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바이든 초대 내각 윤곽 … '다양성·중도파·옛인물'에 새 구상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초대 내각을 구성하며 역대 어느 행정부보다 다양성 있는 내각이 되도록 신경쓰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까지 15명의 각료들 가운데 11명을 지명했는데 거의 절반인 5명을 여성으로 지명했다. 코로나 시대 이후 경기회복에 막중한 역할을 해야 하는 재무장관에 재닛 옐런 전 연준의장을 지명했다. 옐런 지명자가 상원인준을 받아 취임하면 첫 여성 재무장관이란 역사의 기록을 쓰게 된다. 옐런 지명자는 이미 오바마 시절 최초의 여성 연준의장이라는 타이틀을 받은 바 있는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이란 신기록까지 세우게 된다.
내무장관에 지명된 뎁 할랜드 연방하원의원은 여성각료이자 특히 첫 인디언 원주민 출신 장관에 오르게 된다.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에 지명된 마르시아 퍼지 연방하원의원은 흑인의원총회 의장으로 연방의회에서 흑인의원들을 이끌고 있다. 이에 비해 에너지 장관으로 지명된 제니퍼 그랜홈 전 미시간주지사는 백인여성으로 캐나다 밴쿠버 출신이지만 지명도는 옐런 지명자 못지않게 널리 알려져 있다.
초대 내각에선 소수계 출신으로 흑인 2명, 라티노 2명에 인디언 원주민 1명을 기용해 골고루 등용하려 신경 쓴 것으로 보인다. 펜타곤 수장이 되는 국방장관에 미 육군 대장으로 중부군 사령관을 지낸 로이드 오스틴 장군을 지명했는데 그는 흑인 남성으로 취임하면 최초의 흑인 국방장관에 오르게 된다. 또 다른 흑인 각료는 마르시아 퍼지 주택장관 지명자이다.
각료급 인사 중에는 린다 토머스 유엔대사 지명자가 흑인여성이고 마이클 리건 환경보호청장 지명자는 흑인 남성이다.
라틴계 각료도 현재까지 2명이 지명됐다. 코로나19 사태를 해결하고 오바마 케어를 바이든 케어로 보강할 막중한 역할을 하게 될 보건복지부 장관에 지명된 하비에르 베세라 지명자는 연방하원의원 시절부터 널리 알려져온 라티노 대표 정치인인데다가 현재 캘리포니아주 주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을 맡고 있다.
트럼프 반이민정책을 바이든 친이민정책으로 180도 바꾸는데 앞장설 국토안보부 장관에 지명된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지명자는 쿠바 난민 출신으로 오바마 시절 이민서비스국장으로써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정책인 DACA 등 친이민정책을 주도한 바 있다.
아시아계는 15인 내각에는 아직 없지만 각료급 인사들로는 2명의 여성이 이름을 올렸다. 백악관에서 예산 및 규정을 관리하는 예산관리실장(OMB)에 내정된 니라 탠든은 부모가 인도이민자 출신인 여성이다. 이어 미 무역대표에 대만계인 캐서린 타이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정책 법률 고문이 내정됐다.
◆거물 각료보다 조용한 참모형 선호 =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초대 내각을 구성하며 낙점한 각료들에는 역대 행정부 때보다 대중의 큰 관심을 끌거나 바람을 일으킬 만한 거물은 없고 조용한 참모형을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초대 내각을 구성하며 대선 라이벌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으로 기용해 대통령보다 더 인기 있고 전세계에 더 알려진 스타 국무장관을 둔 바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또 부시 공화당 행정부의 국방장관인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도 유임시키는 파격을 선택해 외교와 안보에선 스타들을 앞세워 초당적으로 수행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혀 호평을 받았다.
그에 비해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조용하게 보좌해온 토니 블링큰 전 국무부 부장관을 국무장관에, 상원 법사위원장 시절 법률고문과 부통령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한 조용한 참모 론 클라인을 백악관 비서실장에 앉혔다. 바이든 초대 내각에서 그나마 눈에 띤 거물급 인사는 첫 여성 재무장관이 될 옐런 재무 장관 지명자와 첫 흑인 국방장관이 될 로이드 오스틴 전 중부군 사령관이다.
◆옛 민주당정권 인사들에 새로운 역할 요구 =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매우 작은 델라웨어를 정치기반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인력풀 역시 옛 민주당 행정부 시절의 인사들에 대거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초대 내각을 구성하면서도 오바마 행정부 8년 때 일했던 인사들을 주로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톰 빌색 농무부 장관 지명자는 이미 오바마 행정부에서 8년간이나 농무부 장관을 지냈는데 같은 자리에 다시 기용하려 하고 있다.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지명된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지명자도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민서비스국장으로 자주 등장했던 인사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도 국무부 부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역임한 오바마 행정부 때의 고위 관리이다. 다만 바이든 당선인은 일부 오바마 인사들에게는 전혀 다른 직책을 맡기면서 새로운 구상, 담대한 정책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오바마 2기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데니스 맥도너 전 비서실장에게 바이든 당선인은 재향군인부 장관을 제안했다. 맥도너 재향군인부 장관 지명자는 올해 51세로 비교적 젊은데다 군복무 경험이 없는 데도 전장을 누비던 재향군인들에게 봉사하는 임무를 맡김으로써 불만을 사온 재향군인부와 그 산하 보훈병원 등의 개혁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군복무 경험이 전무한 인사에게 재향군인부를 맡겼다는 지적과 우려가 민주당 진영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백악관에서 국내정책을 총괄하는 국내정책국장(위원장)에 전혀 예상치 못한 수전 라이스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낙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면서 바이든 당선인의 새로운 도전이 주목받고 있다.
라이스 전 안보보좌관은 당초 국무장관 후보로 거명됐다가 오바마 시절 발생했던 리비아 미국영사관 피습사건으로 다시 한 번 발목을 잡혔는데 외교안보가 아닌 국내정책을 총괄하는 백악관 국내정책국장으로 기용된 것이다.
◆중도파 기용으로 진보파 분노 =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민주당 진영내에서 중도파와 진보파를 결집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데 초대 내각 구성만 보면 자신이 속한 중도파들을 주로 기용해 진보파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아직 진보파들이 기용될 수 있는 상무, 노동장관 등의 지명이 남아 있으나 아직까진 진보파들을 홀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중도하차하면서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던 피트 부티지에지 전 사우스벤드시장은 바이든 초대 내각의 교통장관으로 지명됐다. 그는 38세라는 젊은 나이로 아마 바이든 내각의 최연소 장관에 오를 것으로 예고된다. 부티지지 교통장관 지명자는 젊고 공개적인 동성애자로 동성과 결혼까지 한 인물이지만 민주당 진영에서는 진보파가 아닌 중도파로 분류되고 있다.
민주당 진영내에서는 진보파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흔히 AOC로 불리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하원의원 등이 대표적으로 꼽히고 있다. 진보파들은 거의 사회주의에 가까운 정책의 전환과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승리를 위해 민주당 경선에 참여했던 워런, 샌더스 상원의원과 그들의 정책 반영을 약속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진보진영의 인사 기용이나 진보정책 채택에 열성을 보이지 않고 있어 진보진영이 들끓고 있는 것으로 뉴욕타임스는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