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자립 속도 낸다

2020-12-16 12:13:17 게재

나노종합기술원, 12인치 테스트베드 완성 … 내년 1월부터 서비스

"국내 반도체 관련 중소기업은 최첨단 소재를 개발해도 이를 시험할 시설이 없어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12인치 웨어퍼 기반 테스트베드 완성으로 그런 문제점은 상당부분 해소될 것입니다"

15일 오전 기자들 앞에선 이조원 나노종합기술원 원장은 확신에 찬 어조로 12인치 반도체 테스트 베드 구축 의미를 설명했다.
나노종합기술원 반도체 테스트베드에 설치된 불화아르곤 액침 스캐너(ArF Immersion Scanner). 이 장비는 현재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최첨단 장비로 반도체 소재인 웨이퍼에 빛을 쪼여 회로를 그리는 노광장비다. 사진 나노종합기술원 제공.


나노종합기술원은 15일 기자설명회를 개최해 내년부터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12인치 웨이퍼(반도체 기판) 테스트베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나노종기원은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 사태 직후 정부의 12인치 반도체 테스트베드 구축사업을 맡아 진행해 왔다. 테스트베드는 반도체 제조업체에서 개발한 각종 소재부품장비 성능을 시험하기 위한 시설이디. 중소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실제 반도체 생산 라인에 투입할 수 있는 수준인지 확인하고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실제와 유사한 환경에서의 테스트가 필요하다.

나노종기원은 10여년 전부터 8인치 라인은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종합반도체 회사에서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는 12인치 관련 시설은 없었다.

나노종기원은 12인치 테스트베드에 불화아르곤 이머전 스캐너(ArF Immersion Scanner), 증착·식각 장비 등 10종 설비를 도입했다.

이 가운데 불화아르곤 이머전 스캐너는 최신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장비다. 반도체 기초 소재인 웨이퍼에 빛을 쪼여 회로를 그려넣는 노광 장비다.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최신 반도체 생산라인에 100여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장비 구매와 설치에만 200억원이 들었다. 새 장비의 경우 대당 1000억원에 이르는 고가다. 하지만 나노종기원은 삼성전자가 사용하던 장비를 싸게 내줘 설치할 수 있었다. 7월에 장비를 들여와 장비 제조사인 네덜란드 ASML 인력 수십명이 동원돼 4개월의 작업 끝에 설치를 마무리했다.

12인치 테스트베드 완성으로 최소 국내 100개 반도체 관련 중소기업들이 혜택을 볼 전망이다.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은 국내에서 시험할 수 없는 경우 벨기에 아이멕 등으로 가져가 시험을 해왔다. 하지만 비용이 너무 비싸고 시간이 많이 걸려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반도체소재 업체인 SK머티리얼즈 퍼포먼스는 테스트베드 서비스 개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업체 가운데 하나다.

SK머니리얼즈 퍼포먼스는 일본의 수출규제 후 국책과제를 통해 최첨단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포토레지스트를 개발했다. 하지만 1차 개발만 이뤄냈을 뿐 실제 반도체 회사에 공급할 만큼 완성도를 높이지 못했다. 개발한 제품을 시험할 만한 시설과 장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도움을 받아 장비를 조금씩 빌려 성능시험을 했지만 부족함이 많았다.

서동철 SK머티리얼즈 퍼포먼스 연구실장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도 테스트를 진행할 시설과 장비기 없어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나노종합기술원에 테스트베드가 완성되면 충분한 시험과정을 통해 일본산에 못지 않은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나노종기원 테스트베드에 설치된 불화아르곤 이머전 스캐너는 국내 종합반도체 회사에도 100여대 밖에 없을 정도로 귀한 장비"라며 "국내 반도체 관련 소재 부품 업체들의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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