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토양의 생물다양성

2020-12-03 12:27:00 게재

토양은 생명의 기반이며 생물이 살아가는 터전이다. 토양은 지구의 가장 바깥 껍질에 해당하는 지각의 살아있는 부분으로 우리가 먹는 영양소의 대부분은 토양에서 얻는다. 이러한 토양에는 지구상에 있는 생물종의 약 2/3가 식생한다. 흙 속 1g에는 원생동물 3만마리, 세균 10억마리가 살고 있다. 이런 수많은 종류의 미생물이 토양 위 식물에 뿌리를 통해 영양분을 공급한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식물의 광합성에 의해 식물 속에 유기물로 고정되고, 동·식물의 잔해가 토양 속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서 토양의 유기탄소로 저장된다.

과도한 도시화 등으로 토양오염 심각

이런 유기탄소를 포함한 토양탄소 총량은 약 2조5000억톤으로 추정되며, 공기 중 탄소 총량 7600억톤의 3배를 웃돈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순배출량 영(零)을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 측면에서 토양의 생물다양성이 탄소배출을 저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토양의 생물다양성은 인간 활동에 의한 토양오염으로 위협받고 있다. 작년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7차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 총회에서 채택된 ‘전지구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서비스 평가 보고서’는 지구상 생물 800만종 중 100만종 이상이 멸종위기이며, 생물다양성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 보고서에서 생물다양성의 감소에 대한 직접적인 요인 중 가장 큰 영향은 산림훼손 농지확장 등 ‘토지 이용의 변화’라 지적했다. 산림훼손과 무분별한 가축방목 등으로 인한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과도한 도시화로 토양 위 식물이 자랄 수 없는 곳이 늘고 있다.

이에 더해 쓰레기 매립, 대기오염물질이 농축된 산성비, 각종 화학물질의 유출로 토양오염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렇게 오염된 토양은 생태계를 변화시켜 지구상의 생물다양성에 영향을 미치고 토양의 생태적 기능과 나아가 토양의 탄소저장 능력마저 위협하게 된다. 이는 결국 기후변화를 야기하고, 토양의 생물다양성을 감소시키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

파괴는 한순간, 예방정책 강화해야

일반적으로 흙 1cm가 쌓이는 데 수백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이에 비해 오염으로 인한 토양의 파괴 속도는 순식간이다. 또한 대기 하천 등 다른 매체의 오염과 달리, 토양은 한번 오염이 되면 복구가 힘들고 그에 따라 토양 속 생물에 오랫동안 위해를 끼치게 된다.

환경부는 오염된 토양의 복원과 함께 토양오염 방지의 가장 좋은 대응책은 예방이라는 원칙에 따라 2010년부터 2019년 까지 제1차 토양보전기본계획을 수립·시행했다. 올해 초에는 2029년까지 향후 10년간의 토양보전 정책 방향을 담은 제2차 토양보전기본계획을 수립했다.

2차 계획에서는 기존 사후관리 정책은 내실화하면서 토양훼손 예방을 위한 토양생태 건강성 증진, 나아가 토양에 대한 미지의 위해까지 정책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매년 12월 5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토양의 날’이다. 올해 세계 토양의 날 주제는 ‘살아있는 토양,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다. 이날만큼은 토양의 생물다양성이 토양의 탄소 저장 능력을 높여 탄소중립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세계 토양의 날을 맞아 다양한 생명을 품은 토양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토양의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우리 모두의 지혜가 모아지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