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대한항공 합병심사와 공정위 판단

2021-01-26 12:35:31 게재
대한항공이 신청한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신고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가 본격 시작됐다. 우리나라 공정위를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 8개 해외 경쟁당국에도 신고서가 일괄 제출됐다고 한다. 글로벌 시장에선 두 회사 합병이 독점을 우려할 정도가 아니니 해외 경쟁당국 심사는 무난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 공정위의 판단이다. 국내시장을 놓고 보면 두 회사의 합병은 사실상 1업종-1개사의 독점체제를 만들게 된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통합 항공사의 점유율이 50% 이상인 국제선 노선만 32개다. 인천발 로스앤젤레스(LA)·뉴욕·프놈펜행 등 일부 장거리 노선은 점유율이 100%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상 1개 사업자가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면 독과점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시장독점은 오만과 횡포를 낳고, 길게 보면 경쟁력 하락과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 그래서 국회 입법조사처는 기업결합 심사를 할 공정위에 ‘유의’할 것을 권고했다.

두 항공사의 합병 여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경도 혼란스럽다.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손발 노릇을 하며 사랑을 받아왔다. 신혼여행이나 해외여행 등 추억 한켠에는 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있었다. 이랬던 두 국적 항공사가 존폐를 걱정하는 상황에 내몰렸다는 점에서 연민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하나 국민들이 느끼는 감정은 ‘배반감’이다. 두 항공사는 창사 이래 정부의 보호 아래 특혜를 누리며 성장해왔다. 그랬던 두 항공사가 어려워지니 또 ‘정부특혜’로 합병 심판대에 올라와 있다. 산업은행이 경영정상화에 필요한 자금(8000억원+α)을 투입한다고 하니 따지고 보면 국민세금이다. 수년 전부터 경영 애로를 겪던 아시아나항공에는 이미 수조원대 혈세가 투입됐다.

더구나 두 항공사는 최근 몇년간 오너 일가의 갑질과 편법, 지분다툼으로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붓고 있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한 ‘갑질’ 오너 자녀들의 경영권 다툼도 아직 진행형이다.

사정이 이러니 국민들은 의아스러울 수밖에 없다. 총수일가 갑질이나 지배구조 문제는 놔두고, 다시 천문학적 혈세를 투입하는 ‘합병 특혜’까지 줘야하는 것일까. 국내 항공사가 독점체제가 되면 선택권을 잃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이다.

공정위는 이르면 상반기 중 합병심사 최종결과를 내릴 것이라고 한다. 공정위가 과거의 ‘정부정책 거수기’ 역할에 머물 것인지, 국민과 소비자 편에 서서 전향적 결론을 내릴 것인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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