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독서코칭│③ 독서코칭 강사 좌담회
각종 온라인 툴에 스피커폰까지 활용 … 코로나19 빠른 대응
다음해, 언택트에 오프라인 더할 계획 … "팬데믹 시대, 새로운 틀 갖추겠다"
군에서의 독서 열기는 코로나19 상황에도 여전히 계속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2020년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의 대표 프로그램인 병영 독서코칭은 총 300개 부대가 함께하며 모두 1800회 진행될 예정이다.
올해 병영 독서코칭은 대면과 비대면을 병행해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새로운 코칭 환경에서 병영 독서코칭 강사들은 어떻게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을까. 내일신문은 8일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 주관사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에서 개최한 독서코칭 강사 좌담회에서 비대면 독서코칭에 도전한 강사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편집자주>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병영 독서코칭 프로그램은 대면과 비대면 병행으로 진행되고 있다. 비대면으로 군 장병들에게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이 처음엔 쉽지 않았지만, 생각만큼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게 실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강사들의 말이다. 실제로 올해 강사들은 상황과 조건에 따라 적절한 코칭 방법을 선택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군 장병들과 가깝게 호흡하고 있었다.
좌담회에는 채윤정 독서코칭 강사(육군 수도군단 수도포병여단 668대대), 장은경 독서코칭 강사(육군 미사일사령부 3718부대), 이향숙 독서코칭 강사(육군 8군단 148정보대대), 그리고 민승현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 본부장, 서혜진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 연구위원이 함께했다.
비대면 영상 공유 … 많은 병사들 참여 가능
송현경 기자(이하 송):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진행하는지 궁금하다.
채윤정 강사(이하 채): 온라인으로 6차시의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노트북으로 MS팀즈에 접속해 직접 만든 ppt 자료를 가지고 코칭을 한다. 토요일 오전에 진행하기 때문에 장병들은 모이지 않고 각자 편안하게 생활관에서 핸드폰으로 MS팀즈에 접속해 코칭에 참여한다.
MS 팀즈만 가지고 코칭을 하면 강의식이 될 수밖에 없어서 다양한 온라인 툴들을 활용하고 있다. 그림을 그려야 한다면 그림 그리는 사이트를 링크를 걸어주면 병사들이 링크를 타고 들어가 그림을 그리는 식이다. 패들렛, 폴에브리웨어, 화이트보드폭스닷컴 등을 활용한다.
장은경 강사(이하 장):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보면서 비대면으로 코칭을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반디캠, 구글미트 등을 따로 공부를 했다. 이후에 부대의 독서코칭 담당관과 통화를 했는데 보안 때문에 병사들이 화상 프로그램을 활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담당관은 핸드폰을 TV로 연결해 코칭을 하자고 제안했는데 나중에 부대 사정상, TV를 활용하기도 쉽지가 않다는 설명을 해왔다.
다행히 담당관이 본인의 핸드폰으로라도 진행을 하자고 했다. 처음에는 핸드폰을 통해 구글미트로 진행을 하려고 했는데 한번 연결을 해보니 인터넷 상태가 좋지 않아 진행을 하기 어려웠다. 장소를 옮겨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전화를 해서 스피커폰으로 얘기를 하게 됐다. "잘 들립니까?" "계속 합니까?" 라는 말이 오고 갔고 장병들이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그렇게 스피커폰으로 6차시의 코칭을 마쳤다. 라디오방송을 하는 것 같았다.
이향숙 강사(이하 이): 줌과 웹엑스 등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배우면서 온라인 코칭을 준비했다. 처음엔 줌이 보안에 취약하다고 해서 웹엑스로 진행을 하기로 부대와 협의했는데 부대에서 단방향으로 코칭을 부탁해왔다. 그래서 영상을 만들어 네이버밴드에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긴장을 했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녹화하고 있다. 부대 독서코칭 담당관이 생각보다 진행이 잘 된다고 전해와 마음이 놓였다.
서혜진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 연구위원(이하 서): 강사들이 맡은 부대의 상황이 조금씩 다르다. 부연하자면 채 강사는 온라인으로 병사들에게 다양한 독후활동을 유도했고 장 강사는 몰입도 있는 장병 8명이 마지막까지 함께했다. 이 강사는 비대면 동영상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1회차에 122명, 2회차에 80명이 독서코칭에 함께했다. 온라인의 장점이 발휘된 것이다.
이: 온라인 전환에 대해 본부에서 발빠르게 대처를 잘 했다고 본다.
