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조류·저서생물의 요람, 장단반도

들판엔 '두루미' 둠벙엔 '금개구리'가 산다

2020-09-11 11:48:04 게재

우포늪보다 생물종다양성 높은 '둠벙'만 수백여곳

"문산-도라산고속도로 건설 예정지는 멸종위기 새들의 6년 평균 개체수가 매우 많은 지역이다. 계획노선 예정지 인근 지역에서 관찰된 멸종위기1급 조류는 '검독수리' '두루미' '저어새' '흰꼬리수리' 등이다."

김승호 DMZ생태연구소장의 말이다. 김 소장은 "이 일대에서는 '노랑부리저어새' '독수리' '새매' '솔개' '재두루미' 등 멸종위기2급 조류도 많이 보인다"며 "멸종위기 조류는 특히 계획노선인 장단반도를 중심으로 가장 많이 관찰된다"고 말한다.


◆2005년부터 15년 동안 조류조사 = DMZ생태연구소는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서부 민통선 일대에 도래하는 겨울철새를 매주 일정한 동선으로 조사해 개체수를 집계했다.

10월부터 3월까지 멸종위기 조류의 월별 최대 개체수도 확인했고, 도라산고속도로 계획노선인 장단반도(거곡리)와 노상리의 조류 개체수도 집계했다.

그 결과 멸종위기1급 조류인 '검독수리(금수리)' '두루미' '저어새' '흰꼬리수리' 총 4종이 발견되었고, 멸종위기2급 조류인 '개리' '노랑부리저어새' '독수리' '새매' '솔개' '재두루미' '잿빛개구리매' '참매' '큰기러기' '큰말똥가리' 총 10종이 발견됐다.

5년 동안 이 지역에서 발견된 멸종위기1급 조류의 누적 개체수는 235마리, 연평균 47마리로 집계됐다. 멸종위기2급 조류의 누적 개체수는 8만7644마리였고 연평균 1만7528마리로 집계됐다.


◆'물방개' '물장군' '금개구리' 등 서식 = 도라산고속도로 예정지 서부 민통선 안에는 다른 데서는 잘 볼 수 없는 '둠벙'들이 많다. 둠벙은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지하수를 가두어두는 인공습지다. 이 지역에서 논농사를 지은 지는 오래됐지만 민통지역이라는 제약 때문에 대규모 관개수로를 건설할 수 없어 여전히 둠벙을 이용한다.

DMZ생태연구소는 이 일대 둠벙 가운데 143곳을 선정, 2018년 8월 15일부터 9월 22일까지 생물상을 조사했다. 그 결과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2급 '물방개'가 18곳, '물장군'이 3곳, '대모잠자리'가 1곳의 조사지에서 나왔다. 조사 과정에서 비무장지대 인근 최초로 멸종위기2급 '애기뿔소똥구리'도 발견됐다. 애기뿔소똥구리는 주로 멧돼지 똥에서 발견되며 멧돼지 똥으로 경단을 만든 뒤 나뭇잎 아래 숨어서 산다. 역시 멸종위기2급인 '금개구리'도 고속도로 계획노선 일대 둠벙에 주로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둠벙 한곳에 평균 2시간 조사 = 장단반도 일대 둠벙 조사 결과 총 59과 192종의 저서생물이 출현했다. 이는 연천 물거미서식지(26과 60종), 강화 매화마름군락지(29과 48종), 대암산 용늪(36과 61종), 울주 무제치늪(23과 64종), 창녕 우포(59과 135종)에 비해 높은 종 다양성을 보여준다.

김 소장은 "조사 면적, 시기와 반복횟수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도라산고속도로 계획노선 일대 둠벙의 생물종다양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이 일대 둠벙의 높은 종 다양성은 임진강 등 인근 수생태계와 연결성을 통해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둠방 한곳 당 평균 2시간 정도 조사를 했고 채집은 원형 뜰채(지름 27cm, 0.5×0.5mm 그물망)를 사용했다"며 "정량채집을 위해 조사지 내 3지점은 지점당 2회씩 채집하고 이후 다양한 지점에서 30~60분 동안 정성채집을 했다"고 밝혔다.

정량채집은 생물의 밀도를 비교하기 위해 일정 시간을 정해서 하고, 정성채집은 특이종 파악을 위해 시간을 따로 정하지 않고 한다. 두 채집은 반드시 같은 장소에서 같은 날 해야 한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 6월 한국습지학회에서 발표됐고 논문은 '환경과 생태' 8월호에 게재됐다.(<서부 민간인출입통제구역 일대 둠벙의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 종 다양성 및 군집 특성> 정현용·염철민·김재현·박신영·이예원·표진아·김승호)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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