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발전, 외국기업 좋은 일만 시켜

2020-08-12 13:59:40 게재

가스터빈 외화지출 20조원, 연료도 전량수입 … 제조업 생태계 육성 절실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가 확대될수록 외국기업 좋은 일만 시켜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LNG발전기 핵심부품 ‘가스터빈’이 전량 외국산인 데다 국내 제조업과 연계한 성장정책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은 정부의 탈월전·탈석탄 정책으로 LNG 역할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대두되는 상황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손정락 산업통상자원부 R&D전략 기획단 에너지산업 투자관리자(MD)는 12일 “국내 설치돼 있는 가스터빈 158기는 전량 해외에서 도입됐다”며 “1992년 LNG발전기 도입 이후 28년간 가스터빈 외화지출 규모는 구매비용 4조5000억원, 유지보수비용 8조5000억원, 부대비용 7조원 등 총 20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LNG발전은 연료도 전량 수입하는데 2019년 우리나라가 수입한 가스 총액은 242억달러(28조7000억 원)에 달했다.

손 MD는 “LNG발전은 유연탄발전의 청정화와 재생에너지 부하 간헐성을 보완할 유일한 대안”이라며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는 LNG발전 설비가 2020년 41.3GW에서 2034년 60.6GW로 증가할 전망이어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810MW 규모 LNG 발전소 1기를 설치하려면 3200여억원이 투입된다. 이 가운데 약 69%가 기자재 구입비다. 기자재 중에서는 가스터빈 구입비용이 제일 많이 든다. 810MW 기준 가스터빈 구매비용은 약 1000억원(건설비용의 32%)이다. 가스터빈을 돌리는 기간(평균 30년) 유지·보수비용도 약 2600억원에 달한다.

가스터빈 국산화·실증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외국기업들의 배만 불려주게 될 것이란 우려다. 정부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40년 30~35%로 확대하고, 천연가스의 역할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석탄발전소를 LNG발전소로 전환하는 방안을 유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도 마찬가지다. 영국 석유회사 BP는 재생에너지의 급격한 증가와 석탄발전의 지속적 감소로 2030년 이후 LNG가 세계에너지수요 2위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전 세계 가스터빈 발전용량은 연평균 46GW 증가할 전망이지만 미국 GE, 독일 지멘스, 일본 MHPS 등 3개사가 시장 85%를 점유하고 있다. 수십년간 축적된 기술이어서 그만큼 기술장벽이 높다.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송갑석(더불어민주당·광주서구갑) 의원 주최로 열린 ‘가스터빈산업 경쟁력 강화’ 토론회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패널들은 LNG발전 표준화와 가스터빈 국산화로 해외의존도를 탈피하고, 생태계 육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두산중공업이 지난해 12월 가스터빈 실증사업에 나서면서 국산화 기대가 높아졌다. 하지만 상용화까지 약 2~3년이 소요되는 데다 상용화하더라도 발전사들이 얼마나 선택할지 미지수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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