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회사법 제정안 뜯어보기 | ②주주평등원칙 실현

건전한 지배구조 형성으로 기업가치 제고

2020-08-07 12:04:42 게재

소수주주동의·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으로 투자자 보호

주주총회·이사회 내실화 … 사외이사·감사 독립성 강화

상법과 자본시장법에 분산된 상장회사 관련 조항을 하나로 모아 독립적인 법률로 만드는 '상장회사에 관한 특례법안'이 발의됐다. 상장회사법 제정안은 현재 대주주에 유리하게 되어있는 법 조항을 개선해 상장사의 건전한 지배구조 형성과 원활한 재무활동 지원으로 투자자를 보호하고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 효율성을 바로세우기 위한 법안을 담고 있다. 정치권과 학계,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상장회사법 제정을 통해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기업가치와 주주권익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소수주주 권리 보호 = 7일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일 상장회사에 관한 특례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상장회사법 제정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이 의원이 발의한 상법회사법 제정안에는 △주주 권리보호 △이사회 중심의 경영, 감사위원회 내실화 △자사주에 관한 원칙 확립 등 현재 대주주에 유리하게 돼 있는 각종 법 조항을 주주평등 원칙에 맞게 바꾸고 주주총회를 내실화하는 내용들이 포함됐다.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상장사 공시사항의 홈페이지 게시 의무화 등 주주의 정보 접근권을 확대했다. 또 주주총회 소집 시 4주 전 통지 등을 의무화하고, 의결정족수 산정시 의결권이 없거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 주식은 출석 주주 의결권 수 및 발행주식 총수에 산입하지 않도록 명확히 했다. 임원 자격요건 신설 및 사외이사 요건도 강화했다.

아울러 의무공개 매수제도를 도입했다. 본인과 특별관계자의 의결권 있는 주식이 해당 상장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25% 이상일 경우, 해당 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 50% 이상을 보유하도록 공개매수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다. 이밖에 중요한 자산의 양도 또는 양수시 주주총회 승인, 감사위원회위원의 분리선임 의무화 및 관련 의결권 제한, 분할신설회사로의 자기주식 승계 금지, 배당기준일 규정 개선 등 상장회사의 건전한 지배구조 형성과 원활한 재무활동을 지원하는 내용들이 담겼다.

이용우 의원은 "주주와 소수주주의 이해상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소액주주의 권익이 침해되고 있다"며 "이번에 발의한 법을 통해 △주주총회·이사회, 사외이사·감사의 기능을 충실화하고 △자사주 마법 규제 △소수주주동의제 및 의무공개매수제도의 도입 등을 통해 주주평등원칙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의무주식공개매수제, 소수주주 차별해소 시발점" = 학계와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상장회사법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법 적용 어려움을 해소하고 소수주주에게 불리한 한국 상법 업그레이드를 통해 기업 거버넌스가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소액주주 권리보호를 위한 의무주식공개매수제도 도입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이번에 발의된 의무주식공개매수제도는 상장사가 피인수될 경우 새로운 대주주가 소액주주 지분도 일정 비율 이상 공개 매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제정안에는 "상장사 인수합병(M&A) 등 특별관계자가 매수, 신주인수권의 행사, 교환, 입찰, 그 밖의 취득을 할 때 의결권 있는 주식 지분이 25% 이상인 경우 공개매수를 통해 50% 이상을 보유하도록 한다"고 되어있다. 공개매수가액은 본인과 특별관계자가 최근 1년간 매수등을 한 주식의 최고가액 이상으로 하며, 공개매수에 청약한 주주의 주식을 모두 매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남우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영국, 일본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이 소액주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며 "의무주식공개매수 제도 도입은 소수주주 차별 문제 해소의 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지난달 30일 열린 상장회사법 관련 공청회에서 "우리나라는 상장사 인수합병(M&A)시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지분의 매각 가격 차이가 지나치다"며 "현재는 지배주주, 경영참여형 사모투자펀드(PEF)만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 지난 2016년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인수할 때 현대증권 지배주주 지분은 주당 2만3182원에 매각됐으나, 소액주주에 대한 주식매수 청구권 가격은 그 3분의 1도 안 되는 6737원에 그쳤다. 또 같은 해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 당시에도 지배주주 지분 매각 가격은 주당 1만6518원, 소액주주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7999원으로 격차가 컸다.

이 교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모든 주주가 평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상장사 경영권 확보 가능한 정도의 주식을 취득하려는 투자자는 나머지 주식의 일정 비율 이상을 공개 매수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되면 소액주주가치 큰 폭 증가 = 의무공제매수제도가 도입될 경우 소액주주들의 주식가치는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변호사는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없는 환경에서 소수주주는 인수합병 과정에서 사실상 아무런 이익도 얻을 수 없다"며 "2015년 이후 주요 M&A 사례를 보면 만약 의무공개 매수제도가 있었다면 소액주주들도 상당한 부의 이전을 누릴 수 있었고 인수합병시장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은정 공인회계사(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 2015년 이후 KB의 현대증권 인수, 미래에셋그룹의 대우증권 인수, 금호기업의 금호산업 인수, 한화그룹의 삼성테크윈 인수 등 주요 인수합병 사례를 분석한 결과 지배주주에게 지급한 주당가격과 동일한 가격으로 모든 소액주주들의 주식도 매입했다면 소액주주들의 주식가치는 평균 139.9% 증가했다. 인수자가 회사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데 필요한 총인수대금을 사용해 지배주주와 소액주주들의 모든 주식을 동일한 가격으로 매입했다면 소액주주들의 주식가치는 평균 48.95%(분석대상 4개회사 평균) 상승했다.

◆자기주식 처분, 주주평등 원칙에 따라야 = 이번 제정안에는 자기주식의 처분시 주주평등의 원칙에 따라 소각이나 주주에게 그가 가진 주식수에 따라 균등하게 배분하는 경우 등에 한하도록 규장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교수는 "자사주 처분은 공정한 원칙을 따라야 소수주주가 보호되고. 특정주주를 위하면 주주평등 원칙이 위배된다"며 "자사주 매입은 소각을 통해 설비투자, R&D, M&A, 배당과 마찬가지로 모든 주주에게 공평하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세계 시총 1위 기업 애플의 주주친화정책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핵심이다.

한편 이 교수는 "OECD가 제안한 기업 거버넌스 체계에 따라 공정과 주주평등 원칙을 잘 살린 법안"이라고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OECD가 2018년에 정의한 기업거버넌스 체계는 주주의 권리 행사 및 주주 평등의 원칙이 잘 적용되고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상장사와 투자자 사이의 신뢰형성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축소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우수 기업 상장 촉진 및 양질의 장기자금조달은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상장회사법 제정을 계기로 상장사가 창업자 한 개인이나 가족 등 소수의 사적 재산이 아니고 그 회사 주식을 보유한 다수의 투자자들이 주인이라는 기본 개념이 사회적으로 널리 인식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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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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