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등록법 모호해 '나홀로 출산' 출생신고 어려워

2021-02-18 12:23:24 게재

허민숙 입법조사관 "'분만 목격자의 진술'로도 출생신고 쉽도록 개정해야"

'나홀로 출산' 미혼모의 출생신고가 수월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입법조사관은 17일 '나홀로 출산 미혼모의 출생신고 개선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최근 잇따른 아동 유기·사망사건에서 밝혀진 충격적인 사실은 아이들이 출생신고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모호한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가족관계등록법) 등을 개정해 미혼모의 출생신고를 수월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미혼모 증가하지만, 출생신고 규정 '모호' = 10대 산모에 의한 출산이 증가하고 있지만, 가족관계등록법상 출생신고 규정이 모호해 출생신고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허 조사관 지적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자녀를 출산한 18세 이하는 451명이며, 그 범위를 19세까지 확대하면 1106명에 이른다. 전체 출생아 수는 감소하고 있는 추세지만, 혼인외 자의 비율은 증가해 같은 해 기준 전체 출생아의 2.3%인 6974명이 혼인외 자로 출생했다. 30만 2676건의 출산 중 병원에서 출산한 경우는 30만 1126건, 988명은 자택에서, 그 외 장소 396건, 알려지지 않은 경우도 172건에 이른다.

허 조사관은 "홀로 분만을 감내한 경우 출생신고가 장기간 지연될 우려가 높다"고 우려했다.

가족관계등록법은 출생신고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출생신고서에 의사나 조산사가 작성한 출생증명서를 첨부해야 하나 그렇지 못할 경우 분만에 직접 관여한 자가 모의 출산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 등을 첨부해 작성한 출생사실을 증명하는 서면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모의 진료기록 사본이나 자의 진료기록 사본 또는 예방접종증명서 등 모의 임신사실 및 자의 출생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여기에 해당된다.

그런데, 의료기관이 아닌 자택 등에서 출산하는 경우 의료진으로부터 출생증명서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대체 서면을 준비해야 하는데 준비가 수월치 않을 수 있다. '분만에 직접 관여한 자'가 '모의 출산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면 출생신고를 허가하도록 하는 규정에 다소 모호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허 조사관 지적이다.

우선 '분만에 직접 관여한 자'의 의미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분만을 지켜본 자, 분만 직후에 출산 장소에 나타난 자, 탯줄을 자른자 등 해석 여지가 분분할 수 있다. '모의 출산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에 의해 '임신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 보다 구체화돼 있는데, 특히 산모가 청소년 미혼모인 경우 임신 진단을 포함, 산전검사를 단 한 차례도 받지 않은 경우가 있어 임신 진단 및 검진 관련 자료 확보가 어려워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가정법원 확인절차를 거쳐야만 하는 불편함이 있다는 것이 허 조사관 설명이다.

◆목격자 있는 자택출산도 출생신고 거부돼 = 분만을 지켜보다가 도운 목격자가 있는 자택출산의 경우 필요 서류를 구비한 후 출생신고를 할 수 있지만 출생신고가 거부된 경우도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16세 여자 청소년이 자택에서 출산하고, 아이 아버지인 17세 청소년이 아이의 탯줄을 자르는 등 출산을 도왔다. 그러나 주민센터에서 출생신고가 거부되고,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법원에 가라는 안내만 들었다고 한다. 6개월 동안 미등록 자녀를 키우고 있던 미혼모의 출생신고 역시 거부됐다.

허 조사관은 "두 사례 모두 목격자가 있는 자택출산이지만 업무 담당자가 해당 규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거나 해석 오류로 인해 출신신고가 거부된 것으로 보인다"며 "청소년 사례에서 담당자는 '탯줄을 자른 자'를 '분만에 직접 관여한 자'로 보지 않았고, 미혼모 사례에서는 모의 산전기록이 없는 것이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캐나다 간단한 서류만으로 출생신고 가능 = 미국과 캐나다 등의 경우 자택 출산의 경우 몇 가지 서류만 구비하면 출생신고를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부모의 신원 △임신 관련 진단 기록 △살아 있는 채로 출생 △해당 지역 분만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요구한다. 이를 위해 부 또는 모의 신분증, 임신·출산 관련 의료기록, 아이의 진료기록, 거주지의 월세·공과금 납부기록 등을 제출하면 된다.

캐나다 앨버타주에서의 자택출산 또는 나홀로 출산은 의료기관이 아닌 장소에서 의료진 도움 없이 이루어진 출산으로 분만 후 48시간 이내에 산모 및 출생아가 의료기관으로 이송되지 않은 출산을 말한다. △임신사실 △분만 시 산모가 앨버타에 있었다는 증명 △살아 있는 채로 출생 △출생아의 성별을 당국에 신고하면 된다. 임신 진단서 및 진료기록이 없을 때에는 임신을 목격한 자의 진술서로 대체가 가능하다. 부모의 신원, 아이의 출생이 알려진 경로, 아이의 출생을 알고 있는자가 신원을 증명하고 분만당시 아이가 생존해 있었음을 진술함에 의해 출생신고 필요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 허 조사관 설명이다.

◆'분만에 직접 관여한 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 허 조사관은 "가족관계등록법 제44조 4항 1호의 '분만에 직접 관여한 자'를 '분만을 목격한 자'로 규정해 분만을 지켜보고 도운 자의 선서 및 진술에 의한 모자관계확인, 그리고 산전·산후 의료기록 확인을 통해 출생신고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가족관계등록법 제44조 4항의 '대체 서면'에 분만 신고를 받고 출동해 분만을 조력한 '119구급대원의 출동기록 사본'을 명시함으로써 의료기관 외 출생아에 대한 출생신고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행정절차를 통한 유전자 검사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미혼모의 출생신고를 수월하게 할 수 있다. 허 조사관은 "현행 규정으로는 나홀로 출산의 경우 법원명령을 통해 유전자 검사 이후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데 비용 등의 문제로 산전검사조차 받지 못한 청소년 미혼모가 전문가의 도움없이 홀로 절차를 밟는 것이 어렵다"며 "목격자도, 의료기록도 없는 나홀로 출산의 경우 전국 17개소 미혼모 거점기관의 지원을 통해 지정기관에서 신속히 유전자 검사를 받고, 검사결과에 따라 출생신고를 허용하는 등의 절차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성열 기자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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