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은 배달대행이 아닌 주문대행업"

2020-12-01 11:10:33 게재

딜리버리히어로 배달의민족 인수합병 심사

시장크기 보는 관점 따라 독과점 문제 달라져

글로벌시장 커지는 추세 … 인수합병 잇달아

독일 배달앱 글로벌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요기요)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인수·합병에 대한 조건으로 공정위는 DH 자회사인 요기요 매각 조건을 내세웠다. 업계에서는 이달말 공정위 최종 심사전까지 새로운 대안이 나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23일 전원회의를 열어 DH와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결합 안건을 심의한다. 앞서 공정위 사무처는 DH에 우아한형제들 인수를 승인하기 위한 조건으로 요기요를 매각해야 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국내 배달앱 시장 1·2위인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결합할 경우 시장 점유율 90%를 넘어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배달·주문수수료 인상 등 시장경쟁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배달시장이 급성장하며 쿠팡이츠, 위메프오 등 새로운 사업자들이 속속 시장에 진입하고 있지만 배달의민족+요기요와 겨루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같은 공정위 판단에 대해 업계에서는 배달앱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오는 것이라는 반응이다.

배달앱 관계자는 "배달앱 사업은 배달대행 위주가 아닌 '주문대행'이 정확한 사업 명칭"이라며 "배달대행도 하지만 사업 핵심 포인트는 주문대행이고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시장은 더 커진다"고 말했다.

◆음식 주문시장 크게 봐야 = 공정위가 기업결합 여부를 판단할 때 사업규모를 외식업 전체가 아닌 배달시장으로 한정지어 보면 DH와 우아한형제들 기업결합은 어렵다. 하지만 배달앱 사업범위를 외식업 전체로 넓혀서 보면 경쟁 환경은 달라진다.

기존 음식배달 시장에서는 일반 전화주문을 포함해 기존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을 통한 주문, 각 프랜차이즈 자체 운영앱 등 다양한 형태의 주문이 이뤄지고 있다. 배달앱업체는 주문을 대행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업종이다. 배달대행 업체와 연결도 해 준다. 이같은 업종은 이미 포털사이트에서도 진행하고 있다.

배달대행 중심으로 한정해도 쿠팡이츠가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성장세에 있다. 롯데 등 기존 대형 유통업체들까지 음식 배달 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현재 점유율만으로 시장 독점을 판단하는 것은 안일하다는 시각이다.

공정위가 2009년 국내 오픈마켓 2위 옥션을 운영하던 미국 이베이가 국내 1위 G마켓 인수한 것에 대해 승인한 사례도 있다.

당시 두 기업 점유율을 합하면 90%에 육박했지만, 공정위는 개별 브랜드로 형식상 경쟁업체 상태를 유지하고 3년간 고정비를 물가 상승률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조건으로 합병을 승인했다.

스타트업 관련 업종에서도 이번 심사에서 합병승인을 촉구했다.

지난달 스타트업 1300여개를 회원사로 둔 사단법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한국엔젤투자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스타트업이 국내 시장을 넘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과 전략적 협력이 중요하다"며 "DH와 우아한형제들 기업 결합을 조건없이 승인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스타트업계는 이같은 주장 근거로 아마존은 배달음식 플랫폼 '딜리버루'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중국 알리바바도 중국 1위 음식배달 플랫폼인 '어러머'를 인수했다. 또 6월에는 네덜란드 배달앱 업체 테이크어웨이가 미국 시장 점유율 2위 업체 '그럽허브'를 인수했다. 7월에는 미국 시장 점유율 3위 업체 우버이츠가 4위 업체 '포스트메이트'를 인수하는 등 업체 간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배달앱 시장은 그 어느 시장보다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한국 대표 유니콘인 우아한형제들과 글로벌 기업 DH 결합은 스타트업 최대규모 인수합병을 통한 글로벌 엑시트(진출)라는 상징적인 사안"이라며 "인수합병이 무산될 경우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시장에 진출하려는 과정에서 발목이 잡았다는 비판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아 = DH와 배달의민족 기업합병에 대해 소상공인 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인수조건이 붙었다고 할지라도 양사 기업결합이 승인될 경우엔 독과점 폐해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실제 4월 배달의민족은 일방적인 정률제 수수료 개편을 추진하다 여론 반발에 밀려 이를 철회했다. 6월에는 요기요가 배달음식점에 최저가 보장제를 강요하다가 공정위로부터 4억원대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달 논평을 통해 "거대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소상공인 종속이 가속할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이번 기업결합심사에서 엄정한 결정을 내려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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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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