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읽는 정치│한국의 선각자를 찾아서

민주공화국을 향한 열정들

2020-09-18 11:13:39 게재
이상도/씽크스마트/1만5000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1948년 7월 12일에 만들어 같은달 17일에 공포한 대한민국헌법 1장 총론의 제 1조 1항이다. 2항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공화국'의 해설편이다.

국민에게 힘이 있고 주인인 나라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나선 이들을 담아낸 책이 '한국의 선각자를 찾아서'다.

저자 이상도는 프롤로그에서 "3·1 운동과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대한민국 정통성의 뿌리"라며 "3·1 운동 후 선각자들이 꿈꾼 나라는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정의 나라"였다고 했다.

저자는 동상해설가처럼 앞서 걸었다. 동상 산책은 서울 지역을 동쪽에서부터 서쪽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광진구과 노원구에선 방정환-조만식-안중근 동상을 만났다. 능동 어린이대공원에 있는 방정환 동상은 국제연맹의 국제아동권리선언보다 1년 빨리 나온 1923년 5월 1일의 '어린이에 대한 기초조건'을 기억하게 해 준다. '어린이'라는 말을 창안해 독립적인 인격체로 세워놓은 그의 동상 앞에서 아이의 손을 살짝 힘줘 잡아본다.

남산으로 올라오는 여러 갈래 길엔 백범-유관순-안중근 등이 기다리고 있다. 유관순과 3.1운동은 독립과 민주공화국으로 가는 길을 표시한 주요한 '마디'다. 저자는 "여성들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탄생에 당당한 일원이었음을 보여준다"며 "그 선두에 유관순이 있다"고 했다.

산을 내려오면 명동엔 나석주-이회영이, 만리동엔 손기정, 서울역 앞엔 강우규가 있다. 이름이 낯설만한 강우규는 사이토 조선총독 척살을 시도한 64세의 노인이다. 손기정은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청동투구를 들었지만 웃고 있지 않다.

종로와 광화문의 주시경-염상섭-홍난파는 한글과 문학으로 엮인다. 홍난파가 남긴 '고향의 봄' '퐁당퐁당' '낮에 나온 반달' '봉선화' '금강에 살으리랏다' '봄처녀' '성불사의 밤' '옛동산에 올라' 등은 국가를 잃을 이들을 달랬다. 만주 중국 일본 등지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사람들에게 조국의 향수를 전해준 노래들이기도 하다.

종각과 대학로에선 3.1 독립선언서 인쇄의 주역인 이종일과 3.1 독립만세운동의 총감독인 손병희-일본 경찰과 맞서 싸운 김상옥을 만나게 된다. 손병희의 인쇄소 창신사와 이용익의 보성사를 합병한 보성사는 인쇄소 겸 천도교 비밀 독립운동기지이고 그 사장이 이종일이다.

서대문과 성북, 용산에선 서재필-한용운-이봉창이 기다리고 있고 영등포엔 박정희와 이승만이 등장한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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