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균형 상실한 금융·감독정책, 라임·옵티머스 사태 불가피"

2020-11-13 11:48:11 게재

국회 입법조사처 '금융위 규제완화 책임' 지적

"금융정책·금융감독 분리, 대통령 공약 미이행"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국정감사에서 금감원 독립을 강조한데 이어 국회 입법조사처가 금융감독기구의 독립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향후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대규모 환매중단이 발생한 사모펀드 사태를 통해 금융감독체계의 근본적인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13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우리나라 금융감독 체계 개편 필요성 및 입법과제'를 주제로 한 현안분석보고서에서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의 일차적인 책임은 금융감독당국에 있다는 비판이 있는 반면, 보다 근본적으로는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의 상위 정책기관으로서 추진한 사모펀드 규제 완화 정책이 라임·옵티머스 사태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며 "금융위원회의 견제와 균형을 상실한 금융·감독정책으로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피하기 어려웠다고 평가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금융정책을 책임지는 금융위원회가 감독정책을 동시에 관장하고 있고 감독집행기구인 금융감독원에 대해 예산이나 업무수행상으로 지도·감독을 하고 있어서 금융감독이 금융정책을 견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하위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정부가 동일한 기관을 통해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주도함으로써 관치금융이 심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가 금융정책을 통해 사모펀드의 투자자 요건 등 운용규제를 완화하면서도 감독정책인 보고사항·주기까지 완화하는 등 권한 집중에 따른 견제가 안됐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2014년 12월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록에 의하면 '사모펀드 규제가 아직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정찬우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은 "사모펀드가 움직임이 자유롭기는 하지만 불법을 자행하지는 못하며, 사모펀드와 관련해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지는 않다"며 "자본시장에 창의력과 자율성을 많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라임·옵티머스 사태 후 금융위는 '지속적인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에 따라 사모펀드 시장이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여 왔으나 불완전판매, 유동성 관리 실패 및 운용사 위법·부당행위 등 부작용이 노출됐음'을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정부가 대통령 공약 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보고서는 "제19대 대통령선거 당시 효율적인 금융관리·감독체계 구축 및 금융시장의 견제와 균형 회복을 목표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분리'를 문재인 후보의 공약 중 하나로 발표했으나 현재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1997년 금융위기 당시뿐만 아니라 최근까지도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자율성 강화를 반복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올해 3월 IMF는 금융시스템 안정성 평가에서 금감원에 보다 많은 운영 및 집행권을 부여할 것을 권고했다.

보고서는 "국가별로 다양한 감독체계가 존재하지만 금융감독 기능이 정책과 집행으로 수직적 분리된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한국의 금융감독체계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인 체제',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기형적인 구조'라는 평가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금융감독기관의 법적형태에 대해 다양한 유형의 방안이 있지만 △금융감독의 효율성·전문성 확보 △감독기관의 책임성 강화 △금융시장의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필요성 등이 주요 고려 요소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금감원은 금융위가 가진 금융 정책 권한 아래의 집행을 담당해서 예산 문제나 조직 인원은 다 예속될 수밖에 없는 상태"라며 "독립 방안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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