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협회, 건물 입주 학교에 '갑질' 논란

2021-01-20 12:12:23 게재

학교측 "운동장·승강기 이용 막아" … 학생들 1인시위

협회측 "무질서하게 사용해 … 코로나19 방역 위한 것"

한국외교협회(회장 이준규 전 주일본대사)가 협회 소유 건물에 입주한 대안학교를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학교와 학생들은 협회가 운동장을 폐쇄하는가 하면 정문 출입과 승강기 사용을 막는 등 부당한 행위를 했다며 1인 시위를 하며 항의중이다. 외교협회는 전현직 외교관들로 구성된 공익 목적의 사단법인이다.

19일 대안학교 '숲나-플레10년(숲나학교)'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해 3월 이후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학생 등 학교 관계자들의 정문 출입과 승강기 사용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정문이 아닌 건물 측면에 위치한 출입구를 통해 등교하고, 100여명 분의 급식 식자재도 계단을 통해 날라야 하는 불편함을 겪어왔다. 숲나학교는 2019년 2월부터 5년 임대계약을 맺고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협회 건물 3층에 입주해 있다.

학부모 정 모(41) 씨는 "애초에는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한 출입구 분리 등의 상황을 이해하는 입장이었지만 갈수록 갑질이 심해지고 있다"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정상적으로 임차인의 권리를 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태용 교사는 "임대기간이 3년이나 남았는데 협회측은 출입제한, 기숙사 비밀번호 요구, 승강기와 운동장 사용 금지, 급식실 폐쇄 요구 등 비상식적인 조치를 하며 학교를 내보내려고 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협회 건물 4층에는 재외공무원 자녀 등이 이용할 수 있는 기숙사가 있는데, 공실이 있을 경우 학교 측이 기숙사로 활용중이다. 학교 측은 최근 협회에서 건물 관리 등을 이유로 기숙사 출입 비밀번호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협회와 학교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난 18일에는 협회측에서 학생들 출입을 막기 위해 건물 정문을 폐쇄해, 학교 측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서가 시정조치를 하기도 했다.

5년간 숲나학교를 다닌 한 학생은 "갑자기 운동장을 막고 직원들은 학생들에게 막말을 했다. 승강기를 한 번 사용하려고 해도 변호사를 통하라고 한다"면서 "정식으로 사과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협회측은 갑질 논란이 공론화되자 이날 회원 대상 입장문을 내고 "계약서상 임대 계약 대상은 건물 3층에 한정된다"면서 "학교측이 요구하는 정문 통로(엘리베이터 이용)와 운동장 사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계약 후 1년간 계약 범위를 넘어선 건물의 일부분(정문통로, 엘리베이터, 운동장 등)에 대해 호의 차원에서 학교측 사용을 묵인해 줬다"면서 "그러나 학교 는 대규모 학부모 행사 등을 통해 1층 로비를 점령하고 자정 넘어까지 각종 행사 등을 진행해 시정을 요구했으나 학교가 전혀 호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이후 출입구 분리 및 승강기 사용 금지 조치에 대해서는 "회원들이 고령임을 감안해 학교 측과 직접 접촉을 방지하는 조치가 필요하게 됐다"면서 "학교도 불만을 표출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운동장 폐쇄에 대해선 "호의로 사용을 묵인해 왔으나 법률상 운동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전적으로 협회가 책임져야 해 지난 1월 대설로 인한 위험발생을 우려해 출입을 금지하는 철문을 부착했다"고 설명했다.

협회를 대리하는 변호사는 "서로 이견이 있어 빠른 시일 내 대화하기로 했고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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