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규제 50m 늘리니 월매출 1200만 차이

2020-10-19 11:33:18 게재

소상공인 점포 근접출점, 제 살 깎아먹기 심각

서울시 '담배소매인 지정제' 실시 후 매출 효과 확인

동업종 거리제한 등 소상공인 보호에 지자체 나서야

코로나 이후 자영업 몰락이 심각한 민생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지자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소상공인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출·긴급자금 지급 등 사후대책이 아닌 조례 개정 등 지자체 권한을 활용해 근본적으로 골목상권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동주 의원(민주당·비례)이 서울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편의점 간 거리 규제를 50m만 늘려도 점포 매출이 월 1200만원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서초구는 지난 2016년 담배소매점 간 거리를 기존 50m에서 100m로 확대했다. 이후 점포별 매출은 서울시 전체 점표별 평균액보다 약 700만원 이상 높아졌다. 2년 뒤에는 매출액 차이가 최대 1200만원까지 벌어졌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같은 결과는 소매점 출점 시 거리제한 규정이 점포 간 출혈경쟁 완화, 나아가 소상공인 생존에 영향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담배는 편의점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소매점 매출 핵심품목이다. 담배소매인 지정제도란 담배의 매출 견인 효과를 감안, 담배소매점(편의점 등) 간 일정 거리를 유지하도록 규정한 제도다. 법에 따라 담배는 지자체로부터 지정받은 소매인만 판매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담배사업법 시행규칙 제7조 3에 따르면 담배소매영업소 간 거리는 50m 이상이어야 하며 인구, 면적 및 지역적 특성 등을 고려해 시장, 군수 및 구청장이 규칙으로 정할 수 있다.

권한을 갖고 있는 지자체들은 관련 규정 적용에 소극적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4월 권고안을 마련했지만 시행이 더딘 상황이다. 고양시를 비롯, 부천시 남양주시 안양시 등 8개 지자체를 제외하고 23개 지자체가 거리규제 확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도 뒤늦게 뛰어들었다. 2016년 서초구 조례 개정 뒤 상황을 지켜보다 2018년이 되어서야 거리규정을 100m로 확대하는 '담배소매인 지정거리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그나마 두 시도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나머지 15개 광역시도는 권고안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이호준 한국편의점네트워크 사무총장은 "매출이 좀 증가한다 싶으면 바로 옆에 경쟁점포가 들어와 서로 매출을 깎아 먹는 것이 자영업 현실"이라며 "사실상 영업권을 보장해주는 담배판매권 거리지정 제도 등이 전국적으로 확대돼 과밀화된 자영업 시장에 숨통이 트일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동주 의원은 거리제한 규정을 담배판매권 외 다른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수익 증대를 위해 마구잡이식으로 가맹 허가를 내주는 관행도 지자체가 나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동종업종 출점이다. 한 업체 안에서는 거리제한이 지켜질 수 있지만 본사가 다른 경우 거리제한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 A 프랜차이즈 빵집이 들어선 건물에 B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또 들어서는 경우다. 본사는 규정을 지켰다고 할 수 있지만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입는 건 마찬가지다. 제3자인 지자체 역할이 필요한 대목이다.

동일 업체 내 가맹 피해 사례를 지자체가 나서 중재한 경험도 있다. 서울시가 미스터 피자 본사와 가맹점주들 상생협약을 이끌어 낸 것이 대표적이다. 이 의원은 "서울시 조사를 통해 거리제한 제도가 소상공인·자영업 보호대책으로 효과가 있음이 증명됐다"며 "소매점 뿐 아니라 도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 과밀업종에 대해서도 동종업종 근접출점 제한과 영업거리 기준 설정 등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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