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세금·미투·물가·이자' … 선거 앞 여당에 민생악재 쌓인다

2021-03-17 11:10:14 게재

공직자재산공개·박원순피해자 기자회견

'연기금 주식 매도'까지 정부 책임론으로

'정권교체' 원하는 중도층 되돌리기 과제

4.7 재보궐선거를 20여일 남겨놓고 있는 가운데 여당에 민생악재가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투기의 여진이 지속되고 있고 이와 연관된 보유세 상승도 민심을 자극하는 분위기다. 살림살이는 쪼그라들지만 물가 상승과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확대도 민생고를 가중시키고 있다. 다소 희미해져간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과 관련, 피해자가 전면에 나오면서 핵심이슈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중도층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상인과 인사하는 이낙연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이 16일 오전 울산시 남구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아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17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이달 25일 국회 홈페이지내 국회공보를 통해서 국회의원 298명과 사무처, 도서관, 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 1급 이상 고위직의 재산이 공개된다고 밝혔다. 겸직장관인 이인영, 전해철 의원은 정부에 신고, 공개된다. 신고기준일은 지난해 12월말이고 지난 2월말까지 신고한 내용이다.

행안부와 대법원 등 다른 독립기구 등에서도 동시에 1급 이상의 고위공직자에 대한 재산공개가 이뤄지고 4급 이상은 등록을 하게 된다.

다시 한번 공직자와 공공기관(공기업) 고위급의 재산 특히 부동산(토지, 아파트 등)에 대한 검증이 이뤄질 전망이다. 여당이 'LH투기'에서 시작한 '불공정'이슈를 잡기 위해 전수조사, 특검, 국정조사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불길을 막아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파트(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부담도 여당엔 악재다. 납부일이 6월 1일 이기는 하지만 전날부터 자신의 세금 부담을 확인할 수 있는 만큼 민심의 분노가 격해질 가능성이 높다.

서울의 경우 19.91%의 공시가격 상승률이 강남(서초구 13.53%, 강남구 13.96%, 송파구 19.22%)에 비해 강북(성북구 28.01%, 강동구 27.25%, 동대문구 26.81%, 도봉구 26.19%)에 더 두드러지면서 강북지역 1가구 1주택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북지역은 강남과 달리 민주당 지지가 우세한 곳으로 여기에서 반란표가 나온다면 치명적이다. 부산지역에서도 상승률이 19.67%에 달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부동산 정책을 잘못해 가격을 올려놓고 이제는 세금을 걷어가려고 한다는 비판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면서 "게다가 과거에는 강남 중심으로 가격과 세금이 올랐다면 이제는 강북까지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세금을 올린 정권이 선거에 이기기는 어렵다"면서 "일정상 그렇게 됐다 하더라도 상승폭 등을 조절했어야 했다"고 했다.

이날 나올 고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의 기자회견도 관심이다. 이와 관련한 책도 나올 예정이다. 수면 밑으로 잠시 들어가 있었던 '민주당의 원죄'를 다시 환기시킬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시장의 책임론과 여당의 무공천 번복이 회자되면서 민주당 후보들의 입지를 좁힐 수 있다.

이 외에도 민생고들이 많다. 기저에 쌓인 실업도 문제지만 코로나19 방역에 따른 마스크 착용으로 다소 둔감해졌지만 눈으로 인식될 정도로 강력한 미세먼지와 함께 연기금의 무더기 매도에 의한 주가 하락도 민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의 급등,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부담도 국민들의 주머니를 가볍게 만들고 있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대를 넘어서 가운데 이자부담 가중은 가계에 치명타라는 점에서 간과하기 어렵다.

진보와 보수진영 싸움으로 번질 4.7 재보궐선거에서 중도층의 선택은 이미 '보수 후보'로 쏠려 있다. 다만 여전히 중도층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비율이 높은 만큼 민생고 악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와 함께 상대적 평가가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11일 한국갤럽이 전국 18세 이상 1003명에게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를 보면 스스로 중도층이라는 유권자가 32.8%로 진보(25.8%) 보수(25.9%)에 비해 많았다. 이들은 대통령 직무평가에 대해(잘하고 있다 36%, 잘못하고 있다 57%) 전체 평균(38%, 54%)보다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기대하는 결과에 대해서도 정권유지(36%)보다 정권교체(53%) 의견이 많았다. 다만 정당 지지율에서는 민주당(35%)을 국민의힘(25%)에 비해 10%p 높게 지지하면서 투표장에서의 변화 가능성을 열어놨다.

박명호 교수는 "양정숙, 인국공, 윤미향, 부동산 정책, 조국 등 누적된 문제들이 LH사태로 터졌다. 여당과 현정부가 주장해 왔던 공정이라는 테마가 위선으로 확인됐다"면서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선거 전에 자체적으로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선거에는 항상 변수가 따르기 마련인 만큼 야당의 단일화 과정과 실제 성사 가능성, 야당 후보의 자질론 등에 따른 '외부효과'에 기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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