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철변호사의 재개발·재건축 이야기 (3)
재건축 매도청구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재개발과 재건축의 가장 대표적인 차이점은 정비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사업 탈퇴 자유 보장 여부다. 재개발은 조합원을 강제로 가입시켜 사업에 참여하도록 하는 반면, 재건축은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이 자유롭게 사업을 탈퇴할 수 있다. 이에 재개발을 강제 가입제, 재건축을 임의가입제라고 부른다.
여기서 사업에 탈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수단이 사업시행자의 ‘매도청구’다.
개정 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고 합니다)은 집합건물법 제48조를 준용했다. 따라서 조합이 설립되면 지체없이 조합 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에 대하여 재건축 참여 여부를 회답할 것을 서면으로 촉구하도록 하고, 촉구를 받은 사람은 2개월 이내에 회답하도록 했다. 그리고 조합은 불참여 의사를 표시하거나 회답하지 않은 사람에게 회답기간(2개월) 만료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시가로 매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도시정비법은 전면 개정돼 매도청구를 직접 규정했고, 재건축 참여 촉구 기간을 ‘조합 설립후 지체없이’에서 ‘사업시행계획인가의 고시가 있은 날로부터 30일 내’로 변경했다.
이러한 매도청구 규정에 따라,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은 조합의 매도청구 소송을 통해 시가 감정에 따른 금액으로 상환이행판결을 받아 조합의 재건축사업에서 탈퇴할 수 있다.
재건축 사업이 임의가입제로서 자유로운 사업탈퇴를 보장한다고 하지만, 조합설립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강제로 본인 주택 소유권을 매도하도록 해 만족하기 어려운 금액으로 보상받게 하는 매도청구 규정이 주택 소유자 입장에서는 재산권 침해라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매도청구권은 재건축 불참자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거나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
따라서 매도청구 대상이 된 재건축 불참자로서는 매도청구권 자체에 대한 다툼이 아닌 현실적 대응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조합설립인가 하자 대응 △감정가액 대응 △반소 대응 △매매계약 해제 대응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조합설립인가 하자 대응
매도청구권은 조합설립인가를 기초로 발생하기 때문에 매도청구 소송이 제기된다면 조합설립인가의 하자를 다툼으로써 매도청구권 행사의 하자를 다툴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조합설립 인가의 하자로 인하여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적법하게 취소되었다거나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여 당연무효임을 주장·입증을 해야만 한다.
감정가액 대응
시가 감정가액이란 재건축으로 예상되는 개발이익이 포함된 가격을 의미한다. 이러한 감정평가는 법원이 선정한 감정인이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나, 당사자 혹은 소송 대리인의 적극적인 대응도 필요하다. 감정평가 절차 진행 전이라면 감정의견서를 제출해 평가방법이나 감정사항 등을 제시해 유리한 감정을 유도해야 한다. 또 감정가액이 터무니없이 적게 산정되었다면 사실조회 등의 방법으로 감정의 부당함을 다퉈 보완감정이나 재감정을 요구해야 한다.
반소 청구
매도청구 소송이 제기돼 감정평가를 마치고 판결이 선고될 경우, 대부분은 감정가액인 매매대금 지급과 소유권 이전을 동시이행으로 하는 상환이행 판결로 마친다. 소유자가 소유권이전 이행의 준비를 마쳤음에도 조합이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기껏 매매대금의 연 5%의 이자만을 받을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피고인 주택 소유자가 반소청구를 하면 당사자 모두가 원고가 되고 판결문은 조합에 이행기일을 정하고 기일 도과 시 이자로 연 15%를 부과하도록 한다. 결국 조합에서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동안 소유자는 매매대금의 연 15%의 이자를 지급받을 수 있다.
매매계약의 해제
개정 전 도시정비법은 조합설립 후 지체없이 매도청구권을 행사하도록 함에 따라 당시 재건축 조합은 조합설립 후 일단 매도청구 해 확정판결을 받는다. 그러나 시공사도 선정되지 않은 조합설립 초기 단계라면 조합은 사업비를 조달할 여력이 없어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한다. 소유자는 판결 이후 소유권 이전에 관한 이행준비를 마치고, 주기적으로 매매대금 촉구 내용증명을 보낸다. 그리고 시일이 상당하게 지나고서 매매계약 해제 소장을 접수한다. 해제가 확정되면 조합으로서는 다시 매도청구를 해야만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새로이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는 것과 동일한 절차를 거쳐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을 받은 후 다시 매도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확정판결을 받아야만 한다. 이는 사업지연을 야기할 수밖에 없어 조합은 협의 매수를 결정하게 된다. 협의매수 가액은 당연히 매도청구에서의 시가 감정액 보다 높게 산정될 수 밖에 없다. 개정 도시정법에서는 매도청구권의 행사를 사업시행계획인가고시일 이후로 정하여 개정전 보다 그 사례가 덜 발생하겠지만 변수가 많은 정비사업 사정상 매매계약 해제 방안 역시 매도청구시 대응방법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매도청구는 부동산 하나가 전 재산인 경우가 흔한 한국 사회에서 그 주택 소유자에게 재산권의 상실을 넘어 지금껏 살아온 삶의 상실을 야기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재건축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주택 소유자로서는 매도청구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고 보상을 극대화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를 위해 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것을 권해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