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은행들 취준생 선호도 순위 급락

2020-12-04 11:03:05 게재

장기 저금리로 경영 악화

채용도 일괄에서 상시로

일본의 취업준비생들이 선호하는 기업 대상에서 은행권이 뒤로 밀리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있어 왔던 현상이지만 그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로금리에 가까운 초저금리가 계속되면서 은행산업이 구조적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디지털화의 가속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일본 도쿄에 있는 주요은행의 간판. 사진 출처 일본TV방송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일 최근 일본 취업준비생들이 선호하는 대상에서 은행들이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취업정보 사이트 '마이나비'가 문과 출신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UFJ는 2021년 취업을 원하는 대졸자들이 원하는 기업 21위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 같은 조사에서 5위로 상위권에 포진했던 것에서 크게 후퇴한 조사결과다.

이러한 결과는 다른 주요 은행도 마찬가지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같은 기간 7위에서 35위, 미즈호은행은 8위에서 58위로 추락했다. 이같은 추세는 이미 지난해 일본의 분카호소캐리어파트너스가 2020년도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취업인기가 하락한 업종'으로 은행이라는 응답이 37.6%로 나타나 2위인 음식업종(11.0%)을 크게 웃돌았던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취준생뿐만 아니라 기존 직장인 가운데 이직을 많이 하는 업종에서도 은행이 압도적이다. 일본 리쿠르트캐리어의 조사에 따르면, 지방은행을 포함해 전직을 하는 은행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비해 2018년도의 경우 7.14배나 늘어났다. 이는 일본 내 전체산업 평균 전직자가 같은 시기 3.23배 증가한 것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은행이 매력적인 직장에서 밀려나는 이유는 일본의 저금리 기조와도 맞물려있다. 일본은 아베 정부가 들어선 이후 0%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예대마진이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영업점 축소와 인원감축 등의 구조조정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단적으로 최대은행인 미쓰비시UFJ는 2019회계연도(2019년4월~2020년3월)에 4조원 안팎의 손실을 보기도 했다.

한편 은행도 인력채용에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매년 초 대졸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공개채용을 하던 것에서 수시로 전문성있는 인재를 뽑는 방식이다. 신세이은행은 2021년 채용부터 매년 봄에 뽑던 신입사원을 연 6회에 걸쳐 나눠서 선발하기로 했다. 문호를 좀 더 개방하고, 유학생 출신과 디지털 분야에 밝은 인재를 적극적으로 찾아나서겠다는 의도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해석했다.

리소나은행도 올해부터 디지털 등에 전문성이 있는 이과 출신 학생에 대한 선발을 강화하고, 매년 봄철에 한차례 실시했던 채용도 수시로 바꿨다. 이 은행은 2021년부터 전문분야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채용과 인사제도를 새로 도입할 예정이다. 미즈호은행은 채용면접을 사실상 매달 실시하고, 해외 유학생을 받아들이기 위해 현지 졸업시기 등의 이유로 4월에 입사가 불가능한 경우 5~7월에도 입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미쓰비시UFJ은행과 미쓰이스미토모은행도 유학 경험자 등을 대상으로 봄철 이외에 선발하거나 4월이 아닌 시기에 입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백만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