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동진(도봉구청장) 서울시구청장협의회장

"중대재해기업 공공계약 제한 강화해야"

2021-02-09 12:42:35 게재

10명 동시 사망해도 최대 2년

"새 서울시장 시민만 바라봤으면"

탈석탄 넘어 '탈탄소금고' 추진

"한 사업장에서 한달에 한명씩 노동자가 사망해도 공공계약에 아무 제약이 없어요. 10명이 동시에 사망해도 제한기간이 최대 2년입니다."

이동진(사진·도봉구청장) 서울시구청장협의회장은 "중대재해는 실수가 아니라 비용을 최소화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의도에 의한 결과"라며 "중대재해기업이 최소한 공공영역에서는 이익을 실현할 수 없도록 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서는 '시민만 바라보는, 지방자치 철학과 가치를 깊게 하는 시장'을 주문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통과로 지자체 기대감이 크다.

지방의회 권한 강화, 주민참여 강화는 의미 있다. 하지만 기초지자체와 관련해서는 특별히 진전된 내용이 담기지 못해 아쉽다. 기본적으로 지방자치는 조직권 입법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여전히 법에 근거가 있어야만 조례를 만들 수 있고 지자체 스스로는 공무원 정원을 단 한명도 늘릴 수 없다. 지방은 아직도 중앙정부 중앙정치에 예속돼있다.

1991년 지방의회가 구성되면서 지방자치가 본격화됐지만 현재 헌법은 1987년 개정돼 지방자치 정신이 제대로 반영돼있지 않다. 지방자치에 대한 내용이 매우 축약적이고 자치를 수행하는 정부를 지방정부로 부르지 않고 자치단체라고 해놨다. 법 개정 과정에서 지방정부로 지칭하도록 노력도 했지만 헌법에 가로막혔다. 헌법에 지방자치 정신을 강화해야 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열기가 뜨겁다. 시대가 요구하는 시장 상은?

그동안 서울시장이 대한민국 정치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과도했다고 생각한다. 서울시장이 대권 후보로 가는 디딤돌이라는 인식, 그것이 서울시 행정에 미치는 영향이 썩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향후 서울시장은 시민만 바라보고 갔으면 한다.

지방자치 철학과 가치를 깊게 하는 그런 시장이면 좋겠다. 지방자치에서 서울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다양한 정책들을 시도, 일부는 중앙정부 정책에 반영됐고 다른 지자체 모델로 작용한 건 상당히 많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주민자치회' '마을공동체' 등인데 서울이 선도하고 다른 지역이 함께 하는 형태로 진행 중이다.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정책이라 봐야 한다. 누가 시장이 되더라도 그런 것들은 유지돼야 한다.

■최근 구청장협의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후속 입법을 제안했다.

국회 논의과정에 어머니들의 눈물을 봤다. '처벌받은 기업을 계약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검토했는데 없었다. 국가·지방계약법에 내용이 있지만 안전·보건조치를 소홀히 해 동시에 사망한 근로자가 10명 이상인 경우 입찰 참가제한 기간이 국가는 2년, 지방은 1년 5개월 이상 1년 7개월 미만에 불과하다.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이 최소한 공공영역에서는 이익을 실현할 수 없도록 해야 산업현장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

산업보건법도 보완이 필요하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노동부 장관이 행정기관에 해당 기업에 대한 제재를 요청할 수 있도록 돼있는데 강제규정으로 바꿔야 실효성이 있다. 지난해 산업현장 노동자 882명이 사망했는데 제재 요청은 2건에 불과했다.

■아동학대 예방에도 서울시 자치구가 앞서 나가기로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아동학대 조사 공공화사업' 선도지구에 선정돼 아동보호팀을 꾸리고 전담공무원 6명을 배치했다. 흔히 아동학대라고 하면 신체적 학대만을 생각하는데 다양한 유형이 있다. 코로나로 실직해 부부싸움이 심해지고 아이가 그걸 지켜보는 것도 학대다. 이런 경우 가정환경을 변화시켜야 한다. 경제적 어려움이 보호자의 우울감과 아동 방치로 이어지면 정신치료를 받도록 연결시켜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6명으로는 감당이 안된다.

전담 공무원에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제도적 개선과 함께 가해자와 분리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일시보호소를 더 확대해야 한다. 무엇보다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 아동은 '부모에 속한 존재'가 아니라 '독립적 권리를 가진 주체'다.

■구청장협의회에서 올해 주목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현장에서 법을 집행하는 기초지자체 의견을 통해 사회적 현안을 해결하는 물꼬를 틀 수 있다. 각 자치구 우수정책을 공유하고 법령과 제도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정부와 서울시에 적극 건의하고 협력해 나가겠다.

현재 각 지자체와 교육청에서 '탈석탄금고' 선언을 이어가고 있는데 서울 자치구는 한발 더 나가 '탈탄소금고' 결의를 시도해보려고 한다.

이제형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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