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개원합의 2주, 28개 법안소위 모두 구성 못해

2020-07-28 11:09:14 게재

체계자구소위, 국토소위, 금융소위 등

'알짜 소위원장' 놓고 여야 힘겨루기

일주일 남은 7월 국회 법안통과 난항

20대보다 2배 많은 2331개 법안 대기중

21대 국회가 여야간 원구성 진통으로 출발한 지 47일 만에 가까스로 개원식을 열었지만 이번엔 법안소위 구성을 놓고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지금껏 법안소위를 구성한 상임위가 단 한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간 법안소위 구성인원수와 알짜 법안소위원장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여야 원구성 협상때 복수 법안소위원장 배분이나 법안소위 인원수까지 합의해야 하지만 이번엔 이 모든 것을 각 상임위에 맡겨 놨다.

27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예산결산특위를 뺀 17개 상임위의 법안소위가 모두 구성되지 못해 단 한 건의 법안상정도 못했다. 지난 14일 여야 원내대표는 이미 법안소위를 2개씩 두고 있는 8개 상임위 외에 보건복지위, 행정안전위, 문화체육관광위 등 3개 상임위에도 복수 법안소위를 두기로 했다. 복수법안소위를 둔 상임위가 11개로 늘어나는 셈이다.
이야기하는 윤호중 법사위원장과 여야 간사 |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윤호중 법사위원장(오른쪽)이 미래통합당 김도읍 간사(왼쪽),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간사와 회의 진행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단수 상임위는 6개가 된다. 운영위, 국방위, 정보위, 여가위, 교육위, 외통위 등이다. 법안소위만 28개가 되는 셈이다.

◆법안소위 복수화는 했는데 = 여야 원내대표 합의문에 분쟁의 씨앗들이 남아있다. 먼저 11개 복수 법안소위와 관련한 소위원장 배분에 대해 "교섭단체 양당이 나눠맡기로 했다"고만 했다.

한 상임위에 제1법안소위와 제2법안소위가 있기 때문에 여야가 하나씩 차지하면 되지만 문제는 두 법안소위원장 중 '알짜'를 갖기 위한 경쟁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그리고 실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타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의 체계와 자구를 심사하는 법사위 제2소위(체계·자구심사소위), 부동산 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위의 '국토소위', 금융분야를 다루는 정무위의 '금융소위', 과세 관련 법안을 심사하는 기획재정위 '조세소위' 등을 놓고 여야간 확보의지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모 상임위원장은 "여야간 간사들이 소위 구성과 위원장 분배를 놓고 협의하도록 했지만 야당이 협조하지 않아 소위 명단조차 짜지 못하고 있다"면서 "여야 지도부가 합의가 안 된 상황인데다 야당 지도부에서 일괄적으로 지침이 나오지 않아 마냥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야 지도부 차원에서 법안소위 위원장 분배를 구체적으로 합의해줘야 제대로 가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토위의 모 의원은 "모든 상임위원장을 넘긴 미래통합당이 알짜 법안소위 위원장을 맡으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면서 "법안소위 구성이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안소위의 '만장일치제'도 넘어야 = 법안소위를 구성한다하더라도 법안 통과가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여야 원내대표 합의내용에 "법안소위 내 안건처리는 합의처리를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법안소위 관행이었던 '만장일치제'를 지도부 차원에서 문서로 확인해준 셈이다. 여당에서는 176석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강행의지를 내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야당이 계속 반대하는 법안에 대해 여당이 수적 우세로 밀어붙이는 게 '합의 위반'으로 비칠 수 있다. 여당은 일하는 국회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3법(국회법, 인사청문회법, 규칙), 부동산 관련법, 코로나19관련 정부조직법 등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야당은 대부분의 법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명확히 밝힌 상태다.

7월 국회안에 쟁점 법안들을 통과시키는 데는 시간도 부족하다. 7월 임시국회 회기는 다음달 4일까지이며 여야는 이달 30일과 다음달 4일에 각각 본회의를 열어 법안 등 안건을 처리하기로 했다. 법안심사를 위한 시간이 짧게는 사흘, 길게는 8일 남은 셈이다. 이 사이에 상임위 전체회의-법안소위-전체회의-법사위 전체회의-체계자구심사소위-전체회의를 거쳐야 한다. 7월 국회 안에 통과시키려는 여당의 압박이 부실심사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여당 관계자는 "일부 의원들은 법안소위를 거치지 않고 전체회의에서 바로 통과시키자는 얘기도 나온다"면서 "밀어붙이기식 법안처리를 상정해 두는 의원도 있지만 실제 현실화된다면 역풍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들은 법안을 쏟아냈다. 21대 국회 들어 전날까지 두 달 가까운 기간 동안 의원은 2186건, 정부는 145건의 법안을 내놓았다. 모두 2331건이다. 이는 20대 국회 같은 기간에 발의한 건수인 1077건, 87건에 비해 2배 정도 많은 규모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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