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믿고 투자한 ESS사업자 벼랑끝 위기 … 산업생태계 붕괴

2021-03-23 12:26:12 게재

“매월 1천만원 손해”

당근정책 주던 정부

화재사고 이후 방치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업들이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산업생태계는 붕괴위기에 처했다. 한국ESS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3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규탄집회를 갖고,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진규 한국ESS협회장은 “정부는 ESS산업을 육성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며 신재생공급인증서(REC) 가중치 5배, 전기요금 할인, 대출 확대 등 당근정책을 발표했었다”며 “사업자들은 정부를 믿고 투자했는데, 지금은 매월 800만~1000만원, 연간 1억원씩 손해보는 기업이 다수”라고 밝혔다.

이어 “세계 각국은 ESS산업 육성을 위해 과감한 지원과 투자를 하는 등 연평균 30% 이상의 성장세가 전망된다”며 “하지만 우리 정부는 화재사고 이후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ESS발전소를 퇴출시키려는 듯한 정황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한국ESS협회가 추정하는 ESS 발전사업자들의 피해규모는 100억원을 웃돈다.

정 회장은 “ESS를 갖춘 태양광발전소는 매각하려 해도 사려는 사람이 없고, 일부 발전사들은 공급계약마저 거부하는 상황”이라며 “팔지도 못하고, 제대로 가동하지도 못하는 등 사면초가에 빠졌다”고 토로했다.

국내 ESS산업은 2018년 총 설치규모가 3.7GWh로 전세계 ESS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했지만, 지난해 1.8GWh 규모로 줄었고, 올해는 아예 계획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한국전기산업진흥회는 지난해 11월 주요 설계조달시공(EPC) 업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ESS 사업을 포기했거나 포기를 검토 중인 곳이 60% 이상이라고 밝혔다. 회원사들은 2020년 하반기 ESS 수주실적이 전무했다고 덧붙였다.

국회입법조사처는 ‘ESS 보급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경제성 고려없이 보급 △다수의 화재사고 발생 △전력계통에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지 못함 △재생에너지 연계 ESS는 전력 수요관리 기능이 부족하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유재국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화재사고 이후 정부 권고에 따라 ESS 가동을 정지한 사업자들에게는 수익기회 상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ESS를 가동할 수 있도록 안전설비 마련, 소프트웨어 보강 등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글로벌 ESS 시장이 2018년 11.6GWh(기가와트시) 규모에서 2025년 86.9GWh로 연평균 33%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IHS마킷도 올해만 10GW의 ESS 설비가 새로 설치되고, 이 중 절반이 미국에 추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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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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