다. 농식품 청년해외개척단과 식품기업 인턴십 등이 대표적 사업으로 꼽힌다. 이를 통해 922명의 청년이 중소 식품기업에 취업했다. 지역과의 상생도 중요한 과제로 봤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농업을 포함한 모든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급여를 반납해 친환경농산물 긴급지원에 나섰다. 먹거리 결핍이 우려되는 취약계층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다. 최소 먹거리로 고통받는 국민들이 없도록 aT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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