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수 없는 선거’ 내보낼 ‘이길 후보’ 못 찾는 국민의힘

2020-11-19 12:30:28 게재

부동산 대란에 심판론 커져

당은 ‘비호감’, 후보는 ‘약점’

커지는 연대론, 경쟁력 의문

서울시 부시장을 지낸 정태근 전 의원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야권이) 질 수 없는 선거”라고 표현했다. 부동산 대란이 으뜸가는 이유다. 집주인은 급등한 세금으로, 임차인은 전월세 대란으로 정부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했다는 것. 임기말로 접어들면서 누적된 반문정서와 정권심판론도 ‘야권 필승론’을 뒷받침한다.

문제는 제1야당 국민의힘이 ‘질 수 없는 선거’에 내보낼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찾는가이다. 출마희망자는 넘치지만 ‘이길 후보’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호소다. 2011년 무소속 박원순에게 야권후보 자리를 내줘야했던 민주당 신세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이길 후보’로 대선주자급인 유승민·오세훈·안철수를 꼽는다. 인지도 높고 중도 확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대선행을 고집하며 손사래 친다. 일부는 “국민의힘이 전폭 지원한다면 출마할 수도 있다”는 기류가 엿보이지만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국민의힘 나경원·이혜훈·김선동·김성태·오신환 전 의원과 조은희 서초구청장,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이 후보로 거론된다. 이들은 비호감이 강한 국민의힘 후보라는 결정적 약점을 안고 출발해야 한다. 한국갤럽 조사(9월 22~24일, 1002명,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은 ‘호감이 간다’(25%)보다 ‘호감이 가지 않는다’(60%)는 응답이 훨씬 높았다. 더욱이 이들 중 일부는 “강성보수 이미지로 확장성이 약하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강남권 출신은 승산이 낮다”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핸디캡을 지적받는다.

결국 국민의힘은 야권연대론으로 내몰리는 흐름이다. 독자후보로 승산이 낮으면 다른 야권주자에게 후보를 양보해서라도 서울시장을 뺏어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18일 서울시장 출마 의지를 피력했다. 국민의힘 입당 대신 제3지대에 머물겠다는 뜻을 밝혔다. 2011년 민주당과 경선을 통해 야권 단일후보를 차지했던 ‘박원순 모델’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으로선 무소속에게 후보 자리를 내주는 ‘치욕’을 감내해야 한다. 더욱이 금 전 의원의 경쟁력도 불분명하다. 2011년 박원순은 시민운동가라는 스토리가 있었고, 시민사회를 업고 있었다. 지지율 1위 안철수라는 ‘원군’도 있었다. 하지만 금 전 의원은 스토리도, 시민사회도, 안철수도 없다.

야권인사는 “국민의힘이 ‘이길 후보’를 못 찾아 서울에서 진다면 대선 비관론이 번지면서 당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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