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 이해상충 논란 … 사전차단장치 '있으나마나'

2020-09-22 11:27:27 게재

의장·원내대표의 '불공정 인정땐 상임위원 선임 불가'의무 규정 사문화

"'윤리심사자문위 의견 받아 국회의장 결정' 등 국회법 강제규정 필요"

이원욱 "전수조사" … 입법조사처, '이해관계 등록·공표제도' 제안

국민의힘 박덕흠 윤창현 의원 등의 상임위 사임 요구가 강해지는 가운데 국회법에 상임위 이해상충과 관련한 사전차단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가동되지 않는 등 사문화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윤리심사자문위를 활용,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절차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전수조사를 통해 현재 이해상충 문제를 확인해보자는 얘기도 나왔다.

22일 국회 사무처 핵심관계자는 "상임위원 선임권은 국회의장에게 있고 교섭단체 원내대표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다"며 "원내대표들이 내놓은 명단에 대해 국회의장이 사전에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기 어려워 그대로 선임하는 게 관례"라고 했다.
환노위 참석하는 박덕흠 의원 |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국회법 48조 1항은 '상임위원은 교섭단체소속의원수의 비율에 의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의 요청으로 의장이 선임 및 개선한다'고 했고 '어느 교섭단체에도 속하지 아니하는 의원의 상임위원 선임은 의장이 이를 행한다'고 했다. 이해상충과 관련해서는 7항에 규정돼 있다. '의장 및 교섭단체대표의원은 의원을 상임위원회의 위원으로 선임하는 것이 공정을 기할 수 없는 현저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해당 상임위원회의 위원으로 선임하거나 선임을 요청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사무처 핵심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원내대표가 추천한 상임위 의원을 의장이 나서 '안된다'고 말하기도 어렵다"면서 "그럴 만한 충분한 조사와 결과를 내놓아야 하고 의원이 이를 승복해야 하는 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의장이 결정할 수 있는 절차규정이 필요하다"면서 "윤리심사자문위의 의견을 수용하는 방식은 고려해 볼만한 대안"이라고 했다.

윤리심사자문위는 '의원의 겸직·영리업무 종사'와 관련한 의장의 자문과 의원 징계에 관한 윤리특위의 자문 요구에 따라 의견을 전달한다. 윤리심사자문위는 의원들의 겸직과 영리업무 심사와 관련해 의장에게 '가능 여부'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고 의장은 이를 토대로 결정, 해당 의원에게 통보해야 한다. 이때 의장은 '윤리심사자문위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야 한다.

위원장 등 8명의 위원은 교섭단체 원내대표의 추천에 따라 의장이 위촉한다. 이 자문위원엔 국회공직자윤리위와 달리 국회의원이 들어갈 수 없다. 여야 추천인사가 같은 수로 구성돼 야당에게 불리하지도 않다. 이 윤리심사자문위의 자문활동에 '상임위 이해상충' 판단도 포함시키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해상충을 우려한 사전조치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자율규제방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영국 의회의 이해충돌방지 제도와 시사점'(전진영 정치행정조사실 정치의회팀 입법조사관, 정치학 박사) 보고서를 통해 "영국 의회는 이해충돌방지를 위해서 의원이 이해관계를 갖는 위원회의 위원선임을 금지하고 있지도 않고, 영리업무종사나 겸직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지도 않다. 의원이 당선 직후 자신의 모든 재정적 이해관계를 투명하게 등록 및 공개하고, 이해관계를 갖는 의정활동에 앞서서 이해관계를 공표하도록 한 것이 이해충돌방지제도의 핵심"이라고 소개했다. 그러고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동료 의원과 일반 국민에게 공표하면 사실상 공개적 감독 하에서 의정활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적 이익을 추구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보고서 저자인 전진영 박사는 "잠재적 이해충돌 가능성만으로 엄격하게 의정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대표성이나 책임성 등의 가치와 충돌할 수도 있다"며 "의사출신 국회의원의 보건복지위원회 선임을 제한한다면 의정활동에서 필요한 전문성의 가치와도 충돌 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어 "영국의 이해관계 등록 및 공표제도는 잠재적 이해충돌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일반국민이 파악하여 다음 선거에서 의원에 대한 평가로 활용하는 정치적 과정을 통해서 이해충돌이 회피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며 "의원의 책임성과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영국의회와 같은 자율규제 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상임위 이해상충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원욱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이해충돌 관련 300명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제안한다"며 "법안 심사과정은 국민에게는 국민의 삶을 결정짓는 순간이다"고 했다. 이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마련도 필요하다"며 "사문화된 국회 윤리특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국회법에 구체적인 절차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윤리심사자문위 등을 통해 의장이 판단하는 것도 고려해볼만한 방법 중 하나"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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