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펀드
원금보장에 국채수익률+α… 퇴직금도 투자
수익률보장 · 세제혜택 · 환금성 … 국민 재테크 상품 '기대'
세금으로 수익보장 … 제2의 코스닥벤처펀드 전락 우려
원금보장에 국채수익률 또는 연 3% 이상의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는 국민 참여형 '뉴딜 펀드'가 추진된다. 수익률 보장에 파격적인 세제 혜택, 상장으로 환금성까지 보장해 퇴직금도 맡길 수 있는 국민 펀드를 만들어 '한국판 뉴딜' 사업 자금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는 뉴딜펀드가 국민 재테크상품으로 자리 잡으며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원금보장이란 결국 세금을 퍼붓겠다는 것이고, 정부 주도로 만들어지는 관제펀드는 제2의 코스닥벤처펀드, 소·부·장(소재·부품·장비)펀드와 같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 참여형 공모펀드 = 더불어민주당 미래전환 K-뉴딜위원회는 5일 한국거래소에서 첫 현장간담회를 열고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원금보장 등으로 퇴직금도 맡길 수 있는 국민 펀드를 조성해 '한국판 뉴딜' 사업 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뉴딜펀드는 160조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 사업 중 민간 조달 방안의 하나로 추진되는 민간 펀드로 시중 부동자금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면서 국민들에게 안정적 수익을 장기간 제공할 수 있는 국민 참여적 성격을 가진다. 그린 뉴딜, 디지털 뉴딜 사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구성될 방침이다.
한경호 기획재정부 심의관은 이날 '한국판 뉴딜사업 등 민자사업 활성화 추진 방향'을 설명하며 "최근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뉴딜을 포함한 생산적 부문에 효과적으로 투자돼 경기회복 모멘텀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향후 30조원+α 규모의 민자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민자사업 투자 활성화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인프라펀드 배당소득 분리과세, 규제완화 등을 통해 공모 인프라펀드를 활성화해 민자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K뉴딜위원회 디지털분과 실행지원TF 단장인 민주당 홍성국 의원은 "뉴딜펀드에 국채 수익률+α(알파)의 수익을 보장하고, 정부가 해지하는 경우 (투자자의) 원리금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정부의 직접 출자나 신용보증기금 보증을 통해 안정성을 높이고, 장기투자 시 다양한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뉴딜펀드를 계획하고 있다"며 "뉴딜펀드를 증권시장에 상장시켜 환금성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린 뉴딜펀드는 이미 다양한 형태로 추진되고 있어, 세제 지원 등 추가적인 지원이 있을 경우 출시가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디지털 뉴딜펀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에 대한 이해의 선행, 디지털 인프라 성격이 강한 사업, 규제 동시 완화, 민간 중심 사업 발굴·투자가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최영권 우리자산운용 대표는 '디지털 뉴딜 투자대상 발굴 및 활성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면서 데이터센터 사업에 투자하는 디지털 뉴딜펀드 안을 제안했고. 목표수익률은 '연 3%+α'로 제시했다.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는 '그린 뉴딜펀드 투자대상 발굴 및 활성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대표적인 재생에너지 선진국인 독일 등의 주민주도형 재생에너지 사업추진 사례와, 7% 이상의 수익률을 제공하고 있는 국내 주민참여형 신재생 에너지 사업의 사례를 소개했다.
위원회가 제안한 뉴딜 펀드의 기본 구조를 살펴보면 민간 투자사업의 70~75%에 해당하는 선순위대출에 투자해 안정성을 높였다. 선순위대출 중 일부는 연기금, 퇴직연금 등 기관이 참여해 안전성을 높인다. 민간 투자사업의 15~20%에 해당하는 후순위대출은 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가 들어가고 출자금에 해당하는 나머지 15%는 전략적 투자자(건설사 등)가 참여한다.
◆안정성 위주 펀드 조성 = 목표수익률은 국채 수익률을 초과하는 것이다. 당초 거론되던 '연 3%대'에서 다소 후퇴했다. 현재 국고채 3년물이 0.8%, 10년물이 1.3%임을 감안하면 연 1.5% 이상 수익률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검토할 계획이다. 배당수익에 대해 정부의 분리과세 혜택방안에 더해 3억원 이하 투자금의 소득에 대해서는 5.5%(주민세 포함) 저율과세를 할 방침이다. 현재 펀드의 배당소득은 14%(지방세 포함 15.4%) 세율로 과세하는 것을 감안하면 3분의1 수준으로 세금을 감면해주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목표수익률을 3%로 제시했다. 최영권 우리자산운용 대표는 뉴딜 펀드 아이디어로 데이터센터에 투자하는 '코로케이션(Co-location) 데이터센터 인프라펀드'와 5G(5세대 이동통신) 통신망 구축을 위한 '5G 통신3사 공동 네트워크 인프라펀드' 등 2가지를 제안했다.
우리자산운용이 제시한 최소보장수익률은 연 3%다. 여기에 물가연동국고채권 등을 연동해 연 3% 이상의 수익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최영권 우리자산운용 대표는 "장기 투자인 인프라펀드에는 강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세제 지원 등을 통한 국민의 투자 수익 확대로 공모 펀드를 활성화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 나오는 관제펀드에 대한 우려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출시 초반 기대감에 몰린 자금들이 정책수정이나 정권 교체 등으로 설정액과 수익률이 크게 변동하는 경우도 많아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정부주도로 새로운 상품을 내놓고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면 이와 연결된 다양한 비즈니스가 만들어지고 공모펀드 시장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고 기대했다. 홍성국 의원은 "이번 간담회는 아직 아이디어를 내는 단계로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첫번째 간담회였다"며 "시장참여자들의 아이디어와 건의사항 등 의견을 고려해 펀드의 안전성 확보 방안이나 수익률 제고, 세제 혜택 등은 다양한 방안 등 구체적인 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