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미군기지 반환 독일은 달랐다

2020-10-08 10:57:46 게재

자국에 유리한 조건 적용

우리는 불평등 조항 만연

오염된 미군기지의 반환과정에서 불거진 환경정화와 관련해 독일은 한국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에서 환경조사와 정화 등이 진행된 구체적 사례가 확인됐다. 이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설훈 의원(더불어민주당 부천시을)이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해 제출받은 '해외 주둔미군기지 환경조사, 환경정화비용 부담 현황 조사' 자료에 따른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1999년 7월에 이뤄진 라인-마인기지 이전협상에서 독일은 △독일법에 근거한 환경정화기준을 설정 △미국이 비용을 부담하며 △환경정화를 위한 출입이 무제한 허용되며 △반환 후 확인된 환경파괴도 미국이 일부 부담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한국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에서 기지 반환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오염 원인자 책임 원칙은 국제환경법상의 기본원칙이다. 반환된 미군기지부지의 원상회복 비용도 당연히 미국이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 번도 미국이 주한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비용을 부담한 적은 없다. 더욱이 우리의 경우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와 2009년 한미가 합의한 '공동환경평가절차(JEAP)'에 따라 현장조사는 최대 150일까지 가능하며 미군기지 입출입 과정에서 일일이 미군의 허락이 필요하고, 일단 반환이 끝나면 환경정화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5항과 부속서 A 7항에 따르면 "본 절차에 의한 어떠한 언론 또는 대중에 대한 정보 배포 또는 본 절차에 의하여 수행된 특정 정보 교환 및 조사 정보 배포는 환경분과위원회 양측 위원장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명시돼 '깜깜이 조사'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독일의 라인-마인 미 공군기지 이전은 달랐다. △환경오염에 대한 미국의 복구 책임 명시 △현장조사를 위한 무제한적인 기지 출입 허용 △반환 후 확인되는 환경파괴 관련 복구 책임 명기 △주민공청회 등을 보장했다. 이는 NATO-독일보충협정이 한미SOFA와 다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독일보충협정은 △독일 국내법 기준에 따른 환경 정화 및 보호기준 △환경오염의 평가, 분석, 복원 비용의 미국 부담 등이 명시되어 있다. 더욱이 군 연료 및 윤활유, 차량의 소음과 매연방출기준까지 모두 독일환경규정과 교통법규를 따라야 한다.

한편 설훈 의원이 국방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가 환경정화비용으로 현재까지 부담한 액수가 2200억원, 환경부가 부담한 환경조사예산만 340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국방부가 부담한 미군기지 폐기물 처리비용도 17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설훈 의원은 "용산미군기지의 경우 알려진 유출 유류만 10만리터에 달한다"며 "앞으로 진행될 미군기지 반환 과정에서 더 이상 한국 정부가 환경정화비용을 부담하지 않도록 독일과 같은 수준에서 환경조사 및 정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미국은 독일법을 준수하며, 제공된 주둔지에 대한 책임은 시설 사용자가 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지난 20년간 한 번도 개정하지 않았던 SOFA를 이제는 개정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정재철 엄경용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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