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조차 막힌 '세종의사당', 지도부 교체·대선 앞 '첩첩산중'

2021-04-28 11:04:24 게재

국민의힘 '6월 통과' 약속했지만 실행 미지수

대선국면 "특정지역 혜택" 반발 강해질 듯

예결위·11개 상임위·예정처 이전 '정진석안' 조율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는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안이 국회 운영위 법안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제 1야당인 국민의힘은 '반대하지 않는다'며 '6월 통과'를 약속했지만 이행 여부는 불확실하다. 양당의 지도부 교체, 대통령선거 등 대형 정치일정이 연달아 예정돼 있어 야당이 비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회 상임위의 상당수를 이전한다는 점에서 과반의석을 갖고 있는 여당이라고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도 어렵다.
의사봉 두드리는 이개호 위원장 |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개호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27일 국회 운영위 제도개선소위에서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원내수석부대표, 야당 간사)은 "(세종의사당 건립에) 반대하지 않는다", "시의성, 중대성 적극 동의한다"면서도 "법무법인에서 나온 결과보고서를 한 번 검토해야 한다. 5월 안에 결론 내더라도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같은 당 곽상도 의원은 세종의사당 설립 자체에 대한 반대입장을 명확히 했다. 곽 의원은 "부동산 투기로 세종시공무원이 조사받고 (있는) 이 시점에 개발 정책을 들이밀어야 하느냐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며 "균형개발하려면 특정기관을 옮기는 문제를 논의할 게 아니라 각 지역에 국회가 가서 상시 활동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원격회의 활성화 정책으로 여러 예산을 들여서 시스템이 가능해진 상황인데 기관을 옮긴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원격회의로 다 가능하다"고도 했다.

소위원장인 국민의힘 김영진 의원은 전날 "그동안 논의를 많이 했고 국민의힘도 취지와 방향 입장 등에 총론적인 합의를 했다"면서 "내일(27일) 결론내고 의결하는 걸로 (하자)"라며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날에도 "잘 마무리하기로 여야가 합의했고 4차례 논의, 공청회에서 충분히 숙의했고 큰 방향에서 다 동의했다"면서 "시간 좀 더 주면 협의와 숙의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여서 (심사를) 좀 더 진행하겠다. 6월 임시국회 내에는 상식적으로 결론내야 한다"고 했다.

김성원 의원이 '6월 통과'에 동의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실질적으로 가능할 지는 의문이다. 우선 여야 지도부가 모두 바뀐다는 점이 가장 큰 맹점이다. 여야 지도부가 바뀌면 운영위원은 새로운 지도부의 구성원들로 교체된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논의가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지도부 교체 후엔 곧바로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다는 점 역시 높은 벽이다. 여당은 9월에 대선후보를 정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당과의 합당과 함께 11월에 대선후보를 뽑아야 하는 복잡한 일정을 짜놓고 있다. 여야간 대치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충청권 표심을 움직일 수 있는 세종의사당 건립에 국민의힘에서 더 부정적인 의사를 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곽상도 의원은 "(세종으로 의사당을 짓는 것은) 특정 지역만 좋아지는 거 아니냐"면서 "국토균형을 하려면 특정 지역에 옮겨서 부동산 투기 나오게 할 게 아니고 각 지역에 고르게 돌아가면서 혜택 누릴 수 있게 기술적 여건이 돼있기 때문에 국회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 사무처와 여당은 '설계비 예산' 통과가 세종의사당 건립에 대한 여야 합의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국민의힘의 '반대' 의견을 뚫어내지 못했다.

조용복 국회 사무처 사무차장은 "2021년도 예산 여야합의하에 (설계비) 147억원을 통과시켰다"면서 "합의 통과는 여야가 설치 필요성에 대해 정치적 공감대 형성된 것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여당 홍성국 의원은 "컨센서스는 헌법위반 아니라는 데 맞춰져 있다. 예산도 있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왔다"며 "지금 결의한다 해도 이전은 2027~2028년이 된다. 더 이상 연기하면 지금 한국이 국토불균형발전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고 했다.

한편 여당은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안에 동의하며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자"고 제안했다. 정 의원은 이달 21일 국민의힘 의원 9명과 함께 국회세종의사당 설치를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냈다. 이 법안은 "세종시로 이전한 중앙행정기관을 소관하는 상임위와 국가 재정을 소관하는 예결위, 소속기관 중 국회 예산정책처를 국회 세종의사당에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운영위, 정보위와 (여성가족위, 외교통일위, 국방위, 법사위 등) 세종시로 이전하지 않은 부를 소관하는 상임위는 국회서울의사당에 둘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사무처, 국회도서관, 국회입법조사처 등 국회서울의사당에 두는 소속기관은 국회세종의사당에 별도의 기관을 둘 수 있도록 하며 국회 예산정책처는 국회서울의사당에 별도의 기관을 둘 수 있도록 한다"고 했다.

애초 여당은 국토연구원의 연구용역을 토대로 예결위, 11개 상임위와 함께 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 사무처 일부(의정기록과)의 이전을 추진해왔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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