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미래의 은행'
동네 점포 급감, 비대면 거래는 폭발
금융그룹, 인터넷은행 별도 설립 검토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은행의 미래를 살펴볼 수 있는 통계를 발표했다. 한국은행은 5일 '2020년 국내은행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현황'을 발표했다. 모바일을 포함해 인터넷을 통한 거래가 양과 질적 측면에서 갈수록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이 은행업무를 보는 수단이 인터넷을 통한 거래가 65.8%로 압도적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통적인 영업점 창구를 이용한 거래는 7.3%에 불과했다.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모바일뱅킹을 포함한 인터넷뱅킹에 등록한 고객은 1억7037만명으로 전년도 말에 비해 7.0% 증가했다. 이 가운데 모바일뱅킹 등록고객만 1억3373만명을 차지해 전년도 말에 비해 10.6% 늘었다. 1인당 평균 3~4개의 은행을 통해 인터넷뱅킹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뱅킹이 차지하는 업무의 내용도 갈수록 복잡한 영역으로 진전되는 양상이 뚜렷하다. 단순한 자금이체 서비스에서 대출신청 등 기존에 고객과 은행원이 머리를 맞대고 하던 일도 온라인을 통해서 처리하는 흐름이다. 금융권에서는 앞으로 대출 뿐만 아니라 펀드가입 등 각종 투자상담과 결정도 온라인을 통한 거래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뱅킹을 통한 단순 자금이체서비스는 하루평균 1331만건으로 집계됐다. 이체 금액은 하루평균 58조1737원에 달한다. 전년도에 비해 각각 11.9%, 20.1% 늘었다. 건수의 증가에 비해 금액이 더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건당 자금이체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인터넷뱅킹을 통한 대출서비스는 하루 평균 2만1000건, 4842억원에 달했다. 전년도에 비해 각각 39.4%, 151.5% 증가했다. 대출서비스 역시 건수에 비해 금액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고액의 대출도 온라인상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대출서비스의 경우 각종 담보와 고객의 신용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복잡한 서류와 대면 상담의 비중이 컸지만 빠르게 온라인으로 대체되는 흐름이다.
비대면 거래의 활성화는 기존 은행 점포의 급감으로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7일 발표한 '2020년 국내은행 점포 운영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18개 은행의 점포는 6405개로 전년도에 비해 304개 줄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83개로 가장 많은 점포를 폐쇄했다. 하나은행(74개)과 우리은행(58개), 부산은행(22개)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은행권의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고 인터넷은행이 정착하면서 기존 시중은행을 거느린 금융지주사에서도 독자적 인터넷은행 설립의 필요성이 나올 정도다. 카카오뱅크 등이 적은 규모의 인원과 비용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면서 시중은행이 차지하고 있던 시장을 잠식할 조짐을 보이자 전통적인 은행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