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수사’ 법안 국회서 논의 시작

2020-09-14 11:37:40 게재

아동 대상 디지털 성범죄 수사기법 다양화 필요성

16일 국회 여가위 법안소위서 아청법 개정안 토론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위장수사 허용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국회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14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16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위장수사의 법적 근거가 명시된 법률안 논의를 시작한다. 관련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 진선미 의원 등이 각각 대표발의한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다. 개정안의 주요 요지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계획·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했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다른 방법으로는 그 범죄의 실행을 저지하거나 범인 체포·증거 수집이 어려운 경우 경찰관이 신분을 위장해 수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로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고, 객관적 증거 확보를 위해 사법경찰관이 신분을 위장해 범죄행위 등에 접근하거나 관여해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도 "최근 발생한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는 가입자 확인과 IP 추적이 어려운 다크웹, SNS 플랫폼을 통해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까닭에 관련 증거의 확보 및 범인 체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위장수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관련 범죄의 강력한 수사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최근 디지털 성범죄의 양상을 보면 다크웹 등을 통해 이뤄지는 등 수사기관의 접근 자체가 어려운 특징 때문에 위장수사를 통한 범죄자의 색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위장수사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 7일 '디지털 아동, 청소년 성착취 근절제도개선 현황 및 과제' 보고서에서 "갈수록 은밀하게 유통돼 탐지와 추적이 어려운 디지털 성착취물을 적발하고 수사,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위장수사 도입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다크웹, 텔레그램 등 디지털상에서 아동, 청소년대상 성착취물의 제작, 유포, 소지 행위 근절을 위한 온라인 위장(잠입)수사제도 도입의 타당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위장수사가 법제화하면 잠재적 범죄자들의 범행 의지를 억제해 피해를 줄일 거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에 경찰들의 실적을 내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권 의원은 개정안에서 '잠입수사를 하려면 사전에 상급 경찰관서 수사 부서장의 승인을 받되 수사기간은 6개월을 초과하지 못하고, 그 기간에 수사 목적이 달성되면 즉시 수사를 종료해야 한다'고 위장수사의 요건을 제한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김형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