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동의청원 1년 - ① '전자청원' 도입의 역설

의원소개 청원 1년새 59건→19건 … 전자청원은 18건뿐

2021-01-05 11:32:29 게재

전자청원 도입 이후 전체 청원건수 감소 뚜렷

높은 문턱·부실 심사로 국민청원 의지 꺾어

"국민이 국회가 제 역할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

국민들의 청원 문턱을 낮추기 위해 전자청원인 국민동의청원을 도입한 지 1년. 하지만 오히려 청원 수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나타나 주목된다. 현재 국회 청원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들어 7개월여 동안 접수된 청원은 26건이었다. 월평균 3.7건이 들어왔다. 의원소개로 이뤄진 청원이 15건, 국민동의청원이 11건이었다.

4.16연대, 중대재해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 | 4.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 4.16연대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은 10만명의 동의를 얻어 상임위에 올라간 국민동의청원 중 하나다.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20대 국회에서는 207건의 청원이 이뤄졌다. 월평균으로 따지면 4.3건이다. 의원소개청원이 월평균 4.2건 전체 200건이었다. 2020년 1월 10일부터 시작한 국민동의청원은 7건이 들어오는데 그쳤다.

21대 월평균 청원 접수건수만 보면20대에 비해 14.0%인 0.6건이 줄었다. 의원소개청원만 따지면 4.2건에서 2.1건으로 반토막났다. 국민동원청원은 1.4건에서 1.6건으로 0.2건 늘었지만 여전히 월 1건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동의청원이 도입한 이후 이달 4일까지 들어온 청원은 37건으로 월평균 3.1건이었고 4년전인 2016년1월10일~2017년1월4일까지 공개된 청원은 59건으로 매월 4.9건씩 들어왔다. 의원소개 청원은 59건에서 19건으로 줄었지만 국민동의청원은 18건에 그쳤다.

◆추세적으로 줄어드는 청원 = 국회의 청원 감소추세가 전자청원 도입으로도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13대 국회에 503건의 청원이 들어왔고 16대에 765건까지 늘었으나 추세적으로 줄어드는 모양새다. 같은 기간 월평균 청원건수 역시 10.5건에서 15.9건으로 증가했다가 곧바로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이같이 청원이 줄어드는 데는 '청원자의 효용성 부재'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여전히 '높은 청원 문턱'과 '소극적인 국회 논의'가 만든 악순환의 고리가 견고하다. 좀 더 손쉬운 청와대 국민청원을 활용해 간접적으로 국회의원의 입법을 유도하는 게 더 수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채택율 0.1% = 힘들고 국민동의 절차를 넘어 상임위에 올라가더라도 지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13~20대까지 1998년 6월~2020년 5월까지 22년 동안 들어온 청원은 모두 3535건이었으며 이중 채택된 것은 44건인 0.1%에 그쳤다. 20대 국회에서 207건 중 4건이 채택돼 1.7%의 채택률을 기록한 것이 13대(2.6%) 14대(2.1%)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일 정도다.

취지가 달성됐거나 다른 법안에 반영됐다는 의미로 '본회의 불부의' 의결한 청원은 1175건으로 전체의 33.2%였다.

하지만 '취지' 달성과 반영이라는 불부의 이유는 매우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회의록을 보면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게 많다는 점에서 '폐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철회는 4.2%인 148건이었고 폐기된 법안은 67.8%인 2397건이었다. 폐기법안은 대부분 임기말까지 묵혀둔경우였다.

민주당 이성만 의원은 "국회청원 건수가 청와대 청원에 비해 99배나 적다"며 "국민이 국회에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느끼기에 청와대 청원과 국회 청원이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 온라인 청원에 대해 각 상임위가 보다 무게감 있게 받아들이고 청원을 하면 실제로 제도가 바뀌고 국회가 일한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한다"고도 했다.

입법조사처는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나타난 국민의 의사는 현안에 대한 즉각적인 관심을 넘어 실질적인 제도 변화를 원하는 입법개선요구까지 포괄하고 있다"면서 "국민동의청원제도가 의미 있는 국민참여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국회의 충실한 심의와 입법에 대한 반영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동체의 현안 문제 해결에 대한 국민 다수의 관심과 요구가 국회의 다각적 논의를 거쳐 합리적이고 실효성있는 대안으로 제시되고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하여야 할 것"이라며 "국회의 적극적인 청원 심사를 통해 비로소 국민동의청원제도가 온라인 공간에서의 파편적인 의견표출에 그치지 않고 진지한 참여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국민동의청원 1년"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