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원 작업 환경, 여전히 불안하다
서울 25개 자치구 안전기준 이행 미흡
최근 6년간 5700명 작업 중 부상·사망
서울 자치구 환경미화원 작업환경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다 다치거나 사망하는 환경미화원들이 매년 늘고 있지만 자치구들의 환경미화원 안전기준 이행 실적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은주(정의당·비례)의원이 근로복지공단과 서울시로부터 각각 최근 6년간 환경미화원 산재 신청 및 승인 현황과 25개 자치구 환경미화원 안전기준 및 작업안전수칙 준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15년부터 2020년 8월까지 서울지역에서 작업 중 사고나 질병으로 산재를 인정받은 환경미화원이 57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안전사고 재해자는 5456명으로, 35명은 사망했고 5421명은 부상을 입었다.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환경미화원 중 작업 중 사고로 다치거나 사망해 산재를 인정받은 사람은 2015년 883명에서 2016년 874명, 2017년 872명으로 800명대를 유지하다 2018년 들어 1000명대를 넘어섰다. 2018년 1048명, 2019년엔 1089명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지난 2018년 관계부처 합동으로 환경미화원 노동환경 개선대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3월에는 작업안전지침을 마련했다. 4월 폐기물관리법 개정에 이어 12월 31일 환경미화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생활폐기물을 수집·운반하는 자가 준수해야할 안전기준을 담은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이 개정됐다.
개정된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지자체나 폐기물대행업체들은 청소 차량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청소차에 후방 영상장치와 비상시 환경미화원이 적재장치 작동을 제어할 수 있는 안전멈춤바, 양손 조작방식의 안전스위치를 설치해야 한다. 미화원들에게는 안전화·안전조끼·장갑 등 보호장구를 지급해야 한다. 주간작업과 3인 1조(운전자 포함)를 원칙으로 하고 폭염·강추위·폭우·폭설·강풍·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작업시간 조정 및 작업중지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이 의원이 25개 자치구 환경미화원 안전기준 및 작업 안전수칙 준수 현황을 확인한 결과 후방영상장치는 상당수 설치됐지만 안전멈춤바와 양손 조작방식 안전스위치 설치율은 저조한 상황이다.
25개 자치구 전체 청소차 1902대 중 1696대(89.2%)에 후방영상장치가 달렸다. 안전멈춤바와 안전스위치를 설치할 수 없는 차량을 제외한 918대 차량 중 427대(46.5%)에 안전멈춤바가 설치됐고 안전스위치는 1071대 중 610대(57%)에 설치 완료됐다. 후방영상장치와 안전멈춤바, 안전스위치를 대상 차량에 100% 설치한 자치구는 성북구 도봉구 금천구 강남구 강동구 다섯 곳에 불과했다.
작업안전기준 이행 실적이 가장 저조한 곳은 용산구로 나타났다. 용산구 후방영상장치 설치율은 50.4%에 그쳤고 안전멈춤바(28대 중 3대 설치)와 안전스위치(28대 중 3대) 설치율도 각각 10.7%로 25개 자치구 중 가장 낮다.
영등포구의 경우 후방영상장치 설치율은 100%인 반면 멈춤바와 스위치는 설치 대상 차량 80대 중 11대(13.8%)에만 달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안전장치 설치율이 높은 곳은 최근 폐기물 수거 대행업체들과 새로 계약을 맺으면서 청소차 안전장치 설치를 계약조건에 넣었기 때문"이라며 "설치율이 저조한 지자체는 기존 업체들이 새로운 안전장비를 설치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곳들"이라고 설명했다.
안전한 작업환경 마련을 위한 위한 3인 1조 작업, 야간작업 중지는 전면 실시되고 있지 않다. 야간과 새벽 어두운 환경에서 수면부족, 피로누적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시행규칙상 주간작업과 3인 1조 작업을 원칙으로 정했지만 지자체들이 조례 재·개정을 통해 예외로 정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현재 25개 자치구 중 야간작업을 폐지하고 직영·대행업체 모두 주간작업을 하는 곳은 도봉구와 강동구 뿐이다.
이 의원은 "서울 자치구들에서 환경미화원이 안전하게 일하기 위한 환경조성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다치거나 사망하는 환경노동자들이 많다"며 "지자체와 대행업체 모두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에 나온 안전기준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