핸드폰 사진들로 시화전 … 병사들 만족도 높아
민승현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 본부장(이하 민): 연초만 해도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듯이 코로나19 상황이 이렇게 오래 갈 줄은 몰랐다. 하반기가 되자 온라인 독서코칭 진행을 본격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이제 코로나19가 있기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팬데믹 시대에 맞는, 새로운 틀을 온전하게 마련해야 한다. 이는 모든 병영독서코칭 사업의 행정관리, 독서코칭(도서 선정 및 배포, 강사선발 및 강사 담당관 교육, 관리), 커뮤니티, 홍보이벤트 등이 모두 포함된다.
채: 아무래도 온라인으로 코칭을 하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그에 적합한 활동을 구상하고 그 활동에 적합한 여러 사이트들을 선정해 코칭 시간에 활용했다. 병사들 입장에서는, 본인 핸드폰으로 접속을 하니까 큰 부담 없이 코칭을 즐길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핸드폰 활용은 병사들이 더 잘 하기 때문에 기기 사용과 관련한 문제는 없다. 그리고 자기 핸드폰으로 접속하는 형식이라 휴가를 다녀와 격리 중인 기간에도 참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웃음)
각자 핸드폰으로 진행을 했기 때문에 시집을 코칭하면서 핸드폰에 있는 사진을 찾아 공유하는 시화전을 실시간으로 진행했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각자 패들렛에 사진을 올리고 잘 어울리는 사진에 투표를 하는 방식이었다.
서: 부대에 따라 강사가 코칭 영상을 공유하면 부대 독서코칭 담당관이 독후활동을 병사들과 함께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강사가 독후활동을 직접 진행하는 것만큼은 아니겠지만 병사들의 만족도는 높다.
장: 6차시를 전화로 진행을 한 셈인데 서로 목소리가 오고가니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었고 그 감성이 오히려 병사들에게 통했다고 생각한다. "전달력이 좋다"는 반응을 들었다.
이: 3년 동안 독서코칭 프로그램 강사를 하면서 3시간 가까이 걸리는 부대에 배정받은 적도 있다. 온라인이 시간적인 이점은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준비를 하는 데는 오프라인 강의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90분을 녹화를 하는데 한번 말이 끊기면 편집이 어려우니까 아예 대본을 다 만들었다.
장: 진행에 우여곡절이 있어서 그런지, 보람이 상당하다. 병사들에게 소감을 물었는데 한 병사가 "자존감이 약했는데 독서코칭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자존감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독서코칭을 하는 이유는 사실, 지식을 얻으려는 게 아니고 자존감 향상 때문이다. 병사가 그런 말을 해 줘서 뿌듯했다.
이: 부대 독서코칭 담당관이 문자를 보냈는데 뭉클했다. 독서코칭 프로그램이 사회 경력이 단절되는 것을 예방하고 인성 함양에도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다음해, 전용 앱, 화상코칭 활용한다
송: 굉장히 치열하게 비대면 코칭을 진행하셨다. 보완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채: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결정을 했다면 모든 부대가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군부대라는 특수성이 있다 보니 쉽지가 않다. 예컨대, 핸드폰으로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고 하면 그것이 가능한 환경을, 부대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했으면 좋겠다. 부대 수준에서든, 정부 수준에서든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다.
이: 온라인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부대 담당관과 보다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을 했다. 소통하기에 좋은 툴을 찾았고 시행착오 끝에 온라인으로도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
민: 채 강사가 말한 내용은 부대 차원에서 결정하기는 어렵고 국방부 차원에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이것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군에서 독서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본부에서는 군 간부를 대상으로 인문학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서: 갑작스럽게 닥친 비대면 환경이었지만 많은 것을 얻었다. 다시 대면이 가능해지는 환경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온라인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쌓은 역량이 대면 프로그램에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민: 맞다. 다음해에는 대면과 비대면 코칭이 병행될 것으로 본다. 비대면 코칭의 경우, 전용 앱을 통한 전면 관리와 화상코칭 같은 부분 관리 체계가 가능하다. 참고로 현재 모든 병사들이 저녁 자유시간에 자유롭게 휴대폰을 사용하며, 기술적으로 모든 모바일 앱과 인터페이스 환경에 자유롭다. 반면 화상회의 환경은 열악하나 이 또한 병영문화 개선 차원에서 검토해보려 한다. 언택트도 기본은 오프라인이다. 다음해엔 거꾸로 언택트에 오프라인이 추가되는 원년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