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된 서울시 지하철 미세먼지 사업
교통공사, 고의지연 의혹
공사 간부는 수사·중징계
진흙탕 속 시민안전 뒷전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가 진행하는 지하철 미세먼지 저감사업이 난장판이 되고 있다. 서울시 감사 결과 공사 전현직 간부가 해임, 수사의뢰 등 중징계를 받았다.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면서 서울시는 확보한 국비를 반납하게 됐고 미세먼지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시민 안전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서울시와 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공사가 추진하는 지하철 미세먼지 사업은 1년 넘게 표류 중이다. 소송과 감사, 공사와 업체 간 갈등이 뒤얽히면서 사업이 멈춰섰다.
최근 밝혀진 서울시 감사에서, 공사는 해당 사업 진행을 고의로 지연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공모를 통해 선정한 업체를 배제하고 제3의 업체로 교체를 시도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는 것이다.
시 감사위원회는 교통공사에 △기존에 체결한 계약 내용에 준해서 조속히 사업을 추진할 것 △설치비 등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을 누락한 채 제출한 조달청 의뢰서를 수정할 것 △향후 사업 지연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업무에 철저를 기할 것 등을 요구했다.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공사 인사규정에 따른 징계를 요구했다. 다수의 간부들이 해임, 정직 등 중징계를 받았다. 교통공사 사장도 기관장 경고를 받았다. 기관장 경고는 지방 공기업 경영 평가 시 감점 항목으로 분류된다.
사업 지연으로 참여 업체들은 큰 손해를 입었다. 터널구간 미세먼지 저감 사업인 양방향 집진기 설치를 맡은 한 중소기업은 공장증설, 인력채용 등으로 약 90억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지연 과정에서 다른 회사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 사업에 참여한 모 회사 관계자는 "해당 사업 지연이 타 사업장에도 영향을 끼쳐 피해 규모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와 업체가 싸움을 이어가는 사이 시민 안전은 뒷전으로 밀렸다. 공사에서 추진하는 양방향 미세먼지 집진기는 지하철 급·배기 환기구에 '집진 셀'을 설치해 양방향으로 드나드는 공기 중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장치다. 오가는 공기의 80% 이상을 전기적 방식으로 걸러내고 집진 셀은 자동으로 물세척해 먼지가 다시 날아 다니는 것을 막는다. 2020년 12월을 기준으로 대구도시철도공사 지하철 구간 60개소에 설치됐고 2022년까지 약 705곳에 해당 집진기를 설치하는 사업이 전국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국비도 날렸다. 해당 사업은 2019년 추경과 2020년 본예산을 통해 600억원(국·시비 포함)을 배정받았지만 실제 집행액은 98억원에 그쳤다. 이 와중에 서울시는 환경부에 2021년 미세먼지 국비지원금 약 700억원을 신청했지만 예산 불용을 이유로 90%에 해당하는 642억원이 삭감됐다.
문제는 재판과 감사가 끝났음에도 사태 해결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사는 서울시 감사 결과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다. 공사 노조도 해당 업체 기술은 터널 내 적용이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감사 결과 수사의뢰 처분을 받은 전 간부는 혐의 전부를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변에선 공사의 사업 진행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지적과 수백억원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특혜 시비 등이 없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시의회 관계자는 "공사가 재심을 요청한 상태고 징계 당사자도 결백을 주장하는 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행정감사 규칙에 따르면 감사대상기관의 장은 감사결과가 위법 또는 부당하다고 인정할 때는 그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시장에게 재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