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속도전 … 뉴타운 정책 회귀

2020-08-12 11:28:41 게재

정부 압박에 서울시도 맞장구

공동TF 구성 등 11만호 공급 속도

급조된 정책 또다른 후유증 낳나 우려도

정부와 서울시가 8.4대책 이후 불거진 갈등을 봉합하고 수도권 주택공급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하지만 논란 와중에 대책이 급변하면서 시장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 실효성과 공공주택 확보 등 정책의 당초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서울 난개발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시는 국토부 등 정부와 소통을 강화해 지난 8월 4일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서울시 물량 11만호가 차질없이 공급되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12일 밝혔다.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왼쪽부터)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이 홍남기 부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이를 위해 행정2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주택공급TF를 구성하고 산하에 4개 추진반을 두어 추진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한다. 추진반은 △공공재개발 활성화 △유휴부지 발굴 및 복합화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다.

특히 시는 재개발 사업 시간 단축 등 속도 개선에 주력한다. 재개발 구역 신규지정 사전절차를 기존 18개월에서 6개월로 줄이는 등 사업시행인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할 계획이다. 지구 지정 이후 사업시행인가를 위해 별도심의를 거치던 건축위원회,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등도 통합심의를 통해 간소화한다.

정부와 소통은 한층 강화한다.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은 국토부와 공공정비사업TF를 구성해 실행방안을 마련한다. 지난 10일 첫 회의를 열었고 매주 회의를 개최한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도입하기 위한 국토부-서울시 실무TF도 즉시 가동한다. 지분적립형 모델이 실제 분양 시장에 빠른 시간 안에 적용될 수 있도록 법령 개정, 제도개선 등을 서두르기로 했다.

시와 정부가 이처럼 다양한 논의 틀을 만들어 협력하기로 하면서 8.4대책 발표 이후 불거진 갈등과 엇박자는 수습 국면에 들어섰다. 하지만 급조된 정책이 또다른 후유증을 낳는 건 아닐지 우려도 나온다.

공공주택 물량 축소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공공재건축 실효성 논란이 커지자 민간 참여는 물론 기부채납 중 임대주택 제공 규모도 줄일 수 있다고 후속 발표했다. 재건축 조합들 참여를 활성화하려다 공공성 강화라는 기준이 무너질 수 있는 대목이다. 한정된 땅에 공급량을 늘리기 위한 고밀재건축에도 문제가 제기된다. 현행 건축법상 30년이면 재건축 연한이 도래해 한 세대도 가기 전에 재건축 쟁점이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대책은 공공재건축 시 용적율 대폭 상향을 포함하고 있다. 미래 자산인 용적율을 마구 끌어다쓰면 그 부담이 미래 세대로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 핵심인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가 가져올 후과는 논의에서 빠져있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원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막대한 물량이 뉴타운재개발로 공급됐지만 그 시기 서울지역 자가 소유율 변화는 미미한 반면 가격은 폭등했다"면서 "서울시와 정부 모두 과거 뉴타운재개발 사업 후과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밀 개발이 가져올 주거권, 주거 질 저하 등 문제도 대책에 빠져 있다. 과도한 고밀재건축은 기반시설 부족, 학교 문제, 일조권 갈등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 방향으로 초고층 고밀재건축을 하면 가구수만 늘고 기반시설은 부족해 강남은 거주 매력이 떨어지는 지역이 되고 여기에 임대주택까지 대거 들어오면 탈강남이 가속화될 수 있다"면서 "정부의 강남집값 정책은 강남을 살기 불편한 곳으로 만들어 강남 집중을 무너뜨리는 전략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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