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 간소화하려면

의료법·건강보험법 개정도 필요

2020-09-07 11:51:46 게재

국회입법조사처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위해서 '보험업법'뿐만 아니라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의 개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4일 낸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 제도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의 핵심은 '보험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요양기관이 보험사에 증빙서류를 제출'하도록 해 보험소비자의 편의를 제고한다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제도 도입과 관련해 기관 간 견해 차이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현재 발의돼 있는데 이 법률안은 의료기록 등 증빙서류를 기관 간 원활하게 전송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고 요양기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보험중계기관을 연결해 통합 전산망을 통해 보험금 청구시스템을 간소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계는 법안 내용 중 '보험소비자 요청에 따라 요양기관이 보험사에 증빙서류를 직접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이 보험사와 피보험자간 사적 법률관계를 바탕으로 형성된 계약인 만큼 당사자가 아닌 요양기관에 기록 전송 책임을 부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또 의료기록의 전자적 전송과정에서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있고, 요양기관, 수탁기관 및 보험회사 간 책임소재 관련 분쟁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는 기록의 전송주체인 요양기관에 그 책임을 물을 우려가 크기 때문에 의료기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의료계는 판단하고 있다.

반면 보험사들은 법안 내용에 찬성하는 쪽이다. 현행 의료법상 요양기관은 환자 본인이 요청하는 경우 법률에 규정된 제3자에게 의료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전송할 의무가 있으므로 새로운 의무를 부여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현재 요양기관이 심평원에 의료기록을 전송하는 방법과 같이 문서를 암호화함으로써 개인정보 누출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이 제도가 도입돼 청구절차가 간소화되면 서류 발급 대기시간 축소, 미청구 감소 등으로 피보험자 편익이 증대하고, 수작업 전산입력 과정 등 보험사의 행정 부담을 줄이는 등 보험금 청구시스템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고서는 제도 도입에 따라 우려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의료법 제21조에서 인정하는 의료기록 제3자 열람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보호를 위해 가입이 강제되는 국민건강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른 책임보험 등 공적 제도에 한해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실손의료보험에 이와 같은 예외 인정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해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법률개정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 보험업법 외에 의료법도 개정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유출 위험과 관련해서는 "보험금 지급을 위해 필요한 정보만을 제공하도록 표준문서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암호화해 전송하도록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와 더불어 법률에 보험금 청구를 위해 전송되는 개인정보는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 지급만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제한하고 해당 정보를 이용해 소비자의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등 다른 목적으로 사용 시 제재 조항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건강보험법 제63조에서는 심사평가원의 주요업무를 '요양급여의 심사 및 적정성 평가'로 규정하면서, 위탁업무는 '급여비용 심사 또는 의료의 적정성 평가'로 한정하고 있는데 실손의료보험 청구관련 서류 전송 등 업무는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보험금청구 필요 서류의 전자적 형태 전송 및 전산체계 구축·운영관련 사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하도록 할 경우 '국민건강보험법'의 개정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2020년 상반기 기준 실손의료보험 총 가입건수는 약 3466만건으로 이중 생명보험이 627만건, 손해보험이 2839만건이다. 2018년 기준 실손의료보험 청구건수는 약 8583만건으로 이중 손해보험이 7293만건, 생명보험이 1290만건에 이른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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