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처럼 판매된 사모펀드가 문제"

2021-02-17 12:07:29 게재

"사모펀드 피해자가 수천명? … 창구판매는 공모펀드로 봐야"

기관투자자 참여 펀드는 규제 완화 등 투자자별 차등화 필요

금융소비자보호법·통합정보보고시스템으로 정보제공 확대

개인투자자가 참여하는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반면 기관투자자들이 주로 참여하는 사모펀드의 경우엔 규제를 완화해 모험 자본 공급 역할을 더 잘할 수 있게 하는 등 투자자별로 규제를 차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모펀드의 공모화" = 16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국회입법조사처가 공동 주최한 '사모펀드 규제 합리화 방안' 세미나에서 최원진 JKL파트너스 파트너는 "라임·옵티머스 환매중단 사태의 핵심 원인은 사모펀드의 공모화"라며 "전문 투자자형 사모펀드 제도가 도입되고, 다수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가 이뤄지면서 사모펀드의 기관 중심주의가 깨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모펀드 사태인데 피해자가 수천명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금융투자업자가 창구에서 판매를 권유하는 순간 투자자의 수가 50인 이하가 되는 것은 불가능해 공모펀드로 봐야한다"고 꼬집었다. 미국의 사모펀드 시장은 투자 판단의 전문성이 있는 기관 중심, 일반 대중에게 청약을 권유하지 않는 사모 한정이라는 2가지 원칙을 갖고 성장했다.

반면 한국의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한국형 헤지펀드)는 개인 투자자가 쉽게 참여할 수 있게 진입 장벽을 낮추고 은행과 증권사 판매 창구에서 사모펀드 판매까지 허용해 환매중단 사태 등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최 파트너는 "개인 투자자가 참여하는 펀드는 투자자 보호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반대로 기관 투자가 위주의 펀드는 규제를 확 풀어 순기능을 살려 펀드시장을 활성화하자"고 강조했다.

◆사모펀드도 충실한 정보제공 기본 = 류혁선 KAIST 경영공학부 교수는 '사모펀드와 투자자 보호'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적시에 금융 투자상품을 생산·공급할 수 있는 사모제도는 벤처·혁신기업을 발굴하고 모험자본을 공급하기 위한 유용한 제도"라며 "일반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금융당국의 규제 역량을 집중해, 사모펀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류 교수는 "사모펀드 부작용이 발생하는 원인은 △운용사의 수익률 조작, 횡령, 부실은폐 등 불법·부정행위 △운용사 해외투자 관련 경험 및 역량 부족으로 인한 투자사기 △불완전판매 △투자환경 변화로 인한 투자자산 부실 △유동성 및 투자위험의 전이 등"이라며 "사모펀드 또한 신의성실에 따라 투자자가 해당 투자상품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충실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사모펀드의 발전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우선 금융소비자 보호법 등의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감독제도를 개선해 통합정보 보고시스템을 구축하고 보고 정보의 양과 질을 강화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공모펀드와 달리 정기적으로 정보제공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 사모펀드 분야에도 투자자에 대한 정보 제공을 확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또 펀드재산 가치평가에 대한 공정성을 확보하고, 펀드의 부실화를 막기 위한 외부감사 의무화 방안도 있다.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방안도 중요하다. 금융투자상품을 개발하는 부서는 영업실적으로 성과를 측정하는 부서와 독립시킬 필요가 있고, 영업부서는 판매수수료가 높은 상품이 아닌 고객에게 유리한 상품이 선정되도록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불합리한 규제는 개선해야" = 한편 이번 세미나를 주최한 김병욱 의원은 "자본시장 활황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 내 대표적인 모험자본으로 꼽히는 사모펀드 시장은 위축되고 있다"며 "사모펀드 운용사의 불법행위와 펀드 판매회사의 불완전 판매, 연일 터져 나오는 환매중단 사태로 인해 사모펀드 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가 크게 저하된다면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 기업구조조정, M&A등의 추진 과정에 영향을 미쳐 우리 경제 활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는 최근 사모펀드의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 등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사모펀드의 부작용을 해소하고,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기 위해 국회 입법조사처와 함께 마련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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