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포인트 거래, 개인정보 샌다?

2021-02-04 11:36:07 게재

빅테크 거래정보, 정보보호 무력화 논란 … "결제원에 쏠린 정보 남용 우려"

김주영 "지급결제 관리권한은 한은" 법안 제출

금융위-한은, 지급결제 감독권 충돌 격화할 듯

정부가 이르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를 시도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의 일부가 개인정보 보호를 사실상 무력화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을 예고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거대 IT기업이 금융산업에 진출하면서 이들 '빅테크'의 거래정보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여러 법률의 적용을 면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분석이다.

양기진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4일 '2021년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금융정보학회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를 통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전자지급거래 관련 개인정보가 제약을 받지 않고 무제한 집중될 수 있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이번 개정안 가운데 전자지급거래 청산의무 조항을 문제 삼았다. 이 조항은 빅테크가 전자지급거래 정보를 금융결제원에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면서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 주요 3법의 적용을 면제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네이버는 자사가 고객에게 지급한 포인트를 이용해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한 경우 모든 거래정보를 당사자 동의없이 금융결제원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더구나 정해진 목적 이외에도 정보의 이용이나 제공에 제한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양 교수는 이러한 빅테크의 행위가 △금융실명제법상 금융거래의 비밀보장 △개인신용정보의 제공 및 활용에 대한 동의 △개인정보의 목적외 이용 및 제공 제한 등 개인의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관련 법률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금융결제원에 과도하게 개인정보가 쏠리게 되면 이 데이터베이스를 누가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정보의 남용이 우려된다"며 "자칫 빅브라더 논란의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당사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외부에 집중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개인의 자기정보 결정권을 보장하는 헌법상 이념에도 반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둘러싼 금융위와 한국은행의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급결제와 관련 한은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은 4일 한국은행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법안에서 "한국은행은 지급결제 제도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해 지급결제 운영과 관리·감시·국내외 협력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해 지급결제 업무가 한은의 고유권한임을 법 조문에 명문화했다.

김 의원은 "환경 변화에 발맞춰 지급결제제도에 대한 한국은행의 책무를 재정립하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발의했다"며 "디지털화폐 출현으로 통화주권이 위협당하고 있고, 빅테크의 출현과 급성장으로 지급결제와 관련한 리스크는 커졌는데 중앙은행에 부여된 정책수단은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김 의원의 법 개정 추진을 반겼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5일 "지급결제제도의 안정적 운영과 지속적 발전은 중앙은행의 본질적 책무"라며 "지급결제제도의 운영이 금융감독 당국에 통제되는 것은 원칙에도 맞지 않고, 세계적으로 유례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법안 발의로 지급결제와 관련한 감독 및 관리 업무의 소재를 두고 한은과 금융위의 갈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금융위가 권한을 갖도록 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된 데 이어, 이날 김 의원이 한은의 고유 권한임을 법에 규정하는 법안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두 법안이 충돌할 경우 향후 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은 더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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